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장. 만남 3
“우리가 뭐라고 대답을 하건 그 사람들은 우리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 노력할 거예요. 그걸 몰라요?”
“알죠.”
“아는데요?”
“하지만.”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같은 말들을 가지고 윤태와 다투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만 해요.”
“하지만 누나.”
“이윤태 씨. 이건 어차피 우리 두 사람이 해결을 할 일도 아니야. 다른 사람들하고 말을 해야죠.”
“애초에 이것을 받아오지 않았으면 되는 거잖아요. 도대체 이런 걸 왜 받는 건데요?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살인자에, 정신병자라면서요. 도대체 그 사람에 대한 것을. 그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왜 우리가 받아야 하는 건데요?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거 너무 이상하잖아요.”
“그럼 모르는 척 해?”
“그건.”
윤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그들의 말을 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능사는 아니었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거였다.
“일단 이건 우리가 뭔가 더 이야기를 하고 전해야죠.”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자기는?”
“자격이요?”
“그래.”
지아는 힘을 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자격이 없었다.
“우린 그저 따라간 것 뿐이야. 그런데 이걸 가지고 우리가 무슨 대표라도 되는 것처럼 그러지 말아요.”
“그러네요.”
윤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누군가의 대표를 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간 것이 아니었다.
“그냥 간 거였네요.”
“그러니까.”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윤태 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는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말도 하는 거고. 다들 놀랄 걸 아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하는 거니까요. 안 그래요?”
“그렇네요.”
윤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외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치사해.”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아니 왜 자기들이 귀찮아하는 것을 우리에게 맡기는 건데요?”
“뻔하잖아요.”
윤한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기들이 귀찮은 것을 하기 싫으니까. 나쁜 사람이 되기 싫으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나쁜 사람을 하라는 거죠. 우리에게 나쁜 일. 귀찮은 일. 불편한 일. 그런 거 바라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잖아요.”
“그래도 결국 이 문제도 우리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도 알아야 하는 거잖아요.”
“왜요?”
세연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도 결국 모두 다 생존자니까. 결국 우리는 하나고. 우리들이 각자의 입장에 대해서 말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거지. 그리고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의견을 묻는 거예요.”
“그게 그거죠.”
나라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뭐라고 하건 그것을 빌미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할 거라고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언제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그냥 들으면서 끌려 다녀야 하는 건데요.”
“어쩔 수 없죠. 일단은.”
지웅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지웅의 대답에 모두 눈치를 살피며 한숨을 토해냈다.
“알고 있어요.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그다지 좋지 않게 들릴 거라는 거. 하지만 그래도 이게 현실이니까요.”
“나는 우리가 그들에게 그 어떠한 짓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죠.”
“맞아요.”
다들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적어도 석구에 대해서 함부로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신기하네요.”
“뭐가요?”
“그래도 사람을 죽였어요.”
“그래서요?”
지아의 반문에 태욱은 물끄러미 그녀를 응시했다. 그리고 입을 살짝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 사실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면 상관은 없지만, 사실 이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없는 거 아니에요?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는 종류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우리가 그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럴 자격도 없는 거고.”
“뭐. 자격은 각자가 생각하기에 다르죠.”
지아는 태욱의 뒤에 있는 도혁을 보며 엷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런 지아의 반응에 도혁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지아는 이내 시선을 그에게서 거두고 다시 태욱을 응시했다.
“반대인 거죠.”
“네?”
“반대잖아요.”
너무 답답해서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올까 생각을 했는데 지아가 도혁을 따라 나와서 이런 말을 건넸다.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더라고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은 서석구 씨를 좋아해요. 그리고 서석구 씨에게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거죠.”
“잘 아네요.”
도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지 않는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답답한 일이었다.
“그쪽은 내가 석구를 내 친구라고 말을 하면 이상하게 생각을 하겠지만. 이 상황에서도 석구의 편을 들면 뭐라고 하겠지만 친구에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친구에요.”
“누가 뭐래요?”
“그냥 그래서요.”
도혁은 혀를 살짝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태욱이 녀석은 잊은 거 같아서요.”
“새로운 상황에서는 이전하고 같은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거죠.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잖아요.”
“그렇죠.”
도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시하고 싶었지만,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나고 답답했다. 자신들은 지아처럼 이러지 못했다.
“사람들이 왜 당신을 믿는지 알 거 같아요.”
“네?”
“그냥 믿고 싶게 만들거든요.”
“그래요?”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고 아이처럼 웃었다. 누군가가 무조건 믿는다는 것. 그건 너무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왜 석구를 용서하자고 하는 겁니까? 그래도 그런 놈이 있으면 무서운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해서 서석구 씨를 가둬서 뭐할 건데요? 그 사람을 마치 무슨 강아지처럼 구경을 할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그러니까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들이 딸 h할 수 있는 것도 마땅히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문제가 될 거였다.
“우리가 서석구 씨가 싫다고 했으면. 그때는 당신들이 가만히 있고 우리를 봤을 거 같아요?”
“아니겠죠.”
“그러니까요.”
도혁의 떨떠름한 대답에 지아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뭐가요?”
“그냥 고맙습니다.”
지아는 눈인사를 하고 다시 텐트로 돌아갔다. 도혁은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자꾸만 지끈거렸다.
“도대체 저 여자 뭐야?”
도혁은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신기해.”
“뭐가 신기하죠?”
“아. 강봄 씨.”
돌아선 도혁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석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쪽은 아무런 처벌도 원하지 않네요. 그래도 위험한 존재인데.”
“내가 보기에 박석구 씨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쪽하고 정태욱 씨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니에요?”
“뭐.”
도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봄의 말처럼 자신들이 더 위험한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만들어낸 것은 두 사람이었으니까.
“인정합니다.”
“그리고 나도 반대에요.”
“네?”
“왜 그랬는지는 들어야죠.”
“무슨?”
“이유요.”
봄의 말을 뒤늦게 이해한 도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듣는다는 것.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거였다. 그가 원하지 않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을 굳이 들어서 뭘 할 겁니까? 어차피 석구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모든 순간에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쪽은 친구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더 지키려고 해야 하는 거잖아요.”
“뭐. 친구라고 해서 무조건 그런 건 아니죠.”
봄은 도혁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응시했다. 도혁은 가볍게 어깨를 응시하고 돌아섰다. 봄은 입술을 쭉 내밀고 돌아섰다. 어차피 도혁과 더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었으니까.
“일단 위성을 보면 사람들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지난 사진과 보면 약간 움직이기도 했고요.”
“그렇군요.”
보조관이 준 사진을 확인한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 같았지만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사진이었다.
“이건 증거가 되지 않습니까?”
“어려울 겁니다.”
“왜요?”
“미국의 허락이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허락이라니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미국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겁니까? 우리 국민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 왜 그러는 겁니까?”
“일단 그곳은 미국령이기는 하나 미국에서도 그다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곳입니다. 아무래도 영해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굳이 큰 문제로 발화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통령은 지금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숨겨진 섬입니까?”
“대충 그런 셈이죠.”
“지금 그게 오늘날에 맞는 말입니까?”
“사실입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오늘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되는 거였다.
“그래서 미국이 바라는 게 무엇입니까?”
“자신들이 찾겠답니다.”
“뭐라고요?”
대통령은 어이가 없었다. 그들이 스스로 찾는다고 해서 찾아질 사람들이라면 진작 찾았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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