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장. 남으려는 사람들 2
“그럼 이제 나랑 윤태 씨. 그리고 강봄. 또 라시우. 이렇게 네 사람이 가는 거네요. 너무 적은 건가?”
“그러게요.”
윤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무슨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그렇죠?”
너무 적은 수의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가야죠.”
윤태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말하자 지아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웠다. 이런 믿음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가다 죽을 수도 있어요.”
“이미 죽은 거 살렸다니까.”
“그래서 이윤태 씨 목숨이 내 거다?”
“물론이죠.”
윤태는 장난스럽게 경례를 덧붙이며 대답했다. 지아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고마웠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뭐야?”
지아는 눈을 흘기며 고개를 저었다.
“아주 고백이 헤퍼.”
“뭐 그래도 사랑해요.”
“치.”
지아는 볼을 살짝 부풀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사랑해요.”
지아는 고개를 돌렸고 윤태의 입술이 부드럽게 다가왔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겁고 열정적인 입맞춤이었다.
“정말로 안 나가실 거예요?”
“어?”
갑작스러운 나라의 물음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나라 씨.”
“걱정이 되어서요.”
나라의 말에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그래?”
“이 섬에 더 있는다고 해서 우리에게 다른 기회가 생기는 게 아닌데, 나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뭐라고?”
진아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에서 나간다는 것은 그냥 죽겠다는 의미랑 다를 게 없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지만.”
“나라 씨. 자기는 그냥 승객이 아니잖아. 승무언이잖아. 아무리 첫 비행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흔들리면 안 되는 거야. 사람들이 더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거라고.”
“뭐가 합리적인 건데요?”
“뭐?”
나라의 물음에 진아는 침을 삼켰다. 나라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어색하기 웃었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유나라 씨.”
“저는요. 이 섬에 있는 것이 사람들을 가장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면요?”
“뭐라고?”
“이 섬에 있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 사실은 승무원님도 아시는 거 아니에요?”
“그건.”
“선배님. 나는 나갈래요.”
나라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표정이었다.
“진심이야?”
“네.”
진아가 다시 물었지만 나라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었다. 나가는 것이 더 나을 거였다.
“어차피 이곳에 머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잖아요. 혹시라도 우리가 구조가 될 거라는 희망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무조건 이 섬을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을 해요. 그게 옳아요.”
“옳다니.”
진아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이런 일을 처음 당한 것이니 뭐가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섬에 머무는 것이 나았다.
“우리 지금 운이 좋았어.”
“또 좋을 수도 있죠.”
“뭐라고?”
“선배 저는 나갈래요.”
나라는 말을 하면 할수록 더 확신에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자신에게 옳은 거였다. 그래야 하는 거였다.
“나가요.”
“유나라 승무원.”
“무슨 일이야?”
텐트로 돌아온 지웅을 보며 진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는 한숨을 토해냈다.
“유나라 승무원이 이 섬을 떠나는 쪽으로 가겠대요.”
“그래?”
지웅은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렇게 해.”
“네?”
“선배.”
지웅의 대답에 나라와 진아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내가 왜 잡아?”
“하지만 위험해요.”
“아니.”
진아의 말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디가 더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그런 것은 아무도 몰랐다.
“우리는 그 섬에 이세라 승무원도 두고 왔어. 결국 한 승무원이라도 승객을 따라 다녀야 해.”
“그게 무슨?”
진아는 머리를 마구 헝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너무 위험했다.
“선배님도 아시잖아요. 한 섬에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모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세요?”
“알지.”
지웅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구조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고 정답이었다.
“저희보다 더 오래 비행을 하셨잖아요. 그리고 모든 걸 다 이사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두 다 알고 계시면서. 그 모든 걸 다 아시면서 도대체 왜 그러세요?”
“내가 아는 건가?”
“뭐라고요?”
“나는 그저 배운 거야.”
지웅은 가볍게 어개를 으쓱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건 책 속에 있는 지식일 뿐이었다.
“나는 아무 것도 몰라.”
“선배.”
“내가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지웅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라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도 승무원이네.”
“선배님.”
나라는 감동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진아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위험한데 나라를 그냥 보낸다고요? 그거 말이 안 되는 거죠. 안 그래요?”
“그럼 자기도 가.”
“네?”
“내가 남을게.”
지웅의 말에 진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가라니.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선배님.”
“그러면 자기가 남을래.”
“왜 그러세요?”
“나는 이 섬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지웅은 전화기를 보이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난 번 우리가 문자메시지를 받은 이후로 아무런 반응이 없어. 신호가 아예 뜨지도 않아.”
“그래서요?”
“이 근처에 섬이 더 있어.”
“안 돼요.”
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흩어지면 흩어질수록 더 어려운 일이 벌어질 거였다.
“그러다가 그 누구도 구조를 받지 못하면요? 그리고 저 바다를 다시 나가는 거 너무 위험하잖아요.”
“안 위험할 수도 있지.”
“선배님.”
“오히려 이 섬에 있다가 사람들이 구루병으로 죽을 가능성이 더 클 거 같은데? 뭐 해는 충분하니까 괴혈병인가? 아무튼 이곳은 채소나 과일이 부족해.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안전할 수 없어.”
“하지만.”
“차라리 원래 섬으로 가던지.”
지웅의 표정이 꽤 단호해서 진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러려고 지웅에게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선배님까지 그러시면 안 되는 거죠.”
“왜?”
“네?”
“왜 안 되는 겁니까?”
“아니.”
지웅의 태연한 반응에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성진아 승무원도 그런 걸 선택해요.”
“아니요.”
진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남을 거예요.”
“그럼 남아요.”
지웅은 진아를 보며 씩 웃었다.
“대신 다른 사람이 못 가게 하지 마요.”
“선배님.”
“정답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누구 하나 정답인 것처럼 그런다는 거 너무 우스운 일이 아닙니까?”
지웅은 나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는 지웅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이제 자시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거였다.
“엄마 어떻게 할 거야?”
“뭘?”
갑자기 방에 들어온 지희의 물음에 영부인은 입을 내밀었다.
“아빠 말이야.”
지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그렇게 둘 거야?”
“내가 네 아빠에게 뭘 하기라도 했니?”
“엄마!”
지희가 고함을 지르자 영부인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시끄러워.”
“도대체 왜 그래?”
지희는 영부인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엄마 그러니까 사람들이 엄마를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 거야.”
“뭐?”
딸의 말에 영부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에게 모든 건 정치거든.”
지희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그 사람들이 사람으로 안 보이잖아.”
“뭐?”
영애의 지적에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는 모든 게 다 정치잖아.”
“그럼 아니니?”
“아니지.”
지희는 단호히 대답하며 영부인을 노려봤다. 영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여유로운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딸의 뺨을 때렸다. 엄처난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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