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30장. 만남 4]

권정선재 2017. 5. 17. 00:00

30. 만남 4

자신들이 도대체 뭘 한다는 겁니까? 자신들이 대신 찾아줄 거라면 왜 여태 찾지 않은 거랍니까?”

그건.”

미치겠군요.”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미국이 왜 이렇게 몽니를 부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백악관의 반응입니까?”

.”

백악관이라.”

 

대통령은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거기 뭔가 있는 거군요.”

아마도 거기에서 핵실험 같은 것을 하지 않았을까. 일단 저희 정보부 쪽에서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핵실험이라.”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지금 아무도 살지 않고 있는 곳에 위험할 수도 있었다.

 

방사능이나 그런 것은.”

아마 없을 겁니다.”

확실합니까?”

일단 확인이 된 부분은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대통령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아들을 찾아야 했다. 아들을 살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여론은 여전히?”

나쁩니다.”

그렇군요.”

 

냉담한 국민들이었다. 어떻게 자기네 국민이 이런 일을 당했는데 이렇게 안심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백악관과 직접 연락을 하죠.”

?”

그거 말고 답이 있습니까?”

하지만.”

 

보좌관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미국과 이야기를 한다면 약간 더 복잡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이 사진은 러시아에서 받은 겁니다.”

러시아요?”

. 러시아에서 감시를 하는 거라.”

나 참.”

 

그렇다면 그 사진을 가지고 미국에 대화를 하는 것이 거꾸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상황은 더욱 복잡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이 순간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우리 정부를 기다리는 것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아니 지금 죄송하라는 말을 하라는 게 아니지 않소? 지금 어떤 방법을 찾으라고 하는 겁니다.”

찾겠습니다.”

그래요.”

 

대통령은 보조관을 물렸다. 어차피 보좌관을 닦달한다고 나올 수 있는 답이 아니었다. 대통려은 한숨을 토해냈다. 일단 이 나라 국민들부터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더더욱 복잡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 중에서는 그 녀석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에요. 그래도 괜찮다는 겁니까?”

.”

 

태욱의 물음에 지웅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단호히 대답했다. 태욱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도대체 왜요?”

?”

아니 우리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했잖아요.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겁니까? 그 녀석을 다시 무리에 받아들이면 그게 귀찮은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거란 말입니다.”

그래도 같은 생존자입니다.”

 

지웅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태욱은 머리를 긁적이며 크게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좋은 사람인 척 하려고요?”

뭐라고요?”

그렇다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그러지 않아도 우리는 당신이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게 무슨?”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태욱은 침을 꿀꺽 삼켰다. 목이 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생각과 달랐다.

 

그러니까 석구가 무슨 짓을 해도 된다?”

. 괜찮습니다.”

. 미치겠네.”

 

자신이 석구를 부추겨서 그 미친 짓을 한 거였다. 혹여나 석구가 제정신이 들어서 이 말을 한다고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였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겁니까? 사람이 사람을 죽였는데 어떻게 그래요?”

우리는 임길석 씨를 보고도 죽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

 

지웅의 대답에 태욱은 머리를 검지로 긁적였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좋습니다.”

내일 아침에 만나죠.”

그렇게 하죠.”

 

태욱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다 같은 생존자니까요.”

우리는 모두 다 같이 한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이미 추락할 때 두 사람, 그리고 생존하고 난 이후 두 사람이나 죽었습니다. 더 이상의 죽음은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한국으로 가서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이건 우리 모두의 의견이에요.”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지아가 나섰다.

 

우리가 정한 것이고 이건 달라지지 않아요. 우리는 절대로 우리의 손으로 생존자를 어떤 벌도 주지 않을 거예요. 그건 결국 우리들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것을 망가뜨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 알겠습니다.”

 

태욱은 이를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답답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미 저울은 기울었다.

 

강지아 씨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너무나도 확고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우리는 사람을 죽이기 바라지 않아요. 그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일 테니까요.”

