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장. 그들의 선택 1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뭐가?”
도혁의 물음에 태욱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내 의사가 중요해?”
“아니.”
도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 일은 각자 선택하는 게 우선일 거였다.
“네가 뭘 선택을 하건 내 선택이 달라지지 않겠지.”
“그래.”
태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우리가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네.”
“뭐라고?”
태욱의 말에 도혁은 미간을 모았다.
“그걸 모른다고?”
“응.”
태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왜 그렇게 이기적으로 구는 건지 모르겠어. 결국 너도 나랑 같은 입장이면서 왜 나만 나쁜 사람 취급을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도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적시며 태욱을 노려봤다.
“네가 친구를 어떻게 만들었는데?”
“아직도 그 이야기야?”
“뭐?”
“그래서 너는 나를 버릴 거잖아.”
“그게 무슨?”
“너는 나랑 다른 일을 하는 거야?”
태욱의 질문에 도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태욱은 곧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서 고개를 흔들었다.
“뭐 너는 나보다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겠지. 그래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 거고.”
“이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문제가 아니야.”
병태는 한 마디 보태며 미간을 모았다.
“애초에 태욱이 네가 석구 문제를 그렇게 풀지 않았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거야. 결국 네가 모든 문제를 일으킨 거면서 도대체 누구 탓을 하는 거야? 우리 두 사람이 문제라는 거야?”
“아니.”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맞았다.
“석구를 가지고 그런 장난을 하면 안 되었던 거야.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고 있으면서 말이야.”
“알고 있어?”
태욱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그럴 줄 몰랐다는 걸 말이야.”
“가능성이 낮다는 거군요.”
“네. 낮습니다.”
지아의 대답에 도혁은 미간을 모았다.
“그런데 왜 나가려고 하는 거죠?”
“그래도 이 섬에서 우리가 구조가 될 가능성보다는 나가는 쪽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믿으니까요.”
“믿는다.”
도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런 종류의 문제는 모두 믿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건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요?”
“생기길 바라시나요?”
“아니요.”
도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죠.”
옆에서 듣고 있던 윤태가 한 마디 거들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답이 정해진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이 아니잖아요? 그냥 어떤 순간에 따른 선택. 그리고 그 결과. 어떤 것이 정답인지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요. 당연한 거잖아요.”
“그렇죠.”
도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였다. 그렇기에 더욱 답답하고 복잡한 거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나간다.”
“네. 나갈 겁니다.”
도혁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복잡한 문제였다.
“정말 데리고 나갈 겁니까?”
“간다고 하면 가야죠.”
“나는 내키지 않아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도혁 일행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일단 저 사람들은 자기들끼리의 입장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되고 있어요. 그리고 한 사람은 미쳤고요.”
“그냥 정신병이 있는 거예요.”
윤태의 말을 정정하며 지아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버릴 권리는 갖고 있지도 않고요. 모든 건 각자의 선택이에요.”
“선택이겠죠.”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지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따를 수도 없었다.
“너무 위험해요.”
“그렇다고 우리가 저 사람들을 놓고 갈 권리가 있어요?”
“강지아 씨.”
“괜찮아요.”
지아는 윤태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예요.”
“강지아 씨.”
“진짜에요.”
윤태는 겨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를 믿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그 뜻을 따르는 것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바로 이렇게 어깃장을 놓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미안해요.”
지아의 사과에 윤태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지아가 사과를 하거나 그럴 종류의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저는 그저 강지아 기자님을 따라갈 따름이에요. 이걸 가지고 사과를 하거나 그럴 이유는 없어요.”
“그래도요.”
“아니요.”
윤태는 해맑게 웃으며 지아를 곡 안았다.
“아무 걱정하지 마요.”
“고마워요.”
지아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이렇게 믿어준다는 거 정말 좋아요.”
“에이.”
윤태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걸 가지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나는 우유부단해서 이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잘 모를 거예요. 그런데 강지아 기자님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해주는 거니까. 나는 그 선택만 따르면 되는 거라고요.”
“그런 게 어디에 있어요?”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다 자신만의 생각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윤태 씨가 아니라면 나 진작 지쳤을 거야.”
“더 지쳐도 돼요.”
“네?”
“혼자 다 하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지아는 단호히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누구라도 한 사람이 제대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거였다.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아니라고 해도 해야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더더욱 해야만 하는 거였다.
“나처럼 잘하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렇죠.”
윤태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
“그 미소 뭐야?”
“뭐가요?”
“수상해.”
“에이.”
윤태는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씩 웃으면서 그런 윤태의 가슴에 기댔다.
“이윤태 씨 몸 좋아진 거 알아요?”
“나 원래 좋았는데?”
“그런 몸 말고요.”
지아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전에는 그냥 관상용? 그냥 몸이 좋다? 뭐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많이 단단해졌어요.”
“그런가?”
거울이 없으니 몸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지아가 말을 하는 것을 들으니 정말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거 같기도 해요.”
“매일 물고기를 잡아야 하고, 수영도 하니까.”
“그렇죠.”
아직 다행히 물은 차갑지 않았으니까. 지아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뭔가 답답한 기분이었다.
“우리 몸은 이곳에 적응하는 거 같아요.”
“에이. 적응은요?”
“그렇잖아요.”
지아는 자신의 몸을 쳐다봤다. 전에는 해 아래 있으면 붉게 익고 껍질이 벗겨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나도 피부가 두꺼워졌어요.”
“그런가? 하긴 근육도 붙은 거 같아요.”
“그렇죠?”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 같았지만 결국 모든 게 달라지는 거였다.
“앞으로 뭐가 더 얼마나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더 이 섬에 적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갈 거예요.”
망설이는 지아를 보며 윤태는 힘을 주어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요.”
“그래도 되는 거죠?”
“왜 이렇게 약한 소리에요?”
“무서워요.”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로 이 섬에 나갈 수 있는 건지 아무 것도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두려워.”
“강지아 씨.”
“너무 그런 표정은 짓지 말고요.”
윤태가 자신을 보고 안쓰러운 표정을 짓자 지아는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윤태는 지아를 보고 따라웃었다.
“결국 우리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오롯이 우리의 선택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문제니까요.”
“그렇죠. 우리의 선택이지만 우리의 선택이 아니니까.”
섬은 점점 더 그들을 지치게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갈 거에요.”
“그래야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살아남을 거였다. 그래서 이곳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거였다.
“엄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재호의 물음에 영부인은 도도한 목소리로 답했다.
“엄마.”
“아들까지 그러지 마.”
재호가 자신을 차갑게 주르자 영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들까지 그러면 엄마가 되게 잘못한 사람 같잖아. 엄마도 피해자야. 아들도 그거 알고 있잖아.”
“무슨 피해자?”
“그럼 피해자가 아니야?”
영부인은 입을 쭉 내밀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평생 믿던 남편이 그런 식으로 나를 배신한 것을 알았는데. 그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 안 되는 거지. 안 그래?”
“엄마도 알고 있었잖아.”
“뭐?”
“아니야?”
재호의 물음에 영부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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