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56장. 남으려는 사람들 3]

권정선재 2017. 6. 29. 07:00

56. 남으려는 사람들 3

뭐하는 거야?”

너야 말로 뭐하는 거니?”

 

영애의 반문에 영부인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이리저리 몸을 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네가 지금 누리고 있는 그 많은 것들. 누가 만들어준 거라고 생각을 해? 내가 만든 거라는 거 모르니?”

엄마.”

다 내가 한 거야.”

 

영부인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 아버지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니? 아니. 그 사람 아무 것도 할 줄 몰라.”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내가 왜 모르니?”

 

영부인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나는 대통령이 되는데 실패했어. 하지만 그건 내가 여성이라서 그런 거야.”

아니.”

 

지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영부인은 여성이라서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게 아니었다. 너무 이기적이어서 불가능한 거였다.

 

내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아니? 하지만 네 할아버지는 나를 전혀 정치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았어.”

엄마가 이기적이니까.”

?”

 

영애의 말에 영부인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그게 무슨 말이니?”

엄마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아빠에 대한 그저 원망. 그거 하나로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게 하는 거잖아.”

아니.”

 

영부인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멀리 담배 연기를 뿜으며 숨을 크게 쉬었다.

 

그런 거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알아?”

?”

돈이 우선이야.”

?”

 

지희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사람을 구하는데 돈 이야기가 우선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돈?”

그럼 돈이 안 중요해?”

안 중요하지.”

.”

 

영애의 말에 영부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영애를 보고 씩 웃었다.

 

딸도 곧 알게 될 거야. 사람들은 무조건 옳은 일에 나서지 않아. 아니지.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게 다른 거지.”

뭐라고?”

어쩔 수 없는 거야.”

 

영부인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게 무슨.”

 

지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나가야겠다.”

?”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

됐어.”

 

지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영부인을 바라보며 서늘하게 웃고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뭘 원하건 나는 엄마 인형이 아니야.”

.”

됐어.”

 

지희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영부인은 서러운 눈으로 방문을 노려봤다. 그리고 이내 서늘하게 아랫입술을 물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러게요.”

 

기쁨의 물음에 재율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나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 걱정이 없어요?”

.”

 

재율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할 게 뭐가 있어요?”

뭐라고요?”

그런 거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거 없잖아요. 그렇게 걱정이 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거죠.”

.”

 

재율의 간단한 말에 기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그래요?”

뭐가요?”

 

재율은 자리를 바로 잡아서 물끄러미 기쁨을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런 걸 왜 나에게 물어요?”

?”

누나는 나가려고요?”

나가야죠.”

 

기쁨의 말에 재율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왜 그래요?”

나는 안 나가려고요.”

뭐라고요?”

무서워요.”

 

재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는 나간다고 해서 살아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적어도 이 섬은 우리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사람들도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알겠죠.”

안다고요?”

 

기쁨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누가 아는데요?”

모두요.”

그런데 안 온다고요?”

. 안 오는 거죠.”

 

재율이 힘을 주어 말하자 기쁨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요.”

 

재율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지금 여기에 있었던 것이 한 달 보름이에요. 그런데 그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누군가가 우리를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 우습지 않아요?”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죠.”

희망이라.”

 

재율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래도 나갈 거예요.”

그러면 나가요.”

그러려고요.”

 

기쁨은 재율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가슴이 괜히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재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히 나가세요.”

그러려고요.”

 

재율은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기쁨은 그런 재율을 한 번 더 보더니 서늘한 표정을 짓고 돌아섰다.

 

 

 

나갈 거라고요?”

. 나가야죠.”

 

지아는 멍한 표정을 하고 기쁨을 쳐다봤다. 기쁨은 자신과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왜요?”

? 아니.”

내가 싫어요?”

아니요.”

 

기쁨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그냥 지금 표정이 안 좋아서요.”

그냥 생각도 하지 않아서요. 다른 사람들이 안 나갈 거라고 생각을 해서. 이렇게 와준 게 고마워서요.”

정말 고마운 거죠?”

. 그럼요.”

 

기쁨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믿음이에요.”

?”

강지아 씨를 믿는다고요.”

나를요?”

. 믿어요.”

왜요?”

그냥 믿어요.”

 

기쁨의 말에 지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말이었다.

 

 

 

언니는 어떻게 할 거야?”

?”

나갈 거야?”

모르겠어.”

 

시인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뭘 선택해야 할지. 어떤 것이 답일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어서 답답했다.

 

내가 믿는 것. 지금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게 진짜일지. 아니면 가짜일지 모르는 거니까.”

나는 안 가고 싶어.”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내밀고 가볍게 시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면 안 나가면 되는 거지.”

하지만 시우는 나간다며?”

그런데?”

나도 나가야지.”

 

시안은 가볍게 몸을 떨고 고개를 저었다.

 

시우가 나가면 나도 나가야 해. 시우가 이 섬에서 안 나갈 수는 없는 거니까. 우리도 나가야지.”

그러지 마.”

 

시인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선택을 하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면 시우를 원망할 거였다.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라시안. 네가 너를 믿으면 되는 거야. 네가 너를 선택하면 되는 건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나는 한 번도 그런 적 없잖아.”

 

시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언니. 나는 시우 하나 지키기 위해서 이 여행을 같이 온 거야. 언니도 알고 있잖아. 그런데 내가 이 상황에서 시우 없이 도대체 뭘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거 아니잖아.”

시안아.”

나는 나갈래.”

 

시안의 말에 시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미간을 모으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답답했다. 시안이 망가진 것 같았다.

 

네가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

?”

너를 더 생각해. 네가 우선이야.”

아니.”

 

시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시우가 우선이야.”

시안아.”

그런 표정 짓지 마.”

 

시인이 자신을 안쓰럽게 보자 시안은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왜 그래?”

네가 불쌍해서 그래.”

내가 뭐가 불쌍해?”

 

시안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그런 동정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언니는 남을 거야?”

.”

 

시인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