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66장. 닭곰탕]

권정선재 2017. 5. 17. 23:04

66. 닭곰탕

생선 사러 갔다가 이게 뭐야?”

닭이 싸서요.”

?”

아니 이 큰 닭이 4천원이더라고요. 말도 안 되잖아요. 이거 내일 식당 메뉴로 내면 될 거 같아서요.”

아니.”

 

준재가 사온 닭을 보고 지우는 어버버하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준재의 손에는 토종닭이 열 마리나 들려 있었다.

 

이거 다 뭐 하게? 이거 뭐 할 건데?”

. 그거야.”

 

준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그건 사장님이 생각을 하셔야죠?”

? 미쳤어.”

닭곰탕 하죠.”

 

태식은 주방에서 나오며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날도 덥고. 사람들이 뭔가 좀 든든한 것을 찾기 시작하는 계절이니까요. 닭곰탕이면 좋을 거 같아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만 믿어요.”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닭곰탕은 집에서 하기 귀찮거든요. 아무래도 한 번에 많은 양을 삶아야 더 맛도 좋고 하니까.”

하지만 이 큰 닭을 열 마리나. 이거 내일 다 안 나가요.”

그냥 국으로 내죠.”

국으로요?”

 

어차피 백반을 내니까 국이 필요하기는 했다.

 

그래도 품이 너무 들지 않아요?”

하나도 안 들어요.”

 

미역국이나 콩나물국에 비해서 은근히 귀찮을 거 같은데 태식이 안 그렇다고 하니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껍질을 다 벗겨요?”

장지우 씨는 껍질이 있는 게 좋아요?”

. 저야 아무래도 좋아요.”

그럼 벗기죠.”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껍질이 들어가면 국물에 기름이 둥둥 떠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먹고 나면 텁텁하기도 하고.”

요리사님이 정해야죠.”

그럼요.”

 

태식은 부지런히 닭을 손질했다. 지우는 그런 태식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홀로 나섰다.

 

 

 

아직도 끓이는 거예요?”

그래야죠.”

너무 오래 끓이는 거 아니에요?”

아니요.”

 

지우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 뼈가 노곤노곤해질 때까지 끓여야 하거든요. 그래야 국물도 더 진하게 우러나고 고기도 맛있어요.”

그래요? 그런데 이거 고기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솥을 들여다본 지우는 입을 내밀었다. 그런 지우의 뒤에서 준재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묘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아니야.”

 

준재의 사과에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살은 발라서 무치면 되는 거니까.”

살을 무친다고요?”

장지우 씨 그거 안 먹어봤어요? 녹색 채소랑 빨간 양념에 해서 닭고기 무치는 거. 그거 하려고요. 그러면 반찬 한 가지가 되니까 오히려 잘 사온 거예요. 꼬맹이 너 잘 했어. 귀찮지 않은 거니까.”

그래요?”

그럼.”

 

태식의 칭찬에 준재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태식은 그런 준재를 보고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먼저 퇴근하게?”

형진이가 맥주 한 잔 하자고 해서요.”

하여간.”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준재가 마치 자신에게서 도망을 가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내일 봐.”

. 내일 뵙겠습니다.”

 

지우는 멀어지는 준재를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뭔가 자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을 붙잡은 기분이었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왜요?”

아니요.”

 

뒤에서 태식이 나타나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우개의 목덜미를 문지르고 식당에 들였다.

 

태식 씨도 어서 가요.”

영화 볼래요?”

? 영화요?”

. 심야 영화도 있고.”

 

지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늦은 시간이었다.

 

지우개 혼자 두기도 그렇고.”

 

지우가 이렇게 말하고 지우개를 쳐다보자 지우개가 한 번 낮게 짖었다. 가도 된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그럼 가죠.”

정말요?”

. 30분만 기다려요.”

 

지우는 이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태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우개의 곁에 앉았다.

 

내가 장지우 씨랑 가도 되는 거지?”

 

지우개는 꼬리를 흔들었다.

 

고마워.”

 

 

 

데이트.”

 

지우는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아니지.”

 

이런 걸 가지고 부끄러워 할 나이가 아니었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팔을 보고 한숨을 토해냈다.

 

너무 굵다.”

 

지우는 입을 쭉 내밀고 카디건을 걸쳤다.

 

 

 

안 더워요?”

안 더워요.”

 

지우의 잔뜩 상기된 얼굴을 보고 물은 거였는데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태식은 입을 내밀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떤 영화를 볼까요? 저 히어로 나오는 거 볼까요?”

. . 좋아요.”

 

지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배에 힘을 주고 있으니 장도 다 꼬이는 기분이었다. 이상한 상황이었다.

 

저 잠시 화장실 좀.”

? 다녀와요.”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태식은 불안불안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 불편한가?”

 

 

 

미치겠네.”

 

배에 준 힘을 풀고 지우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스커트 단추를 풀었다.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이래서 영화를 어떻게 봐?”

 

서있는 것도 이렇게나 힘든데 앉을 생각을 하니 더욱 난처한 지우였다. 예쁘게 보이고 싶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내가 너무 멍청한 건가.”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다시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 해서 억지로 허리 단추를 채웠다.

 

그래.”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어디 불편해요?”

아니요.”

 

낮은 목소리로 묻는 태식의 물음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배가 불편해서 그렇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불편해 보여서요.”

아니요.”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영화하잖아요.”

. 알겠습니다.”

 

태식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우는 살짝 크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툭. 단추가 날아갔다. 지우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안 가요?”

엔딩 크레디트 다 보고요.”

그래요.”

 

자리에서 일어났던 태식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우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가죠.”

그게.”

 

영화가 끝이 났는데 지우가 일어나지 않자 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단추가 날아갔어요.”

?”

치마.”

.”

 

태식은 아차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 대충은 괜찮을 거 같기는 한데.”

일단 로비까지만 가죠.”

. 그렇게 하죠.”

 

지우는 겨우 치마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방이라도 치마가 흘러내릴 것 같았지만 로비까지는 어찌어찌 갈 수 있었다.

 

여기에서 기다려요.”

. 알았어요.”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진짜 나 뭐하는 거니?”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왜 이렇게 멍청한 일을 하는 건지.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편한 걸 입을 걸.”

 

태식이 자신을 좋아해준 이유는 자신이 날씬하거나 그래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은 지금 너무 잘못 생각한 거였다.

 

 

 

여기요.”

미안해요.”

 

태식은 편한 바지 하나를 사왔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향했다. 바지를 입었다. 우스웠다.

 

진짜 뭐냐?”

 

속상했다. 잘 보이고 싶었는데.

 

정말 싫다.”

 

밖으로 나와서 거울을 쳐다봤다.

 

이게 뭐야?”

 

위에는 너무 예쁜 옷. 그리고 아래는 운동복. 정말 보기 싫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집에 가요.”

?”

 

지우의 말에 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

이러고 어떻게 다녀요?”

예쁜데.”

아니요.”

 

태식의 대답에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예쁘지 않아요.”

장지우 씨.”

돌아가요.”

 

지우가 단호히 말하자 태식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종이가방을 건넸다.

 

치마 여기에 넣어요.”

진짜 내가 너무 싫어.”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먼저 앞서 갔다. 그 모습을 보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지우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우의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