19장. 신뢰 3
“어떻게 할 거야?”
“뭘?”
“다 너를 믿는다잖아.”
시인의 말에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모두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뭔가 묘한 느낌이었다.
“다들 쇼를 하는 거잖아.”
“쇼라니?”
“아니야?”
시안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신뢰지.”
“뭐?”
“신뢰라고.”
시우의 말에 시안은 한숨을 토해냈다. 모두 자신을 신뢰한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다들 왜 저러는 거야?”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다들 왜 저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나를 미워하면 되는 거잖아. 그게 쉬운 건데. 그게 더 간단한 건데. 왜 하지 않는 거야?”
“너를 믿으니까.”
“뭐?”
“그런 식으로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도대체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 무모한 거 아닙니까?”
“그래요?”
지웅의 물음에 지아는 혀를 내밀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이렇게 다들 같이 나왔잖아요. 나는 모두가 같이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요.”
“너무 무모했어요.”
“맞아요.”
세연의 말에 윤한도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세연 씨가 먼저 손을 들어주지 않았으면 나도 망설였을 거예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래도 다행이다.”
“뭐가요?”
“너는 세연 씨를 신뢰해서.”
“당연하죠.”
윤한은 세연을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믿는 사람이니까 연인인 거죠. 이런 사람의 말을 믿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을 수 있어요?”
“그렇지.”
지아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믿음. 그것 하나만이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였다.
“우리는 신뢰를 잃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게 오직 우리를 뭉치게 만드는 어떤 것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재율이 장난스럽게 경례를 붙이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나가고 싶지 않아?”
“응?”
도혁의 물음에 태욱은 고개를 들었다. 병태도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도혁을 보고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이 섬에 있으면 다들 지루하잖아. 뭔가 재미있는 일도 없고. 우리는 여기에 유배를 당한 거고.”
“별로.”
병태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고개를 저었다.
“석구는 어쩌고.”
“그거야?”
“석구 우리 친구야.”
“그렇지.”
도혁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지.”
“원래 저 정도는 아니었잖아. 하지만 여기에서 사고를 당하고 미쳤어. 그런데 원래부터 저런 미친놈인 것처럼 우리가 대하면 안 되는 거지. 안 그래? 우리 석구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누가 뭐래?”
“너 너무해.”
“뭐가?”
도혁의 반문에 병태는 다시 사나운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석구가 왜 너를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 그건 네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거 몰라?”
“그거야.”
도혁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금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싸움이 될 거였다.
“됐다.”
“뭐가 돼?”
“너랑 뭔 이야기를 하겠냐?”
“무시하는 거야?”
“아니.”
“왜들 이래.”
두 사람 사이의 말이 길어질 것 같자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병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문도혁. 네가 우리들 중에서 대장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럴 거면 뭔가 책임을 지고 대장이 되려고 해. 온갖 귀찮은 일은 전부 다 나에게 맡겨놓고 그러지 말고.”
“뭐가?”
“석구 말이야.”
“석구?”
도혁의 목소리가 기이하게 나왔다.
“너는 지금 석구를 짐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병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도혁을 향해서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래?”
병태는 혀로 이를 훑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너는 한 번도 석구를 감당하려고 하지 않잖아. 늘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거잖아. 아니야?”
“그거야 네가 석구를 잘 다루니까 그러지. 지금 석구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뭐. 그렇지.”
병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전혀 동의를 한다는 몸짓은 아니었다. 도혁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이런 대화를 해야 하는지 자체가 지금 이해가 가지 않는 그였다.
“뭘 어떻게 하자는 거야?”
“뭐가?”
“하기 싫다는 거야?”
“아니.”
병태는 입을 쭉 내밀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잘난 척을 하지 말라는 거야.”
“뭐라고?”
도혁의 눈이 사납게 올려졌다. 병태는 어깨를 으쓱하고 두 사람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미안해요.”
“아니에요.”
시안이 대표로 사과하자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걸로 대충 갈등이 봉합이 된 거였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저기.”
“네?”
시안이 바다로 가는 지아를 붙잡았다.
“왜?”
“미안해요.”
“아니요.”
시안의 사과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시안이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누구라도 다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이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우스웠다.
“어차피 터졌어야 하는 거예요. 조금 더 이르게 터졌더라면 다행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죠.”
“하지만.”
“괜찮아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입술을 죽 내밀고 어깨를 으쓱이는 그녀를 보고 시안도 따라 웃었다.
“고마워요.”
“에이.”
지아는 시안의 어깨를 한 번 잡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부러워요.”
“네? 뭐가요?”
“가족이 있다는 거.”
“아.”
“여기 사람들이 왜 다들 연애를 하는 건지 알아요? 여기에는 시안 씨네 식구처럼 서로를 무조건 신뢰하는 사람들이 없거든요.”
“신뢰라.”
시안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언니가요?”
“당연하죠.”
“아니요.”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안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을 할 리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언니는 늘 나에게 잔소리만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도대체 뭐라고 그런 말을 해요?”
“그런 사람이 아닐 걸요?”
“네?”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
지아의 말에 시안은 입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좋은 행동이 누구를 위한 좋은 행동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언니는 내가 우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우선이라서 그러는 거죠. 늘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니까.”
“시안 씨가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
“네?”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씩 웃으면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시안 씨가 그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지 않기를 원하니까.”
“미움이라.”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묘한 기분이었다.
“그럴까요?”
“나에게도 보이는데 그게 안 느껴져요?”
“그러게요.”
시안이 여전히 애매하게 답하자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언니를 한 번 더 봐요. 모두 부러워서 그러는 거니까.”
“네. 뭐.”
시안은 어색하게 답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서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니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제 오세요?”
“힘들군.”
“그래요?”
영부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돕지 않는 모양이에요.”
“그러게 말이오.”
“저런.”
대통령은 재킷을 벗었다. 영부인은 그것을 받아들며 미간을 모으며 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장인 어른에게.”
“부탁드려요?”
“아니.”
잠시 고민하던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내가 밖에 둔 아들이 있다는 것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은데 공연한 부탁을 드리면 안 되는 것이지.”
“설마 그런 것 가지고 뭐라고 하실까요?”
“그럴 수도 있지.”
“설마요.”
영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아빠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에요. 내가 부탁을 하면 뭐든 다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럼.”
“부탁을 드려요?”
영부인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통령은 잠시 더 고민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내가 혼자서 더 해보지.”
“그럼 그래요.”
영부인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목욕해요. 물 받을게.”
“그러지.”
영부인은 먼저 방을 나섰다. 그리고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역겨워.”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21장. 석구 1] (0) | 2017.05.02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20장. 신뢰 4] (0) | 2017.04.27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18장. 신뢰 2] (0) | 2017.04.26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17장. 신뢰 1] (0) | 2017.04.26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16장. 작은 균열 3] (0) | 2017.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