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23장. 석구 3]

권정선재 2017. 5. 5. 19:00

23. 석구 3

아주 좋아요.”

 

여론의 흐름을 들은 총리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상황이 유지가 된다면 굳이 우리가 위험한 일을 할 이유도 하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3선 의원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안 그래도 영부인의 부탁을 그냥 듣기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의 부탁도 들어주고 많이 편안한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

 

총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쉬울 수가 없지요.”

이렇게 일이 잘 풀리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허허.”

 

두 사람 사이의 웃음이 점점 더 커졌다.

 

그래 이제 대통령은 무얼 한답니까?”

모르지요.”

 

총리는 미간을 모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에서 뭔가를 더 한다면 인정해줄 수 있을 거였다.

 

자기 힘으로 뭐 하나 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뭘 할 수 있을 리가 없는 법이지요.”

그렇지요.”

 

총리는 이를 드러내고 서늘하게 웃었다.

 

나보고 그만 두라고?”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그렇지요.”

 

총리는 턱을 어루만졌다.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였다. 이 자리까지 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이 자리를 어떻게 왔는데? 그 풋내기는 절대로 이해를 하지도 인정을 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렇지요.”

그대도 쉽지 않았잖아요?”

물론입니다.”

 

총리는 입가에 더욱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마음껏 밀어내라고 하세요. 그러면 나는 더 제대로 밟을 테니까. 대통령이 뭘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힘들 겁니다.”

 

총리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뜨거운 차가 하나도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고 편안하게 만 느껴졌다.

 

 

 

왜 우리에겐 숨긴 거죠?”

그러니까.”

 

지아가 따지러 오자 도혁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굳이 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한 거였다.

 

어차피 그쪽이랑은 상관이 없잖아요.”

뭐라고요?”

임길석 씨는 우리에게로 온 사람이고. 석구도 우리 사람이에요. 우리끼리 일어난 일이라고요.”

아니.”

 

지아는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에서도 편을 가른다는 것은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

 

여기에서 그런 걸 왜 따져요?”

뭐라고요?”

어차피 우리들은 모두 다 생존자잖아요. 첫 섬이 달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모두 생존자인데. 도대체 그런 게 왜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애도 아니고 너무 유치한 거잖아요. 아니에요?”

유치하다니.”

 

도혁은 미간을 모은 채 이마를 짚었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뭐가요?”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요?”

아니요. 심각해 보여요.”

그런데요?”

그러니까 더 공유하자는 거죠.”

 

지아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서 밀린다면 다시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지 못할 거였다.

 

그쪽 지금 되게 우스운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알아요? 바보가 아니라면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요.”

나 참.”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지아를 응시했다.

 

그래서 뭘 하자고요?”

우리 모두 만나자고요.”

뭐라고요?”

 

도혁의 얼굴이 굳었다.

 

안 됩니다.”

왜요?”

왜라니?”

 

도혁은 할 말이 없었다. 이 사람들과 섬의 사람들이 만나지 않아야 하는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싫었다.

 

그건 안 됩니다.”

그쪽이 뭔데요?”

?”

그쪽이 뭐 이쪽의 대표라도 됩니까?”

. 그렇습니다.”

 

도혁은 곧바로 지아의 말을 받았다.

 

내가 이 섬의 대표입니다.”

아니지.”

 

갑자기 들린 태욱의 목소리에 도혁의 얼굴이 구겨졌다. 태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어떻게 우리들의 대표가 될 수 있어?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지. 너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너 정말?”

?”

 

도혁이 이를 드러내자 태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도혁은 고개를 저었다.

 

뭘 어떻게 하자는 거야? 너로 인해서 이 모든 사람들이 다 망가지기를 바라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면 그만 둬.”

그런 거 아니야.”

그럼?”

그냥 내 입장에서 대해서 말하는 거지.”

 

태욱은 가볍게 눈썹을 움직이며 씩 웃었다.

 

도혁이 네가 우리의 리더가 아닌데 이런 식으로 이 사람이 하는 말을 막을 이유는 없는 거잖아.”

