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58장. 그들의 선택 2]

권정선재 2017. 7. 1. 12:00

58. 그들의 선택 2

언제부터 알았을까?”

처음부터.”

그래?”

 

재호의 말에 영부인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을 너무 무시한 것일까? 영부인은 입을 내밀었다.

 

그런데 왜 말을 안 했어?”

아빠에게 아들이 있는 게 싫었으니까.”

그래.”

 

영부인은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나도 싫었어.”

하지만 나는 달라.”

뭐가?”

고의적으로 아빠랑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지 않았으니까. 그건 엄마에게 권리가 없는 일이야.”

권리라니.”

 

영부인은 가볍게 몸을 떨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을 가지고 권리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우스웠다.

 

나는 그 사람의 아내야. 내가 그 사람의 아내라는 것은 내가 그 정도 권리를 할 수도 있다는 거고. 그 사람이 먼저 신의를 저버린 건데. 도대체 내가 왜 잘못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니?”

잔인하니까.”

 

재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빠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이용한 엄마도 이상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 거니까.”

?”

네 아빠는 내 거야.”

 

영부인은 이를 드러내고 서늘하게 웃었다.

 

아들 모르니? 네 아빠는 내가 아니었으면 그 자리까지 가지 않았어. 누가 시민운동가 출신의 변호사를 유능한 의원으로 만들고. 두 번째로 젊은 대통령으로 만들었겠니? 다 내가 한 거야.”

엄마. 그런 거 아니야. 아빠가 스스로 노력한 것도 많아요. 그리고 설사 엄마가 다 만들었어도 이건 아니야.”

 

재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사과해.”

누구에게?”

아빠랑 누나.”

아니.”

 

영부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어.”

엄마.”

내가 지금 사과한다는 것은 그 말도 안 되는 인간이 이 집에 들어온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거야.”

그러면 안 돼?”

?”

 

아들의 말에 영부인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도대체 아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너는 괜찮니?”

아니요.”

 

재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학교에 가면 매일 같이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러니까 더 빨리 끝이 나야 해요. 그냥 털고 가면 차라리 조용할 거라고. 그런데 이게 계속 따라오니까.”

결국 잊을 거야. 모두.”

 

영부인의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모두가 다 그랬으니까.”

아니요.”

 

재호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잊을 일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건 사람들이 살아있어요.”

그 큰 배에 아이들이 문을 두드려도 죽였어.”

그건 죽인 게 아니라 그 정부가 미친 거지.”

아무튼.”

 

영부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느 새 영부인의 얼굴에 여유 같은 것은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영부인의 표정은 간절해졌다.

 

아들 제발 그러지 마. 아들까지 없으면 엄마는 견딜 수가 없어. 네 누나가 아빠 편을 들면 너라도 내 편이어야지.”

이게 편의 문제야?”

그럼.”

아니.”

 

재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누구의 편이고 자시고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건 따질 게 아니었다.

 

엄마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나도 엄마를 떠날 거야. 엄마가 뭐라고 하건. 나도 엄마를 떠날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재호는 이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영부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 이내 고함을 질렀다.

 

다들 왜 나에게 이래!”

 

그저 잘 하려고 한 것이었다. 이 가정을 잘 지키려고 한 거였다. 이 가정을 망친 것은 남편이었다. 하지만 모두 그녀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럴 수 없었다.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네요.”

그러게요.”

 

세라의 말에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렇게 지워진 섬이 될 수 있을까요?”

신기하죠?”

그러니까요.”

뭐야?”

 

서준이 같은 대답으 하자 세라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서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여태 우리가 살아있는 것을 보면 아예 운이 없거나 그런 것은 아닌 거 같은데 말이죠.”

그렇죠.”

 

세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비행기 사고는 이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했다.

 

누군가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러기는 하지만 원래 비행기 사고가 나면 거의 다 사망이에요.”

그래요?”

당연하죠.”

 

세라는 미간을 모으고 가볍게 몸을 떨었다.

 

뭐 책에서 배운 게 다지만.”

그렇군요.”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운이 좋다는 생각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았는데 좋은 거였다. 확실히.

 

그런데 왜 그렇게 돌아가려고 해요?”

?”

 

갑작스러운 세라의 물음에 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유가 필요해요?”

필요하죠.”

 

세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자신은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또 다른 고통일 거였다.

 

나는 가기 싫어요.”

왜요?”

사람들에게 시달릴 거니까요.”

시달려요?”

당연하죠.”

 

세라는 한숨을 토해내며 가볍게 몸을 떨었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모두 물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차석우 씨의 죽음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 거겠죠.”

.”

죽었으면 좋겠어.”

 

세라는 갑자기 주먹을 세게 쥐고 고개를 저었다.

 

임길석 그 사람 사라지기 바라요.”

그러지 마요.”

 

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 나쁜 사람 때문에 이세라 씨가 같은 사람이 되려고 그래요? 그럴 이유 없어요.”

그래도 너무 화가 나잖아요.”

 

세라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서준의 말이 옳았지만 그러면서도 화가 나는 것은 어절 수 없었다.

 

만일 그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거고. 사람들 사이가 갈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아니요.”

 

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이 우리들을 더 뭉치게 해준 거예요.”

뭐라고요?”

공통의 적이잖아요.”

공통의 적이라니.”

 

세라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서준의 말의 의미를 알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일단 기다려요. 누구라도 오겠죠.”

그렇죠.”

 

하루하루 더 커진 SOS 표시를 보며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대단해요.”

뭐가요?”

나는 솔직히 그거 그만 할 줄 알았거든요.”

.”

 

세라가 자신의 SOS를 가리키자 서준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이렇게 계속 할 줄 몰랐다.

 

이 정도는 되어야 누가 확인을 하죠.”

그렇죠.”

 

세라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라도 먼저 그들을 구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당연한 거였다.

 

이러지 않으면 아무도 못 볼 걸요?”

그러려나?”

 

세라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원망스럽다.”

왜요?”

아무도 안 오니까요.”

그러게요.”

 

세라의 대답을 듣고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군기라도 하나 지나갈만 한데 그나마도 없었다.

 

이렇게 버려진 섬이 있을 수 있을까요?”

있죠.”

 

세라는 잠시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본토에서 먼 섬들이라면 별로 경제성이 있지 않으니까요. 항구나 공항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효율적이에요. 이곳에서는 물을 구하는 것도 아주 쉬운 편은 아니고 그리 큰 섬도 아니고요.”

그러겠네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순간 뒤에서 무슨 인기척을 느낀 것 같아서 놀란 표정을 하고 돌아봤다.

 

왜 그래요?”

아니요.”

 

세라가 걱정할 것 같아서 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잘못 느낀 것일 거였다.

 

이 섬을 우리끼리라도 탐험할까요?”

아니요.”

 

세라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어싿. 서준도 그런 세라를 보고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그 위화감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그저 기다리는 것.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서준이 생각하는 것과 다소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준은 침을 삼켰다.

 

 

 

그 정도로 충분하겠어요?”

. 그럼요.”

 

지웅은 지아가 챙긴 짐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디로 가려는 건데요?”

새로운 섬으로 가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적어도 이 섬에서는 전파가 터졌다는 거니까 다른 섬에서는 더 가까울 수도 있고요.”

그렇군요.”

지금 그게 무슨 말이죠?”

 

갑자기 진아가 끼어들자 지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아를 응시했다.

 

전화기를 가지고 갈 거에요?”

당연하죠.”

아니요.”

 

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러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 죽어요.”

무슨 말이에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대충 넘기려고 했지만 진아는 단호했다. 지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 미간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