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52장. 나가려는 사람들 2]

52장. 나가려는 사람들 2

“나는 그럼 안 나갈 거예요.”

 

지웅의 설명을 들은 진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뭐예요?”

“진영아.”

“싫어.”

 

봄의 설득에도 진영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아니 모든 사람이 다 나가도 저 바다에서 괜찮을 수 있을지 몰라요. 그런데 누군가가 이 섬에 남는다면. 나는 차라리 이 섬에 남는 쪽을 선택할래요. 그게 더 나은 확률을 가질 테니까요.”

“무슨 확률?”

“어?”

 

봄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진영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저었다.

 

“너도 알잖아.”

“뭘?”

“강봄.”

“나는 나갈 거야.”

“너는 나가.”

 

진영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을 거야. 이 섬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거 아니야? 그런데 나는 위험한 상황에 도박을 걸지 않을 거야. 그거 너무나도 무서운 거니까. 나는 남을 거야.”

“하지만.”

“싫어.”

 

봄이 다시 설득하려고 했지만 진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가도 되는 거죠?”

“뭐라고?”

 

봄은 진영을 보지 않고 지웅을 쳐다봤다. 지웅은 잠시 망설이다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좋아요.”

“너 미쳤어?”

 

진영이 봄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뭐 하자는 거야?”

“뭐가?”

“나랑 같이 행동해야지.”

“아니.”

 

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었다. 이 섬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잡을 거였다.

 

“내가 왜 너랑 같이 행동해야 하는 건데?”

“뭐라고? 우리는 친구잖아. 여태 같이 생존을 했는데. 이제 와서 다르게 행동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거야?”

“말이 안 될 건 뭐야?”

“뭐라고?”

“말이 안 될 것도 없어.”

 

봄의 태도는 너무나도 단호했다.

 

“나는 나갈 거야.”

“봄아.”

“나는 이 섬에 더 있기 싫어.”

 

봄의 태도는 그 어느 순간보다 단호했다. 지웅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침을 삼켰다.

 

 

 

“나는 나갈 거야.”

“뭐?”

 

시우의 말에 시안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섬에 있는다고 해서 누가 우리를 구해줄 거라는 확신이 없잖아. 그런 거라면 나는 이 섬을 떠날 거야.”

“라시우.”

 

시안은 시우의 손을 꼭 잡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막냇동생과 다른 선택을 해서도 안 되는 거였고 할 수도 없었다.

 

“나랑 언니는 여기에 남을 거야. 그런데 우리가 너만 다른 섬으로 아무렇지 않게 보낼 거 같아?”

“응.”

“뭐라고?”

“내가 결정한 거니까.”

“시우야.”

 

시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시우를 부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뭘?”

“네가 그러면 우리 두 사람이 뭐가 돼? 우리가 네 걱정을 얼마나 하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우리가 이 여행을 왜 따라온 건데? 너만 혼자 보냈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 그거 걱정해서 온 거잖아.”

“내가 부탁한 거야?”

“뭐?”

 

시우의 반문에 시인은 침을 삼켰다. 시우는 두 사람에게 부탁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은 결국 두 사람이 정한 거였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시우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나는 누나들에게 그런 것을 부탁한 적이 없었어. 내가 부탁하지도 않은 것을 해준 건 누나들이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시안의 목소리가 커졌다. 시운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답답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 섬에 우리가 남는다고 해서 구조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해. 원래 섬으로 돌아가야 해.”

“그 섬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닿지 않았어. 적어도 이 섬은 우리가 문자를 받았다는 것을 한국에서 알고 있어. 우리나라 외교부가 알고 있다고. 그러면 누가 우리를 구하러 올 가능성이 있을 거야.”

“아니.”

 

시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가능성은 없어.”

“뭐?”

“누나. 우리가 지금 이 섬에 떨어진 거. 아니지. 이 섬들에 떨어진 거. 벌써 한 달하고 보름이 되어가. 그런데 그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아. 이 위에 비행기 하나 지나가지 않는다고.”

“그건.”

 

시인은 아랫입술을 물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건 시우의 말이 옳았다. 부정하고 싶어도 이게 사실이었다.