또 다른 문제라.”

 

태욱은 지아의 말을 따라하면서 괜히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웅을 보더니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그나저나 참 재미있어요. 멀쩡한 사무장도 있고 그런데 강지아 씨가 하는 말이 더 믿음이 간다니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이 낸 것이지. 나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에요.”

 

지아는 태욱을 노려봤다. 태욱은 입을 쭉 내밀고 묘한 눈으로 지아를 보다가 이내 서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해요.”

뭐가요?”

강지아 씨는 나대도 안 미워.”

뭐라는 겁니까?”

 

지웅이 곧바로 으르렁거렸다. 태욱은 양손을 들고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무섭군요.”

우리쪽 사람을 위협하거나 그러지 마십시오. 우리들은 별로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요.”

 

태욱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명심하죠.”

 

 

 

괜찮아요?”

.”

 

돌아오면서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이 정도를 가지고 위협을 느끼거나 할 이유는 없었다.

 

저 사람도 무서워서 그래요.”

?”

보아하니 그 문제가 일어난 거. 정태욱이라는 사람이 관련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박석구라는 사람이 아무 문제도 없으면 자신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라서. 그래서 그러는 거라고요.”

그렇습니까?”

 

지웅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기자를 하다 보니까 사람들 얼굴 같은 것은 대충 읽을 수 있겠더라고요. 정확하지 않겠지만.”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추분한 겁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을 하기에도 그렇습니다. 정태욱이라는 사람.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분명히 뭔가를 숨기고 그러고 있는 거겠죠.”

그렇겠죠.”

 

지아는 입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는데 텐트에서 윤태가 달려오듯 나와서 그녀를 안았다.

 

왜 그래요?”

너무 안 와서 그러죠.”

?”

 

지아가 민망해서 지웅의 눈치를 살피니 지웅은 눈을 찡긋하고 텐트로 들어갔다. 지아는 윤태를 가볍게 때렸다.

 

뭐 하는 거예요?”

뭐가요?”

아니 옆에 구지웅 사무장도 있는데 뭐 하는 거냐고요. 구지웅 사무장이 도대체 어떻게 보겠어?”

우리가 이러는 거 매일인데. 뭐 새롭게 느끼거나 그럴 게 있겠습니까? 이상한 생각을 하기는.”

이윤태 씨.”

좋아서 그러죠.”

 

지아가 목소리를 높이자 윤태는 입을 쭉 내밀고 지아의 옆에 딱 붙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화 풀린 거죠?”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다행이다.”

 

윤태가 아이처럼 웃자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이상해요.”

뭐가요?”

저쪽 사람들.”

?”

우리랑 성정이 다른 거 같아.”

 

지아는 순간 가볍게 몸을 떨었다. 확실히 무작정 친하게만 지내기에는 다소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아마 우리들을 흩어놓으려고 할 거예요.”

왜요?”

모르죠. 하지만 적어도 저 사람들은 우리처럼 간절하게 이 섬에서 나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거 같아요.”

? 그게 무슨?”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이 섬에 들어온 순간 나가려고 뭔가를 해야 하잖아요. 안 그래요? 누가 들어올 수 있으면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건데. 아무런 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러기는 하네요.”

 

윤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해요.”

 

순간 지아의 표정을 본 윤태가 씩 웃더니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가볍게 이마에 입술을 맞추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더러워요.”

하나도 안 더러워요.”

 

윤태는 지아를 꼭 안고 더욱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아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살짝 내밀었다.

 

앞으로는 나랑 무조건 같이 다녀요.”

왜요?”

서운해서요.”

뭐라고요?”

 

지아는 입을 가리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윤태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는 것이 너무 유쾌한 상황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실이 그렇잖아요. 나 구지웅 사무장하고 강지아 씨가 같이 있는 거 되게 기분이 나빠서 말이에요.”

알았어요.”

 

지아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치한 말이기는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아니 유치해서 더욱 행복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