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장. 밥
“그럼 안녕히 계세요!”
“밝네요.”
면접을 보고 간 사람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 같이 보이던데.
“이 근처 대학에 다닌데요.”
“그래요?”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저런 생활이 있었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하고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었다. 애초에 자신은 저렇게 예쁘지 않았으니까.
“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죠?”
“뭐가요?”
태식이 갑자기 불쑥 얼굴을 들이밀면서 묻자 지우는 미간을 모았다.
“뭐라는 거예요?”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아니에요.”
“부럽다가 아닌데?”
“네?”
이 남자 도대체 뭐라는 거야?
“장지우 씨 예뻐요.”
이 말을 하고 주방으로 향하는 태식을 보며 지우는 볼을 부풀렸다.
“저 사람 도대체 뭐라는 거야?”
“항공권이 이렇게 저렴한 거였어?”
“평소에는 이 가격이 아니지만 지금은 학기 중이잖아요. 학기 중에는 보통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적으니까 가장 저렴하죠. 이것저것 생각을 했을 때 그다지 부담이 없는 사람만 갈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저렴한 거죠.”
“그래?”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의 말은 당연한 거였다. 누구나 쉽게 여행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가고 싶다.”
“가면 되죠.”
“아니.”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서워.”
“뭐가 무서워요?”
“떠나는 게.”
“에이.”
지우의 말에 준재는 입을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 지우의 표정을 보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사장님.”
“한 번도 나는 이 집을 떠난 적이 없는 거 같아. 나는 늘 식당에서 살았으니까. 떠난다는 건 너무 어려워.”
“그렇게 생각하지 마요.”
“왜?”
“그게.”
준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걸까? 누가 힘들다고 하는데 반드시 그러지 말란 이유가 있는 걸까?
“나는 초라하더라.”
“사장님이 왜 초라해요?”
“아까 면접 보러 온. 지유라는 애. 나랑 이름도 비슷한데. 그 애는 너무나도 싱그럽더라. 사람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 있다는 게 너무 이상했어. 신기하고. 나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랬던 적이 있을 걸요?”
“어?”
지우가 놀라서 준재를 쳐다봤다. 그러다 이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거였다.
“나는 뚱뚱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뭐가 중요한 건데? 마른 사람이 당연히 더 예쁜 거잖아.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걸?”
“나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데요?”
준재는 입을 쭉 내밀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은 초라하긴 하네.”
“그렇지?”
역시나.
“그런데 뚱뚱해서 그렇지 않아요.”
이어서 나온 준재의 말에 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뭐가 나를 그렇게 만드는 건데?”
“사장님의 그 마음.”
준재가 자신을 가리키자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장님이 스스로를 초라하다고 생각을 하는 그게 문제라고요. 전혀 그렇게 생각을 할 게 아닌데요. 안 그래요? 사장님은 지금 너무나도 괜찮은 사람인데. 이런 식당을 갖고 있는 사람 없어요.”
“그게 뭐.”
“자신감을 가지라고요!”
준재가 갑자기 목소리를 키우자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준재.”
“이러면 아저씨한테 화가 나지.”
“어? 주태식 씨가 왜?”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장님이 이렇게 자신감을 갖지 못하게 하면 안 되는 거지. 사장님도 더 행복할 거 같아서 아저씨를 고른 건데. 지금 사장님은 전혀 행복하게 보이지 않잖아요.”
“그게 뭐야?”
지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준재가 이런 말을 해주는 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일까?”
“당연하죠.”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준재의 말에 지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런 지우와 다르게 준재는 곧바로 테이블로 향했다.
“하여간 한 번씩 사람 놀라게 한다니까.”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저씨 사장님에게 조금 더 잘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뭐가?”
준재의 말에 태식은 날을 세웠다.
“내가 뭘 못하는 건데?”
“그걸 모르니까.”
“뭐?”
“사장님 자존감 낮아요.”
