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장. 또 다른 고민 2
“미친.”
재희는 무대 아래에 있다가 곧바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대통령을 막아섰고 뒤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희야.”
“괜찮아요?”
“너는.”
대통령의 당황한 표정에도 재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빠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여기에서 당황하면 안 되는 거야. 아빠는 대통령인데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재희의 말에 대통령은 침묵을 지킨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재희는 곧바로 미소를 지은 채로 돌아섰다.
“다들 화가 나셨나봐요. 그런데 저는 그 사람들이 우선이거든요. 화가 나도 제가 먼저 화가 나야 할 거 같은데 저는 화가 안 나요. 우리 시민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저는 우선이라고 믿거든요.”
재희는 미소를 지은 채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제발 국민들을 구해주세요.”
재희는 대통령을 보고 연단을 내려갔다. 대통령은 입술을 꾹 다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신의 일이었다.
“나 때문인 거 맞네.”
“아니야.”
석구의 말에 도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긴.”
석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미 자신은 괴물이 되어버린 후였다.
“내가, 내가 잘못한 거네.”
“아니야.”
병태는 단호히 대답했다. 절대로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석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 석구야 네가 그러지 마.”
“아니야.”
“석구야. 제발.”
도혁이 간절히 말하자 석구는 씩 웃었다.
“고마워.”
“어?”
“친구라서.”
“아니.”
도혁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석구를 밀어낸 사람이었다. 석구에게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
“아니.”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 누구도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일을 가지고 이런 다툼을 했던 거였다.
“우리 같이 가자.”
“어?”
“우리 무조건 같이 나가자고.”
도혁의 말에 석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달랐다. 자신은 같이 나갈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랬다가 너희가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건데?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는 아무 것도 몰라.”
“아니.”
도혁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
“문도혁.”
“그렇게 하자.”
병태도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무조건 같이 나가자.”
“좋아요.”
“하지만.”
지웅의 말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너무 위험해요.”
“성진아 승무원.”
“사실이라고요.”
지웅이 자신을 지적하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안 될 일이었다. 너무 위험한 거였고 뭔가 걸어야 하는 거였다.
“저는 선배님처럼 승무원이에요. 승무원이라는 게 뭔데요? 가능하면 사람들의 안전을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들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선배님 그 말씀. 그게 사람들의 안전과 관련이 있어요?”
“성진아 씨.”
“아니요.”
진아는 너무나도 단호했다. 다른 것은 다 물러나도 이건 아니었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싫어요.”
“하지만.”
“이건 너무 위험하다고요.”
진아가 이렇게 나오니 도혁과 병태도 할 말이 없었다. 진아의 말이 틀린 것이 없으니 더욱 할 말이 없었다.
“미안해요.”
“아닙니다.”
진아의 사과에 도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진아가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 오롯이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고,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겁을 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쪽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알겠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말을 할 이유는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서운하기는 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석구는 괴물이 아니에요. 석구도 사람이라고요.”
“사람이죠.”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죠.”
“성진아 씨. 그만 둬요.”
“아니요.”
지웅이 손을 잡았지만 진아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싫어요. 우리가 위험할 수 있는 상황. 이것 자체가 전혀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요.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세요? 안 되는 거죠.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이건 선배님도 아시는 거잖아요. 아니에요? 안 그러냐고요.”
“진아 씨.”
“정말 싫어요.”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더 다투기 전에 도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가지 않을게요.”
“아니요. 어차피 배는 두 척으로 갈 겁니다. 그리고 무조건 갈 겁니다. 제가 사무장이니 제가 정합니다.”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그대로 텐트를 나갔다. 도혁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걸 원한 게 아니었다.
“지금 석구 많이 괜찮아졌어요. 사람들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도 나눌 수 있고. 그런 상태에요.”
“알고 있습니다.”
“죄송해요.”
병태가 옆에서 짧게 고개를 숙였다.
“우리도 석구가 같이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게 너무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나가고 싶어요. 그렇다고 석구만 두고 갈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럴 수 없는 거잖아요.”
“그렇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같은 조난을 당한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를 버리고 가는 것. 그것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지웅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복잡한 문제였다.
“해결할 겁니다. 그리고 성진아 승무원의 말은 무시해요. 아마 지금 많이 놀라서 그럴 겁니다.”
“네. 고맙습니다.”
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죠.”
시안도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건 분명히 해야 하는 종류의 문제였다.
“너무 위험해요.”
“아니요.”
지아가 나서서 시안을 막았다.
“그 사람들도 우리랑 같이 구조를 받을 권리가 있어요. 그리고 친구가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잖아요.”
“그쪽이 책임을 질 거예요?”
“네. 그럴게요.”
지아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자 시안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다.
“나도 너무 싫어요. 그 사람이 가면, 다른 사람도 가야겠죠.”
사람들은 지아가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태욱의 이야기라는 것을 모두 알았다. 지아는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괴물이 아니에요.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고. 여기에서 누구 하나 버릴 수 없어요.”
“그러다 우리가 위험하면요?”
기쁨의 물음에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거야.”
“그것도 그쪽이 책임을 지나요? 내 남편처럼. 내가 죽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도 괜찮은 거예요?”
지아는 뭐라고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이미 두 사람이 생존자들에 의해서 사라진 거였으니까.
“그래도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지웅이 지아의 말을 보태고 나섰다.
“이제 두 시간도 남지 않았어요. 벌써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고요. 더 이상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사무장님. 그래도 이건 아니죠.”
시안은 지웅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가 지금 죽으러 어디 가려고 하는 거예요? 다들 살기 위해서 이 섬을 나가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거야.”
“그런데 같이 가면 죽는다고요!”
시안의 고함에 다들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죽기 싫어요.”
모두 같은 마음일 거였다.
“그 사람이 가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거. 위험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 그거 분명한 거잖아요.”
사람들 사이에 다른 말은 없었지만 모두 동의하는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이 섬의 사람들 조차도 마찬가지였다. 봄과 진영, 우리와 누리. 그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싫어요. 분명해요.”
“그래도 나갈 겁니다.”
지웅도 단호했다.
“이건 타협할 수 없는 겁니다.”
“준비하자.”
“나도 가자고?”
석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싫어.”
“석구야.”
“너무 위험해.”
“아니.”
병태는 석구의 팔을 문지르며 씩 웃었다. 석구가 아눔리 문제가 있어도 병태가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내가 늘 네 곁에 없어서 그런 거야. 너 나랑 있으면 괜찮잖아. 나랑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잖아.”
“그, 그건.”
석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병태의 말이 옳았다. 이상하게 병태가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러니까 가자.”
“싫어.”
석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렇게 막무가내로 할 선택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괜찮다고 할 거야.”
“아니라고 하면?”
“그건.”
도혁은 쉽게 대답을 찾지 못했다. 석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이 섬에 남는 게 맞았다.
“너희가 빨리 오면 되지.”
“구조를 못 받으면?”
“어?”
“너만 이 섬에 남기라고?”
“응.”
석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만 남기는 것. 그게 더 나은 선택일 거였다.
“그러면 되는 거잖아. 나만 남겨.”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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