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석구 2
“죽었다고요?”
“네.”
봄의 대답에 기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길석은 그렇게 죽으면 안 되는 거였다.
“안 돼.”
“기쁨 씨.”
“내가 죽일 거야. 내가 죽일 거라고!”
기쁨이 악다구니를 쓰자 지아는 재빨리 그녀를 안았다.
“그러지 마요. 그러지 마요.”
“안 돼. 안 돼. 여보. 여보.”
기쁨은 그렇게 몸을 부르르 떨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게 사실이군요?”
“네. 사실이에요.”
지아에게서 길석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들은 봄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누가?”
“최석구라고. 원래 약간 이상한 사람이 있었어요. 사람들을 막 위협을 한다거나 그런 일을 하는.”
“위협이요?”
“네. 아무튼.”
봄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이쪽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말을 해주지 않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나라도 해야 할 거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라도 한 사람 이렇게 그들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고마웠다.
“다들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게 어떻게 될지. 그런 것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정말로 고마워요.”
“아 그리고. 불편하지 않다면 제 친구도 이리로 데리고 와도 될까요?”
“물어봐도 될까요?”
“당연하죠.”
지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봄을 응시했다.
“정말 죽은 거군요.”
“네. 사무장님의 말씀이 맞았어요.”
지웅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그들이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이렁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그래도 다행 아니에요?”
“윤태 씨.”
“사실이잖아요.”
윤태는 어깨를 으쓱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들 중 누구라도 임길석 그 사람을 처단하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들은 착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쪽에서 먼저 그렇게 해준 거. 그거 정말로 고마운 거라고요. 그건 부정할 수 없어요.”
“그건 그렇지만. 기쁨 씨 아까 넘어가는 거 봤잖아요. 이건 기쁨 씨가 바라던 일도 아니었다고요.”
“그렇죠.”
윤태는 혀를 내밀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할 말이 없었다. 임길석의 죽음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그나저나 저쪽에서 우리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또 생겼어요.”
“누구요?”
시안은 곧바로 날카롭게 반문했다.
“위험한 거 아니에요?”
“위험하건 말건 우리는 저 사람들하고 접점을 늘려야 해요. 그래야 우리도 뭔가 준비를 하죠.”
“하지만.”
“찬성이에요.”
시안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시인이 먼저 손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강지아 씨의 입장에 동의해요. 우리들만 가지고 이 섬을 나갈 수도 없어요. 몰래 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예요.”
“그렇죠.”
“그러니까. 만나죠. 누군데요?”
“싫어.”
“진영아.”
“싫어.”
봄의 설득에도 진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그 사람들이 뭐라고 그 사람들을 믿어. 너 지금 이상한 거 아니야?”
“내가 뭐?”
“너무 믿잖아.”
“믿을만한 사람이니까.”
봄의 대답에 진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말도 안 되는 거야.”
“왜?”
“그 사람들은 원래 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몰라.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알려줄 임길석도 사라졌고. 그런데 우리들이 그 사람들에게 가서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는 거야?”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거야. 만일 그런 일을 당할 거라면 내가 진작 무슨 일을 당했겠지?”
“뭐?”
진영의 눈이 가늘어졌다.
“강봄. 너 진짜.”
“미안.”
봄은 진영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미리 만났어.”
“왜?”
“네가 말을 한 것처럼.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니까. 정말 믿어도 되는 사람들인 건지. 그거 알아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 믿어도 되는 사람들이라고. 그거 내가 보증할 수 있어.”
“보증이라.”
봄의 속사포 같은 말에 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봄의 눈을 보고 입을 쭉 내밀었다.
“하여간 강봄. 마음에 안 드는 거 알아?”
“알아.”
봄은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걸?”
“말은 잘 해.”
“그럼 만나는 거지?”
“알았어.”
진영의 대답에 봄은 식 웃으면서 그녀를 꼭 안았다. 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봄의 팔을 문질렀다.
“반가워요.”
“네. 반갑습니다. 하진영이에요.”
“강지아에요.”
지아와 진영은 악수를 하며 눈인사를 했다.
“그쪽에서 살인이 났다고요?”
“네. 뭐.”
진영은 입을 꾹 다물고 봄을 노려봤다. 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이 섬에서 나가려고 해요.”
“그건 우리들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바다가 너무 거칠어요. 그 동안 나가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어요.”
“시도는 했어요?”
“당연하죠.”
진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그쪽처럼 나가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들 모두를 그렇게 무시할 이유는 없는 거잖아요.”
“미안해요.”
봄이 진영을 말릴 겨를도 없이 지아는 곧바로 사과의 뜻을 밝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영은 입을 다물었다.
“미안해요.”
“아니.”
“아니요. 미안해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시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이 섬의 사람들은 이 섬이 편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 같아서요.”
“그럴 리 없죠.”
“그러게요.”
봄의 느긋한 대답에 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여자들부터 만날래요?”
“네. 좋아요.”
“한 사람이 더 있기는 한데.”
“아.”
봄과 진영이 서로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은.”
“알고 있군요?”
“네. 유감이에요.”
시인은 봄의 손을 꼭 잡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끼리 오게 된 거. 아는 사람끼리 있으면 마음이 놓이잖아요.”
“그렇죠. 그래도 그쪽은 가조이죠?”
“아. 네. 나는 라시인. 그리고 이쪽이 동생 라시안.”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꽤나 시간이 소요되었다. 한 번에 모두 다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법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우리를 모두 만나고 싶다고 한 거죠?”
“이쪽은 나갈 방법이 있는 거 같아서요.”
“네?”
지아는 미간을 모았고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봄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랑 다르게 뭔가 자신감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부탁해요. 우리도 같이 나가게 해주세요.”
“그건.”
“부탁드려요.”
봄과 진영은 고개를 숙였다. 두 여자의 반응에 지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것이었다.
“여론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비서의 말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사람을 구하는 것인데 지지율이 낮아지다니.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사람이 사람을 구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지지율이 빠지는 겁니까?”
“그게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게.”
“그 비용. 비용.”
대통령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아무리 비용이 커도 해야 하는 일이었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구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비용의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네?”
“야당의 공세가 큽니다. 게다가 총리 쪽도 그리 녹록치 않고. 일단 총리가 사퇴를 하지 않는 것도 큽니다.”
“나 참.”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이럴 수는 없는 거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이 나라의 국민들 아닙니까?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어떻게 그렇게 다들 이기적인 겁니까?”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을 살리는 거였다. 어느 누구가 아니라 같은 대한민국 국민을 살리자는 거였다.
“저 멀리 누군가를 돕는 것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을 국민을 찾지 않는다고요?”
“그게.”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게 무슨.”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통령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줄 알았습니까?”
대통령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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