준재의 말에 태식은 입을 꾹 다물었다. 준재가 굳이 말해주지 않더라도 그 역시 이미 알고 있는 거였다.
“아까 지유라는 사람이 오고 나서 더 그렇게 생각을 하고 혼자서 고민이 많으신 모양이더라고요.”
“지유?”
잠시 멍하니 있던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유가 왜?”
“이름도 비슷한데 예쁘다고.”
“무슨.”
태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까 지우가 애매하게 행동을 할 때 그런 게 아니라고 말을 해줬어야 했던 건데. 자신의 실수였다.
“내가 너무 멍청하네.”
“아저씨 좋은 사람이에요.”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토해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조흔 사람인 거 하지 마요.”
“뭐라는 거야?”
“사장님에게만 좋은 사람이라고요.
“꼬맹이.”
태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선을 넘었어.”
“넘으려고요.”
“뭐?”
“나도 넘을 자격은 있는 거 같아서.”
준재의 말에 태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준재의 말이 묘하게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였다.
“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뭐가요?”
“꼬맹이. 너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알아? 이건 나랑 장지우 씨 사이의 일이야. 네가 뭐라고 할 건 아니라고.”
“아저씨에게 뭐라고 하는 거예요.”
준재는 혀를 살짝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니까 사장님 너무 뭐라고 하지 말라고요.”
“망할 꼬맹이.”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벽에 기대서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너 때문에 내가 진짜 미치겠다.”
“죄송해요.”
“아니야.”
태식은 어색하게 웃었다. 준재에게 이런 식의 말을 들어도 자신은 따로 할 말은 없는 거였으니까.
“내가 잘못한 거지.”
“아저씨가 잘못한 게 아니죠. 다만 아저씨 혼자서 사장님을 반짝거리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나 혼자서 반짝거리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태식은 한숨을 토해냈다. 준재의 말이 옳았다. 자신 혼자서 지우를 반짝거리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뭘 해야 하는 걸까?”
“사장님 여행을 가고 싶어 하세요.”
“여행?”
준재의 말에 태식은 미간을 모았다. 준재가 자신도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같이 가요.”
“식당은?”
“그러게요. 그냥 저는 한 가지 의견을 드린 게 전부에요. 사장님이 뭘 할 수 있을지. 그냥 사장님이 할 수 있는 거에 대해서. 사장님은 그냥 그것에 대해서 하시면 되는 거고. 사장님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요.”
준재의 말에 태식은 입을 쭉 내밀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뭐 하나가 콱 하고 가슴을 누르는 기분이었다.
“망할 꼬맹이 녀석.”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꼬맹이가 하는 말이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기에 뭐라고 할 수가 없는 태식이었다.
“나 진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태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냥 답답했다. 아무리 모든 것을 잘 풀려고 하더라도 그게 쉽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것. 내가 도대체 뭘 할 수가 있다고 이러는 거야.”
그러면서도 지우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밥.”
그냥 밥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우의 곁에서 그녀를 든든하게 지켜주면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밥 같은 사람이라.”
자신이 뭘 할 수가 있는 사람인지. 그런 것을 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까지 다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진짜 지우를 위해서 해야 할 것을 찾아야 하는 거였다.
“도대체 왜 그렇게 똑똑한 거야?”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가늘게 미간을 모으고 한숨을 토해냈다.
“갑자기 무슨 연락입니까?”
“장지우 씨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태식의 말에 원종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지금 나에게 묻는다고요?”
“네. 좋은 친구니까요.”
“이게 무슨.”
원종은 무슨 말을 하려다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뭐가 하고 싶은 건데요?”
“장지우 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걸 지금 저에게 묻는 거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원종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우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주태식 씨가 찾아야 할 걸요? 이건 승부가 아니니까 정확히 갈 수 있는 정답도 없는 거고요. 그쪽이 알아서 해보시죠.”
“알아서.”
“지우가 선택했잖아요.”
원종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그쪽만의 무언가가 있겠죠.”
원종의 대답에 태식은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만의 것. 그게 무엇인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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