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더욱 단단해지다. 3
“정말 너무도 하는군.”
광화문의 현장에 대해서 보고를 받은 대통령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아니 같은 사람들끼리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도대체 무슨?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진정하십시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강행하세요.”
“예?”
“무조건 강행하세요.”
“하지만.”
비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이건 반드시 국회의 비준이 필요한 일입니다. 너무나도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서 청와대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나는 대통령입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안 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는데. 지금 이들은 그 말도 안 되는 말을 너무나도 쉽게 하는 중이었다.
“그럼 누가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비서.”
“죄송합니다.”
비서는 깊이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아무리 이리 말씀을 하셔도 아니 되는 것은 아니 되는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게 무슨.”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겠다는데 왜 이렇게 반대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다들 왜 그러는 건가?”
“돈이 너무 크니까요.”
“돈. 돈!”
대통령은 악다구니를 썼다.
“그 돈이 그리 중요하오?”
“중요합니다.”
“어떻게 사람보다 중요해. 어떻게 국민을 구하겠다고 하는데 돈이 우선이 될 수가 있느냐는 말이야.”
대통령은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그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직접 설득하겠소.”
“어려울 겁니다.”
“뭐라고요?”
“그 생방송도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대통령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통령이 함정을 파서 총리가 당했다. 뭐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같이 돌아가고 있는 판국이라.”
“그게 무슨?‘
대통령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여론이 왜 이리 돌아가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단 기다리십시오.”
“기다리라니?”
대통령의 눈이 묘하게 흔들렸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방법이 없습니다.”
“무슨.”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는데 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가능해지는 것 같았다. 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굳이 무덤까지 만드는 이유가 뭡니까?”
“당연한 거죠.”
지아의 대답에 도혁은 미간을 모았다.
“원수라면서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같은 생존자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도와주지 않을 거면 비키시죠.”
“아니.”
“비켜.”
태욱도 나서자 도혁은 더욱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너는 왜?”
“여기 하면 되는 거죠?”
“네? 네.”
지아는 살짝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누군가가 돕는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었으니까.
“조심해서요.”
“네. 알겠습니다.”
태욱은 더욱 밝은 미소를 지었다.
“위험하지 않아요?”
“뭐가?”
“아니.”
윤태의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뭐가?”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에요.”
“뭐 그렇지.”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더 위험한 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일단 돕겠다고 하는 사람이 의심이 가니까 저리 가세요. 이렇게 말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까.”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윤태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윤태가 화들짝 놀라며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뭐 하는 거예요?”
“뭐가?”
“아니.”
“내 거 확인한 건데?”
“네?”
지아의 대답에 윤태의 눈이 커다래졌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을 쭉 내밀었다.
“이윤태 씨 무슨 어린아이니? 미성년자야? 고작 이런 거 가지고 그렇게 놀라면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아니 다른 사람도 있고.”
“네. 네.”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에이.”
“뭐가?”
“설마 그렇다고 나 무시하는 건 아니죠?”
“뭐가?”
“기자님.”
“됐어.”
윤태가 손을 잡으려고 하자 지아가 그 손을 빼냈다.
“나 안 잡아.”
“에헤이.”
“어허?”
윤태가 다시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지아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울상을 지었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아니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에게 이런데? 그냥 한 번 튕길 수도 있죠.”
“아니 너는 튕길 수 없어. 네가 나를 더 많이 좋아하니까.”
“인정.”
윤태가 이렇게 말하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자 지아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그래서 좋죠?”
“그래. 좋다.”
윤태는 지아를 꼭 안았다.
“사랑해요.”
“고맙습니다.”
“어?”
윤태는 입을 삐쭉 내밀었지만 지아는 명랑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윤태도 곧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이렇게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중요한 거였다.
“괜찮습니까?”
“네.”
지웅의 물음에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불편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거였다.
“사람이 죽었는데 묻어주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죠. 그건 너무나도 잔인하고 나쁜 거예요.”
“하지만.”
“아니요.”
기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에 있어서는 뭐 다른 이유를 가지거나 반감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강지아 씨에게 고마워요.”
“네?”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평생 원망을 하고 그랬을 거 같아요. 그런데 차라리 하나가 정리가 된 거 같아요.”
“그렇군요.”
지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살짝 내밀고 살짝 숨을 쉬었다.
“참 대단하죠?”
“그렇죠.”
“뭐든 다 해내요.”
“그러니까 저도 의지해요.”
“사무장님도 고마워요.”
“아닙니다.”
기쁨이 자신의 눈을 마주하며 칭찬하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점점 더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강지아 씨가 아니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이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죠.”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흔들리던 그 많은 순간을 모두 잡은 것이 바로 지아였으니까.
“강지아 씨 덕분이죠.”
“너 왜 그러는 거야?”
“뭐가?”
도혁의 물음에 태욱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하는 건데?”
“정태욱.”
“문도혁. 너야 말로 제대로 생각해. 이제 저 사람들하고 협조해야 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런데 지금 이러는 거야?”
“이건 다른 문제잖아.”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태욱처럼 행동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석구를 그렇게 만들고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너는 그래도 석구 친구인데. 미안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왜?”
“뭐?”
태욱의 대답에 도혁의 얼굴이 흔들렸다.
“그게 무슨?”
“그 녀석이 있으면 우리가 저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게 거꾸로 더 어려워질 거라는 것은 모르는 거야?”
“뭐?”
도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너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신병자야.”
“태욱아.”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였다. 절대로 친구에게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석구가 언제나 네 편이었잖아. 그런데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지. 네가 석구를 배신하면 안 되는 거지.”
“일단 내가 살아야지.”
“너 정말 잔인하다.”
“응.”
태욱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너도 마찬가지야. 그 석구. 한 번도 책임지지 않고 병태에게 다 맡긴 것도 결국에는 너니까.”
“그건.”
태욱의 반문에 도혁은 침을 삼켰다. 태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물끄러미 도혁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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