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 석구 1
“안 됩니다.”
“왜?”
“네?”
대통령이 반문하자 총리 비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에게 대통령을 막을 자격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게 그러니까.”
“이게 무슨.”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가 바라는 것이 이루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힘이 이렇게도 약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없는가?”
“무슨 일이야?”
총리는 문을 열고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그대로 문을 닫았다.
“저게 무슨?”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보았는가?”
“뭘요?”
“자네 정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비서는 그제야 문을 두드렸다.
“가셨습니다.”
“미련한 사람.”
총리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저리 멍청하게 행동을 하는 것이야? 누구 하나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여전히 모르는 게야?”
총리는 낄낄 거리며 입을 내밀었다.
“그럼 자네도 퇴근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총리는 창가로 섰다. 대통령이 힘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그는 서늘하게 웃었다. 유쾌했다. 자신을 무시한 것을 제대로 복수한 기분이었다.
“감히 나를 잘라?”
총리는 이를 드러내고 킬킬거렸다.
“내가 정치를 얼마나 오래 했는데.”
총리는 턱을 어루만졌다. 이제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었다.
“석구야.”
“도혁아.”
도혁은 피투성이가 된 석구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감옥 안에서 석구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와.”
“내가. 내가.”
“나오라고.”
도혁은 재빨리 석구를 끌어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고 달아나려는데 태욱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게 무슨 일이야?”
“태욱아.”
“이게 무슨 일이야!”
태욱의 고함에 사람들이 나왔다. 도혁은 태욱을 노려보았다.
“네가 한 거지?”
“뭐가?”
“석구를.”
“내가 뭘?”
태욱은 어깨를 으쓱하고 석구의 손을 잡았다.
“석구 네가 한 거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태욱이 너 도대체 왜!”
“나는 그저 사실을 말을 했을 따름이야. 그것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건 내가 아닌 거지. 안 그래?”
도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저 사람을 가두죠.”
봄이 앞으로 나섰다. 다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봄은 더욱 단호한 눈으로 도혁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당신들이 이곳의 대장이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요?”
도혁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석구를 붙들고 감옥에 가뒀다. 태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내 잘못이 아니야. 알지?”
“죽일 거야.”
“뭐? 나를 죽인다고?”
도혁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 것도 없었다. 너무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야.”
“왜요?”
“아니.”
섬의 사람들에게 다가온 지웅은 미간을 모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가도 모르더라고.”
“그래요?”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무슨 일이지?”
“꼭 그래야만 했어?”
“뭐가?”
도혁은 태욱을 노려보며 미간을 모았다.
“굳이 석구를 그럴 이유가 없잖아?”
“뭐가?”
“태욱아.”
도혁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태욱이 왜 이런 것인지 어렴풋이 잡혔지만 이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네가 얻을 수 있는 게 뭔데? 그 사람들하고 뭘 하려는 건데?”
“탈출.”
“탈출?”
도혁은 하늘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탈출을 하기 위해서 친구를 궁지에 몰아넣은 거였다.
“지금 너 하나 살자고 석구를 그렇게 만든 거야? 사람들이 석구를 뭐라고 할 거 같은데? 응?”
“죽이자고 하겠지.”
“너 정말.”
도혁은 태욱의 멱살을 잡았다. 태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로 도혁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여기가 좋아?”
“누가 좋대?”
“그런데 왜 나갈 생각을 안 해?”
“뭐라고?”
“그 사람들은 탈출하기 위해서 다른 섬으로 왔어.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거 하나 하지 않는 거잖아.”
“그거야.”
도혁은 침을 삼켰다. 이 섬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여유를 부리고 있다는 것은 그 역시 알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죽여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사람들이 놀라거나 그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거야? 다들 무슨 생각을 할 줄 모르는 거냐고?”
“알아.”
“아는데 이래?”
“응.”
“무슨 일이야?”
그때 텐트로 돌아온 병태가 재빨리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았다.
“뭐 하는 거야?”
“이 자식이 한 거야.”
“뭐?”
“이 자식이 한 거라고.”
도혁의 말에 병태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가 얼굴이 굳었다. 병태는 아랫입술을 물고 태욱을 노려봤다.
“정태욱. 정말로 네가 한 거야?”
“응.”
태욱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사람들이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었어. 그리고 임길석. 그 사람을 죽여줘야 그 사람들도 우리를 믿고 같이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래야 하는 거잖아. 안 그래?”
“아니.”
도혁은 단호히 고개를 한 번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안 되는 거야. 엉뚱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엉뚱한 사람?”
태욱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 동안 석구가 무슨 일을 한 줄 모르는 거야? 이 섬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위협을 했어. 그 순간마다 유일하게 통제가 되던 것은 병태야. 하지만 이젠 병태도 그게 쉽지 않은 걸 알잖아.”
“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어.”
태욱의 단호한 대답에 병태는 혀를 내밀어서 아랫입술을 적신 후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래도 친구잖아.”
“친구?”
태욱의 목소리가 묘하게 갈라졌다.
“이 섬에 오기 전까지지.”
“정태욱.”
“이제 우리는 모두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나는 살 거야. 살아서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이 섬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섬에 온 그 사람들. 누구 하나 이 섬에서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짓을 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고.”
“아니.”
태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그래서 내가 도혁이 너에게 말했잖아. 너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뭐라고?”
“네가 너무 우유부단해서 생긴 문제야. 처음부터 석구를 더 제대로 가두고 했어야 하는 거라고.”
“그게 무슨?”
병태는 이 말을 듣고 있다가 그대로 태욱에게 주먹을 날렸다. 태욱은 뒤로 비틀비틀 물러섰다.
“뭐 하는 짓이야?”
“너야 말로 뭐 하는 짓이야? 지금 석구가 충격을 받아서 이상하긴 하지만 원래 그런 놈은 아니잖아.”
“그런 놈이지.”
“그러니까.”
“원래 약 먹고 있었잖아.”
태욱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병태는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도혁은 두 사람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몰랐어?”
“뭐가?”
“하지 마.”
병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태욱을 노려봤다.
“하지 말라고.”
“석구 원래 약을 먹고 있었어. 여기에 와서 충격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원래 병이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할 거 하나 없어. 원래 이상한 놈이었던 거고 그렇게 된 거야.”
“미친 새끼야!”
병태가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날렸지만 태욱은 그것을 여유롭게 받아내면서 고개를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병태야. 너도 제발 그만 해. 네가 어릴 적에 걔를 밀어서 정신병에 걸린 거. 네 탓이 아니잖아.”
“그건 또 무슨.”
“아.”
태욱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어릴 적에 병태가 석구를 4층에서 밀었어. 장난이었는데 난간이 휘청하더니 그대로 같이 넘어간 거지.”
“내가 잘못한 거 아니야.”
“그래.”
병태의 변명에 태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석구가 저렇게 된 건 어떻게 부정할 수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그리고 문도혁. 너도 석구가 사람들을 위협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우리 세 사람 다 똑같아.”
도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무조건 부정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우리들 중 누구도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할 수 없다고. 우린 그저 이걸로 사람들을 모으면 되는 거야.”
태욱은 이를 드러내고 여유롭게 웃었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23장. 석구 3] (0) | 2017.05.05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22장. 석구 2] (0) | 2017.05.05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20장. 신뢰 4] (0) | 2017.04.27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19장. 신뢰 3] (0) | 2017.04.27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18장. 신뢰 2] (0) | 2017.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