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68장. 밥]

권정선재 2017. 5. 22. 23:53

68.

그럼 안녕히 계세요!”

밝네요.”

 

면접을 보고 간 사람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 같이 보이던데.

 

이 근처 대학에 다닌데요.”

그래요?”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저런 생활이 있었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하고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었다. 애초에 자신은 저렇게 예쁘지 않았으니까.

 

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죠?”

뭐가요?”

 

태식이 갑자기 불쑥 얼굴을 들이밀면서 묻자 지우는 미간을 모았다.

 

뭐라는 거예요?”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아니에요.”

부럽다가 아닌데?”

?”

 

이 남자 도대체 뭐라는 거야?

 

장지우 씨 예뻐요.”

 

이 말을 하고 주방으로 향하는 태식을 보며 지우는 볼을 부풀렸다.

 

저 사람 도대체 뭐라는 거야?”

 

 

 

항공권이 이렇게 저렴한 거였어?”

평소에는 이 가격이 아니지만 지금은 학기 중이잖아요. 학기 중에는 보통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적으니까 가장 저렴하죠. 이것저것 생각을 했을 때 그다지 부담이 없는 사람만 갈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저렴한 거죠.”

그래?”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의 말은 당연한 거였다. 누구나 쉽게 여행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가고 싶다.”

가면 되죠.”

아니.”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서워.”

뭐가 무서워요?”

떠나는 게.”

에이.”

 

지우의 말에 준재는 입을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 지우의 표정을 보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사장님.”

한 번도 나는 이 집을 떠난 적이 없는 거 같아. 나는 늘 식당에서 살았으니까. 떠난다는 건 너무 어려워.”

그렇게 생각하지 마요.”

?”

그게.”

 

준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걸까? 누가 힘들다고 하는데 반드시 그러지 말란 이유가 있는 걸까?

 

나는 초라하더라.”

사장님이 왜 초라해요?”

아까 면접 보러 온. 지유라는 애. 나랑 이름도 비슷한데. 그 애는 너무나도 싱그럽더라. 사람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 있다는 게 너무 이상했어. 신기하고. 나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랬던 적이 있을 걸요?”

?”

 

지우가 놀라서 준재를 쳐다봤다. 그러다 이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거였다.

 

나는 뚱뚱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뭐가 중요한 건데? 마른 사람이 당연히 더 예쁜 거잖아.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걸?”

나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데요?”

 

준재는 입을 쭉 내밀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은 초라하긴 하네.”

그렇지?”

 

역시나.

 

그런데 뚱뚱해서 그렇지 않아요.”

 

이어서 나온 준재의 말에 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뭐가 나를 그렇게 만드는 건데?”

사장님의 그 마음.”

 

준재가 자신을 가리키자 지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장님이 스스로를 초라하다고 생각을 하는 그게 문제라고요. 전혀 그렇게 생각을 할 게 아닌데요. 안 그래요? 사장님은 지금 너무나도 괜찮은 사람인데. 이런 식당을 갖고 있는 사람 없어요.”

그게 뭐.”

자신감을 가지라고요!”

 

준재가 갑자기 목소리를 키우자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준재.”

이러면 아저씨한테 화가 나지.”

? 주태식 씨가 왜?”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장님이 이렇게 자신감을 갖지 못하게 하면 안 되는 거지. 사장님도 더 행복할 거 같아서 아저씨를 고른 건데. 지금 사장님은 전혀 행복하게 보이지 않잖아요.”

그게 뭐야?”

 

지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준재가 이런 말을 해주는 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일까?”

당연하죠.”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준재의 말에 지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런 지우와 다르게 준재는 곧바로 테이블로 향했다.

 

하여간 한 번씩 사람 놀라게 한다니까.”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저씨 사장님에게 조금 더 잘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뭐가?”

 

준재의 말에 태식은 날을 세웠다.

 

내가 뭘 못하는 건데?”

그걸 모르니까.”

?”

사장님 자존감 낮아요.”

