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54장. 남으려는 사람들 1]

권정선재 2017. 6. 28. 00:29

54. 남으려는 사람들 1

너 괜찮아?”

?”

 

갑자기 방에 들어온 재희의 말에 재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문제도 없었다.

 

왜 그래?”

뭐가?”

누나까지.”

그냥.”

 

재호가 대충 농담으로 넘기려고 하자 재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누구 편이야?”

?”

엄마랑 아빠.”

에이.”

 

재호는 웃음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굳이 엄마랑 아빠 사이에서 편을 두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누나도 지금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거 아니야? 아빠가 대통령이라고 해도 그건 달라지지 않아.”

그렇지.”

 

재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빠가 대통령인 것과 다르게 엄마가 영부인인 것은 문제였다.

 

엄마가 아빠를 방해하는 거 같아.”

?”

 

재호가 눈썹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누나.”

아빠는 아빠 아들을 찾기 원해.”

아빠 아들이라.”

 

재호는 재희가 한 말을 따라하며 한숨을 토해냈다. 굉장히 이질적이고 낯설게 들리는 단어였다.

 

누나는 그런 게 아무렇지도 않아?”

.”

 

재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거 아무렇지도 않아.”

어째서?”

그건 아빠의 일이니까.”

누나. 그게 무슨?”

아빠의 일이야.”

 

재호가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재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재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래서 너는 아빠가 자신의 아들을 여태 숨기고 산 것이 불쌍하시지도 않아? 너는 아무렇지 않아?”

그게 왜 불쌍해?”

 

재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재호의 목소리가 떨리자 재희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재호와 자신의 입장은 달랐다.

 

아무튼 나는 아빠가 그 아들을 찾기 바라.”

나는 싫어.”

?”

그 사람이 나타나면 우리 가족은?”

 

재호의 말에 재희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망가질 거야.”

 

재호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더 이상 이 가족이 망가지는 것은 자신도 볼 수 없었다.

 

누나도 선택해.”

?”

어느 쪽인지.”

어느 쪽이라.”

 

재희는 턱을 검지로 두드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빠.”

?”

아빠를 응원해.”

누나. 그게 무슨?”

 

재호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애초에 엄마랑 누나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그거 배신이야.”

무슨 배신?”

누나. 알잖아.”

뭘 알아? 그 사람들이 국민이라는 생각은 있니?”

?”

 

잠시 멍하니 있던 재호는 곧바로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가 누나를 의원으로 만들 거라고 하던데. 그게 아예 틀린 소리는 아니었던 모양이네. 그런 말을 다 하고.”

나는 그런 거 관심 하나도 없어.”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

사람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니까.”

 

재희의 무섭도록 차가운 목소리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국민이라고 해도 이건 싫었다.

 

용납할 수 없어.”

네가 하는 게 아니야.”

뭐라고?”

너는 그 사람들을 구할지. 구하지 않을지. 그 사람들에 대해서 판단할 수 없어. 그건 정치가 아니야.”

그럼 뭔데?”

인류애?”

 

재희는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다 이내 얼굴에서 미소를 지운 후 입을 다물었다.

 

네 입장은 그렇다는 거지?”

그래.”

좋아.”

 

재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네.”

?”

나도 나가야지.”

?”

 

재호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재희가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나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서 뭘 하려고? 우리 식구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재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더 중요해.”

?”

우리 가족은 늘 안전했으니까.”

 

재희의 말에 재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나는 나갈게.”

저기.”

 

나가려는 재희를 재호가 붙잡았다.

 

정말로 집을 나가려는 건 아니지?”

일단 생각을 좀 해볼게.”

 

재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호는 한숨을 토해낸 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아무리 누나라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냐고.”

 

재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복잡했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언니는 어떻게 할 거야?”

그러게.”

 

시안의 물음에 시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시우를 혼자 보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했다.

 

나는 시우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 우리 두 사람이 시우를 설득해서 떠나지 않게 하기를 원해.”

그렇지?”

 

시안의 얼굴이 곧바로 밝아졌지만 시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후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어.”

무슨 자격?”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언니가 자꾸 그러니까 시우가 그러는 거야. 이 상황에서 누가 시후를 지킬 건데? 시후가 안전하고 해야 하는 거잖아.”

누가 우리에게 그럴 권리를 줬니?”

?”

우리 스스로 하는 거잖아.”

무슨.”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누구 하나 시킨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포기할 수도 없었다.

 

나에게 시우는 중요해.”

알아.”

그런데?”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고 미간을 모았다.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시우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시우는 우리가 아니면 지켜줄 사람이 없어.”

애 아니야.”

애지. 왜 아니야? 겨우 스물이야.”

 

시안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니 그러지 마.”

시안아.”

언니가 그러니까 시우가 자꾸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거야. 벗어나려고만 하는 거라는 걸 몰라?”

네가 그래서 더 엇나가는 거야.”

?”

 

시인의 말에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한 적이 없기에 너무 당황스러운 시안이었다.

 

언니.”

시우는 지금 우리에게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거야. 그거 어떤 것이던지. 그건 우리가 만든 거야.”

아니.”

맞아.”

 

시안은 당황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시인은 단호했다.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누나들은요?”

내 결정이에요.”

 

시우의 말에 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자신도 뭐라고 말을 할 것은 없었다.

 

그래요.”

싫어요?”

?”

누나들이 허락하지 않으면 저를 데리고 가지 않으실 거예요?”

아니요.”

 

시우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이유는 없었다. 시우는 시우가 스스로 결정하는 일을 따를 자격이 있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요?”

고맙습니다.”

 

시우의 인사에 지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뭐가 고마워요?”

누나도 말릴 줄 알았거든요.”

에이.”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자신은 시우를 말릴 자격이 없었다. 모든 건 시우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다른 사람들이 다 반대할 때 나도 남아야 하는 걸요? 이건 각자의 선택인 거예요.”

그렇죠?”

그럼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할 수도 있어요.”

알아요.”

 

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긴장되기는 하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거예요.”

좋아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이 바뀌어도 괜찮아요.”

?”

혹 생각을 더 하고 안 가도 된다고요.”

아니요.”

 

지아의 제안에 시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것도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였다.

 

무조건 갈 거예요.”

그래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는데 그녀가 더 뭐라고 할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