 

“그 동안 그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았는데 이제 갑자기 그런 게 생길 수 있다고 믿는 거야?”

“그럼 너는 나가면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

“응.”

 

시우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남는 것보다는 떠나는 것이 또 다른 가능성을 남기는 거였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게 낫지.”

“뭐가?”

“섬이 더 있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렇지.”

 

시인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몇 개의 섬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적어도 전파가 터진다는 것은 어딘가에는 기지국이 있는 섬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고 말이야.”

“그래서?”

“누군가는 가야지.”

“그게 왜 너여야 하는 건데?”

“왜 나면 안 되는 건데?”

“뭐라고?”

“나도 되는 거야.”

 

시우의 말에 시안은 침을 삼켰다. 시우가 아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시안은 하지만 단호했다. 더 이상 시우를 위험한 상황에 몰 수 없었다. 그건 두 사람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너를 지키기 위해서 온 거야. 그리고 라시우. 너 고작 스물이야. 네가 도대체 뭘 안다고 그러는 건데? 네가 그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엄마랑 아빠를 어떻게 보라는 건데?”

“그 누구도 누나 탓을 하지 않아. 내가 스스로 결정한 거야. 그리고 왜 누나는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고만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그럴 가능성을 모르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크잖아. 새로운 곳으로 가는 거. 그거 너무나도 위험하다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도대체 왜 네가 그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는 건지 나는 이해가 안 가서 그래.”

 

시안의 목소리에도 시우는 단호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이미 그가 물러설 만큼 물러섰다.

 

“누나 나는 갈 거야.”

“시우야 우리 말 좀 들어.”

 

이번에는 시인도 시안과 한 편이었다. 평소에는 두 사람의 입장이 늘 달랐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나는 네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 네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기. 네가 더 건강하기를 바라. 알고 있어?”

“알아.”

“그러니까.”

“그래서 가는 거야.”

“시우야.”

“나를 위해 가는 거야.”

 

시우는 너무나도 단호했다.

 

“여기에 있으면 나는 죽어.”

“무슨 말이야?”

“여기에서 우리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어?”

“있겠지.”

 

시안은 너무나도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우리들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 적어도 이 섬에서 더 기다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고.”

“왜 아무도 안 오는 건데?”

“너무 머니까.”

“그러니까 가야지.”

“그만 둬.”

 

시인은 두 사람의 말을 말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같은 이야기가 반복이 되는 상황이었다. 시인은 시우의 눈을 물끄러미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제발 그러지 마.”

“뭘?”

“누나들을 위해서 한 번만. 제발 딱 한 번만. 네 뜻을 접어주면 안 되는 거야? 그럴 수 없어?”

“누나.”

“부탁이야.”

 

시인의 너무나도 간절한 목소리에 시우는 침을 삼켰다. 단 한 번도 이런 부탁을 한 적이 없던 시인이었다.

 

“나는 늘 네가 무슨 일을 하건 네 편이었어. 너를 지지하고 너를 응원하는 사람이었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네가 내 뜻 좀 따라줘. 이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고. 네가 아니어도 나갈 거야.”

“하지만 누나. 제발.”

 

시우는 두 손을 모았다. 여기에서도 두 사람에게 밀린다면 다시는 그가 어른이 될 기회는 없었다.

 

“나는 누나들 아들이 아니야.”

“뭐라고?”

“나는 나 자신이라고.”

 

시우의 말에 시안은 뭔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시안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건 내 선택이야. 누나들이 뭐라고 하건. 이건 내가 정하는 거고 누나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야.”

“라시우.”

“내 선택이야.”

 

시우는 이 말을 남기고 텐트를 나갔다. 시안은 한숨을 토해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럴 수 없었다. 그 동안 시우의 안전만을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시우는 두 사람을 배신하는 거였다.

 

“이게 무슨?”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어?”

 

집을 나선 대통령은 영애를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아빠는 참 그러네.”

“어?”

“거짓말을 못 해.”

“재희 너한테만 그래.”

 

대통령의 말에 영애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었다. 대통령은 자신을 참 아꼈다.

 

“무슨 일이에요?”

“아니야.”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영애는 입을 쭉 내밀고 그런 대통령을 물끄러미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