 

준재의 말에 태식은 입을 꾹 다물었다. 준재가 굳이 말해주지 않더라도 그 역시 이미 알고 있는 거였다.

 

아까 지유라는 사람이 오고 나서 더 그렇게 생각을 하고 혼자서 고민이 많으신 모양이더라고요.”

지유?”

 

잠시 멍하니 있던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유가 왜?”

이름도 비슷한데 예쁘다고.”

무슨.”

 

태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까 지우가 애매하게 행동을 할 때 그런 게 아니라고 말을 해줬어야 했던 건데. 자신의 실수였다.

 

내가 너무 멍청하네.”

아저씨 좋은 사람이에요.”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토해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조흔 사람인 거 하지 마요.”

뭐라는 거야?”

사장님에게만 좋은 사람이라고요.

꼬맹이.”

 

태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선을 넘었어.”

넘으려고요.”

?”

나도 넘을 자격은 있는 거 같아서.”

 

준재의 말에 태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준재의 말이 묘하게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였다.

 

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뭐가요?”

꼬맹이. 너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알아? 이건 나랑 장지우 씨 사이의 일이야. 네가 뭐라고 할 건 아니라고.”

아저씨에게 뭐라고 하는 거예요.”

 

준재는 혀를 살짝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니까 사장님 너무 뭐라고 하지 말라고요.”

망할 꼬맹이.”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벽에 기대서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너 때문에 내가 진짜 미치겠다.”

죄송해요.”

아니야.”

 

태식은 어색하게 웃었다. 준재에게 이런 식의 말을 들어도 자신은 따로 할 말은 없는 거였으니까.

 

내가 잘못한 거지.”

아저씨가 잘못한 게 아니죠. 다만 아저씨 혼자서 사장님을 반짝거리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나 혼자서 반짝거리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태식은 한숨을 토해냈다. 준재의 말이 옳았다. 자신 혼자서 지우를 반짝거리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뭘 해야 하는 걸까?”

사장님 여행을 가고 싶어 하세요.”

여행?”

 

준재의 말에 태식은 미간을 모았다. 준재가 자신도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같이 가요.”

식당은?”

그러게요. 그냥 저는 한 가지 의견을 드린 게 전부에요. 사장님이 뭘 할 수 있을지. 그냥 사장님이 할 수 있는 거에 대해서. 사장님은 그냥 그것에 대해서 하시면 되는 거고. 사장님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요.”

 

준재의 말에 태식은 입을 쭉 내밀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뭐 하나가 콱 하고 가슴을 누르는 기분이었다.

 

 

 

망할 꼬맹이 녀석.”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꼬맹이가 하는 말이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기에 뭐라고 할 수가 없는 태식이었다.

 

나 진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태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냥 답답했다. 아무리 모든 것을 잘 풀려고 하더라도 그게 쉽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것. 내가 도대체 뭘 할 수가 있다고 이러는 거야.”

그러면서도 지우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

 

그냥 밥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우의 곁에서 그녀를 든든하게 지켜주면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밥 같은 사람이라.”

 

자신이 뭘 할 수가 있는 사람인지. 그런 것을 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까지 다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진짜 지우를 위해서 해야 할 것을 찾아야 하는 거였다.

 

도대체 왜 그렇게 똑똑한 거야?”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가늘게 미간을 모으고 한숨을 토해냈다.

 

 

 

갑자기 무슨 연락입니까?”

장지우 씨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태식의 말에 원종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지금 나에게 묻는다고요?”

. 좋은 친구니까요.”

이게 무슨.”

 

원종은 무슨 말을 하려다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뭐가 하고 싶은 건데요?”

장지우 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걸 지금 저에게 묻는 거라고요?”

. 그렇습니다.”

 

원종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우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주태식 씨가 찾아야 할 걸요? 이건 승부가 아니니까 정확히 갈 수 있는 정답도 없는 거고요. 그쪽이 알아서 해보시죠.”

알아서.”

지우가 선택했잖아요.”

 

원종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그쪽만의 무언가가 있겠죠.”

 

원종의 대답에 태식은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만의 것. 그게 무엇인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