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더욱 단단해지다. 2
“무섭지 않아요?”
“뭐가요?”
“이 섬의 사람들이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같은 사람끼리 무서워하거나 그럴 이유는 없었다.
“그들도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들이죠.”
“윤태 씨.”
“우리랑 살아남은 방식이 달라요.”
“그건 그렇죠.”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위협하던 태욱의 행동 같은 것. 확실히 낯선 방식의 무엇이었다.
“고작 한 달의 시간 동안 사람들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게 무섭기는 하지만 이 섬의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달라졌어요. 그 사실. 강지아 씨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만 해요. 알고 있죠?‘
“네. 알아요.”
윤태는 지아의 손을 잡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치지 않기를 바라요.”
“다치지 않아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다치지 않아요.”
“대단하지 않아?”
“뭐가?”
“강지아 씨.”
시우의 말에 시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람들이 여러 생각을 하더라도 그것을 결국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는 거잖아. 그런 거 아니야?”
“뭐. 그렇지.”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의 말을 들으니 그런 부분이 꽤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강지우 씨의 힘이지.”
“힘은 무슨.”
시안은 입을 쭉 내밀었다.
“너무 나대.”
“라시안.”
“사실이잖아. 아니야?”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고 있어. 그 여자가 나대서 우리에게 좋은 일도 있다는 거. 하지만 이건 다른 종류의 문제야.”
“하나도 다르지 않아.”
“언니.”
“그런 거면 아까 말을 해야지.”
“뭐.”
시안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무릎을 안고 한숨을 토해낸 후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고맙잖아.”
“뭐가?”
“강지아 씨가 나에게 해준 거.”
“시안아.”
“그냥 고마워.”
시안은 혀를 살짝 내밀고 침을 한 번 삼켰다.
“사람들이 나를 믿지 않는 그 순간. 먼저 사람들이 나를 믿게 만든 거. 그거 언니도 시우도 아니고 강지아 씨였어. 남인 사람이.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그런 것을 해낸 거니까 말이야.”
“그렇지.”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시우도 해주지 못한 것을 지아는 시안에게 해줬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해.”
“자존심은?”
“언니도 알잖아. 나 혼자서 그 동안 너무 잘 하던 애였어.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거잖아.”
“특별한 상황이야.”
시우의 말에 시안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게 바로 용납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럴 수 있는 거였다. 시안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서 고마워.”
“그럼 고맙다고 하면 되지.”
“아니.”
시안은 곧바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싫어.”
“왜?”
“그 여자가 잘난 척을 할 거야.”
“뭐?”
시안의 대답에 시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흘겨봤다. 시안은 한쪽 볼을 부풀린 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누구 하나 그 여자에게 제대로 반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 그래야 일을 더 제대로 할 수가 있는 거라고.”
“네. 네.”
시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시안이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우리 꼭 같이 돌아가자.”
“그래야지.”
시인은 힘을 주어 말했고 시아와 시우도 그녀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장님 요즘에 말씀이 적어요.”
“그래?”
진아의 물음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강지아 씨가 다 해주는 거잖아. 아니야?”
“그렇죠.”
진아는 입을 살짝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담이 적어져서 편하기도 했지만 그 만큼 부담스러웠다.
“강지아 씨에게 너무 많은 것을 맡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요. 미안하고.”
“그래?”
“네.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이 비행기의 승무원들이었으니까. 뭔가를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싶은 거죠.”
“뭔가라.”
지웅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진아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그 역시 감이 잡히는 바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무조건 모든 것을 다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도 없는 거지. 이 섬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이곳은 기내도 아니니까 부담도 좀 줄여.”
“그래도 되는 걸까요?”
“그럼.”
지웅의 말에 진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나라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나라에게 부담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는 내 말 깊이 듣지 마.”
“왜요?”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거니까.”
“아니요.”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어?”
“사실 승무원이라는 것은 종합적인 상황에서 모두 승객을 생각을 해야 하는 거라고 배웠으니까요.”
“그렇지.”
“그리고 아직 목적지에 도착을 하지는 못했으니까. 우리가 모두를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거죠.”
“잘 배웠네.”
지웅은 가볍게 나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라 씨는 막내니까.”
“그래도 승무원이에요.”
“네. 네.”
나라가 발끈하자 지웅은 미소를 지었다.
“자기도 승무원이지.”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사람들이 거꾸로 더 뭉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되는 것 같았다.
“그거 대하 소설 되겠어요.”
“그래요?”
“매일 적기만.”
“왜요?”
세연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자 윤한은 노트를 덮고 세연을 응시했다. 세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책만 보는 거 아니에요?”
“글만 쓰는 거죠.”
“그게 그거죠.”
“미안해요.”
세연이 왜 이러는 것인지 아는 윤한이 양 손을 모으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연은 고개를 저었다.
“나만 나쁜 사람 같아.”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요?”
“당연하죠.”
윤한의 대답에 세연은 헛기침을 한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멍하니 먼 바다를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지아 언니가 부러워요.”
“뭐가요?”
“리더인 거.”
“네?”
“나도 그러고 싶어요.”
“에이.”
윤한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세연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마주했다.
“사람마다 각자 성격이 다른데 모두 같은 것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사람들이 세연 씨 편하게 생각하는 거 몰라요?”
“만만한 건 아니고요?”
“그럴 리가요. 다들 세연 씨의 착한 마음에 다 좋아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알았어요.”
세연은 곧바로 기분이 풀려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한은 세연의 머리를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나야 말로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쓸모가 없죠.”
“에이.”
“글만 쓰고.”
“대신 나중에 우리의 이야기를 모두 들려줄 거잖아요.”
“그렇죠.”
윤한은 노트를 가만히 어루만졌다. 과연 한국으로 돌아갈지. 이것을 잘 가져갈지는 몰랐지만 중요한 거였다.
“할 수 있겠죠?”
“당연하죠.”
세연이 눈을 반짝이며 결연한 표정을 짓자 윤한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사람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그거 좋은 재주죠?”
“당연하죠.”
윤한은 손을 내밀었고 세연은 그 손을 꼭 잡았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요.”
이런 곳에서 만난 사랑이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서로에게 기댈 수 있다는 거. 이게 정말 큰 의미를 가진 말이었다.
“시체팔이들!”
모욕적인 말에 지아 엄마는 눈이 뒤집어졌다.
“무슨 시체! 우리 딸이 죽지를 않았는데 무슨 시체!”
“거기에 있으면 죽은 거지. 무슨!”
“안 죽었다!”
지아 엄마가 고함을 지르자 뭐라고 한 마디 하던 사내는 바닥에 침을 뱉고 멀어졌다. 지아 엄마는 어깨를 들썩였다.
“내 딸 안 죽었어.”
“진정해요.”
세연 엄마가 지아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자를 받았자고 하잖아.”
“그렇지.”
지아 엄마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니까 살아있지.”
“그럼요.”
“무조건 돌아올 거야.”
귀한 딸이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속을 썩인 적이 없는 딸이었다. 그런 딸이 죽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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