정태욱. 저리 가. 이건 이 사람하고 나의 문제야. 우리가 그렇게 쉽게 모든 걸 다 열 수는 없어.”

?”

왜라니?”

 

도혁은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이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다 드러내면 바로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너도 알잖아.”

?”

 

태욱은 지아의 곁에 서더니 장난스럽게 웃었다.

 

너 설마 아직도 강지아 씨를 못 믿는 거야?”

정태욱.”

나는 믿어.”

 

태욱은 지아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사람에게 모든 걸 다 말을 할 수 있어. 내가 임길석을 죽게 만든 사람이에요.”

뭐라고요?”

정태욱!”

 

도혁은 고함을 지르고 지아는 움찔거렸지만 태욱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도혁을 묵묵히 응시했다.

 

사람이 교양이 없이.”

너야 말로 지금 교양 좀 찾아. 뭐 하자는 거야? 그 사람에게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데?”

진실.”

진실?”

 

도혁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진실?”

석구의 행동.”

. 너 정말.”

원래 정신병이 있었어요.”

 

태욱의 말에 도혁은 머리를 콱 쥐고 그대로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정말?”

그래서 내가 정말 아주 약간의 말을 했더니 그대로 임길석 씨를 죽여버리더라고요. 너무나도 간단하게.”

농담이죠?”

진지한 건데요?”

 

지아는 입을 막았다. 역겨웠다. 이 사람들하고는 그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돌아갈래요.”

가지 마요.”

 

지아가 돌아서자 태욱이 곧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거 놔요!”

가지 말라고요.”

 

지아는 뿌리치려고 했지만 태욱의 힘은 그녀가 뿌리치기에 너무 센 편이었다.

 

이대로 가면 별로 우리에게 유리한 말을 하지 않을 거잖아요. 나 그런 거 별로 반갑지 않아요.”

이거 놓아요.”

그거 놔.”

싫어.”

 

도혁이 자신에게 명령하듯 말하자 태욱은 검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강지아 씨는 나를 믿지 않아요?”

뭐라고요?”

처음에 내가 왜 접근한 거라고 생각을 해요? 당신처럼 나대는 사람들은 오히려 속이기 쉽거든요.”

그게 무슨?”

 

지아의 눈이 흔들렸다. 혼자서 오면 안 되는 거였다. 누구라도 남자가 있어야 이 상황을 피하는 거였는데.

 

일단 이거 놓고 이야기 해요.”

그럼 달아날 거잖아.”

 

지아가 손톱으로 태욱의 팔을 긁어서 피가 맺힐 정도였지만 태욱은 얼굴 하나 꿈쩍이지 않았다.

 

그 정도를 가지고 달아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 애초에 나는 당신을 잡지 않았어요.”

이거 놓으라고요!”

그거 놓으라고!”

 

그때 윤태의 목소리가 들리던 그대로 태욱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윤태의 뒤로 윤한과 시우도 나란히 섰다.

 

괜찮아요?”

? .”

이거 뭐야?”

 

태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며 싸늘하게 웃었다.

 

무슨 기사단이야?”

그래.”

 

윤태가 지아의 앞을 막았다.

 

더러운 새끼들.”

미친.”

사람을 죽여 달라고 부탁을 한 적 없어. 우리는 그저 임길석 그 사람에 대해서 너희들이 알기 바란 거야.”

그게 죽여 달란 거지.”

아니.”

 

태욱의 능글맞은 말에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아의 손을 꼭 잡고 지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심호흡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공유하고자 한 것이 전부에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공유라.”

 

태욱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군요.”

아무튼 우리는 이 섬의 모든 사람들하고 다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싫습니다.”

대화라.”

 

태욱은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도혁은 침을 꿀꺽 삼키고 한숨을 토해낸 후 미간을 모았다.

 

우리 사람들도 물어보죠.”

그럼 저녁에 보죠.”

 

윤태는 한 번 더 태욱을 노려봤다. 지아는 윤태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굳이 부딪칠 이유는 없었다.

 

돌아가요.”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태욱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