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신뢰 4
“역겹다니.”
영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하러 나갔던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왜 그래?”
“아니.”
영애를 만난 영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야.”
“응?”
방으로 가려던 이를 부르며 영애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너무 믿지 마.”
“어?”
“엄마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영애는 눈을 찡긋하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영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고 한쪽 볼을 부풀렸다.
“도대체 왜 누나까지 그러는 거야? 누나는 그럴 이유가 없잖아. 누나까지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왜 그래?”
“아니야.”
영식은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했다는 사실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무슨 일이야?”
“아니.”
영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누나에게까지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이유는 없었다.
“그럼 나는 쉴게.”
방으로 가는 영식을 보며 영애는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뭐야?”
“어른이네요.”
“들었어요?”
“네.”
윤태가 어둠에서 나타나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윤태가 들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하여간 온갖 곳에 다 귀가 있는 기분이야. 왜 다들 싫어하는지 그거 알 거 같아. 이거 불편해.”
“그래요?”
“당연하죠.”
“흐음.”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그렇게 생각을 할 이유가 없는 거였는데.
“미안해요.”
“아니요.”
윤태가 사과하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윤태에게 사과의 말을 듣고자 한 말은 아니었다.
“그런 말을 하라는 거 아니에요. 그냥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래서 그러는 거니까 너무 신경은 쓰지 마요.”
“알아요.”
윤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 알아요.”
“치.”
“내가 강지아 씨에 대해서 모르는 게 있는 거 봤습니까? 나 강지아 씨에 대해서 다 알고 있습니다.”
“웃기지도 않아.”
“왜요?”
“됐어요.”
지아가 먼저 걸음을 옮기자 윤태가 재빨리 그녀를 따라갔다.
“좋아해요.”
“됐어요.”
“좋아한다고요.”
“됐다고요.”
“어? 이게 아닌데.”
지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누군가와 같이 할 수 있다는 있다는 게 좋았다.
“저기.”
이런 그들 앞에서 갑자기 봄이 나타났다.
“
“할 말이 있어요.”
“나를 안 풀어줄 거야?”
“네.”
길석의 물음에 태욱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길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망할 것들 말을 듣는다고?”
“당연하죠.”
“무슨.”
길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 망할 것들의 말을 도대체 어떻게 믿는다는 거야? 그것들이 너희들에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짓이요?”
태욱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무슨 짓이요?”
“뭐?”
“설마 당신이 사람을 죽인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을 누군가가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생각하기에 그런 건 없는데?”
“그건.”
길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상황에서 누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 리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건 나는 그런 것은 하나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은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거야.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아. 그러니 그만 두라고.”
“나는 비밀을 알아?”
“무슨 비밀?”
“그들은 전부가 아니야.”
길석의 말에 태욱의 표정이 순간 묘해졌다.
“그들은 전부가 아니라고.”
“뭐라고?”
“그 망할 것은 지금 자신의 수를 줄인 척 하고 있단 말이야. 그거보다 더 많은 인간들이 있는데.”
“사실이야?”
“사실이지.”
태욱이 자신을 믿는 것 같자 길석은 낄낄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욱은 감옥 가까이 다가왔다.
“얼른 이것을 열어.”
태욱은 감옥을 열었다. 그리고 길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그대로 돌로 머리를 찍어버렸다.
“끄으윽.”
“미친 새끼.”
“뭐 하는 거야?”
길석은 눈을 움켜쥐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뜨끈할 따름이었다.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구도 당신의 말을 듣지 않아.”
“뭐?”
“당신은 그쪽의 신뢰를 완벽하게 부순 것도 모자라서 이쪽의 사람들까지 부수려고 하는 거잖아. 그런데 누가 당신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어떤 멍청이가 그럴 거라고 믿는 건데?”
“그건.”
길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태욱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지금 유리한 상황을 차지해야 했다.
“내 편을 들어.”
“왜?”
“왜라니.”
“그럼 나에게 좋은 게 있나?”
“당연하지.”
길석은 이 상황에서도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믿어.”
“그래?”
“그래.”
길석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태욱은 갑자기 그의 손을 밟아버렸다. 길석이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무, 무슨 짓이야.”
“미친 새끼.”
태욱은 그대로 감옥을 나가서 다시 문을 닫았다.
“미친, 미친 놈.”
길석은 짐승처럼 끅끅 거렸다.
“석구아 너 임길석 아저씨 좋지?”
“응.”
“그래?”
태욱이 묘하게 반문하자 석구의 얼굴이 구겨졌다.
“왜 그래?”
“아니.”
“뭔데?”
“그게.”
“태욱아. 너 정말 이럴래?”
“아니.”
태욱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척 하며 고개를 저었다.
“너한테 할 말이 아니라서 그래.”
“뭔데?”
“내가 네 친구인 건 알지?”
“당연하지.”
석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욱은 입을 쭉 내밀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길석 아저씨가 네 욕을 하더라.”
“뭐?”
석구의 눈이 커다래졌다.
“무슨 욕?”
“병신이라고.”
“그게 무슨?”
“아니잖아.”
“아니지.”
석구는 미친 듯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태욱은 더욱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석구는 병신이 아닌데. 그런 게 아닌데 도대체 왜 아저씨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을까?”
“그게 사실이야?”
“그럼.”
“사실이라고?”
“응.”
석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아저씨에게 가면 안 돼.”
“하지만.”
“안 돼.”
태욱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석구는 제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태욱은 더욱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착한 석구를 미친 장애인 새끼라서 죽어야 한다고 말을 하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지.”
“뭐라고?”
“아. 나는 화장실에 가야겠다.”
태욱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석구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내가 없어도 절대로 임길석 씨에게 가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나는 없을 거야. 나는 이 자리에 없어.”
“응.”
석구는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욱은 그런 석구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린 후 밖으로 나갔다. 석구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태욱은 먼 하늘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잘못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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