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장. 또 다른 고민 4
“그거 하나 못 막고.”
“죄송합니다.”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지만 따님이 계속 그렇게 행동하신다면 어려울 겁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죠.”
영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딸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내가 그 아이를 설득할게요.”
“가능하시겠습니까?”
“그럼요.”
영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 아이가 나를 싫어해도 나는 그 아이의 엄마에요. 아무리 그래도 엄마에게 그렇게 막무가내로 굴 수 있는 애들은 많지 않아요. 내가 내 딸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잘 하셔야 합니다.”
의원의 말에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나저나 누가 돕는 거죠?”
“네?”
“그 아이가 의원을 한다고.”
“아. 그게.”
의원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전 총리 님이.”
“뭐라고요?”
영부인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결국 아버지가 자신의 앞을 막는다는 거였다. 영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정말인가요?”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미 손녀를 의원을 만들기 위해서 공천까지 바라신다고 하고요.”
“공천이라.”
영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아버지가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려고 하시네요. 아버지가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하려고 하시는 걸까요?”
영부인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영부인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자신의 아버지도 남편의 편이라면 그건 너무 복잡한 종류의 문제였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네?”
“그 사람들을.”
영부인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일단 알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영부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종류의 문제였다.
“싫어요.”
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나는 그 사람하고 같이 가지 않을 거예요.”
“라시안 씨.”
“무섭잖아요.”
시안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왜 이런 것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라시안 씨는 가지 마요.”
“뭐라고요?”
시안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에요. 그 누구도 라시안 씨에게 이 섬을 무조건 나가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그건 라시안 씨가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에요. 라시안 씨의 선택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 희생을 강요할 수 없어요.”
“희생이라니.”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지아의 이야기는 자신을 두고 그 장애인을 데리고 간다는 거였다.
“그 사람 병이 있다면서요?”
“그래서요?”
“뭐라고요?”
“그게 구조가 되지 못할 이유가 되는 건가요?”
“이건 다 항공사 탓이네.”
갑작스러운 시안의 말에 모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안은 곧바로 지웅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그런 사람을 왜 비행기에 태우죠?”
“뭐라고요?”
“환자잖아요.”
“아니.”
지웅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은 환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같았다.
“애초에 그런 사람을 태우지 않으면 되는 문제인 거잖아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를 왜 이렇게 만들어요.”
“항공사는 적절한 의약품을 소지한 승객을 태우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도 약이 있다면 그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약이 없잖아요.”
시안은 관자를 짚으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가 위험한 상황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내가 살 가능성을 낮추고 싶지도 않고요.”
“이 섬에서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살아나는 거 아니잖아요. 그건 이미 그쪽도 아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뭐라고요?”
지아의 지적에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나는 그 사람들도 같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섬을 나누어 있으면 그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고요. 사람들은 동시에 두 섬을 가지 않을 거예요. 내가 그건 확신해요.”
지아의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 누구도 어느 한쪽의 입장에 대해서 쉽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치겠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지금 뭘 하자는 건데요? 그 말도 안 되는 사람 때문에 우리들이 이렇게 싸워야 한다고요?”
“아니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것을 가지고 귀찮은 문제를 일으킬 것도 없었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우리는 지금 당장 가야 해요.”
“그럼요?”
“내가 그 배에 탈게요.”
“뭐라고요?”
“그러면 되잖아요.”
“강지아 씨.”
윤태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가 스스로 위험한 일을 선택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그럴 이유 없습니다.”
“윤태 씨.”
“남자들이 타죠.”
“아니요.”
시안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시우는 안 돼요.”
“누나.”
“너는 안 돼.”
시안의 단호한 반응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시안은 너무나도 단호하고 시우의 손을 잡았다.
“내 동생이에요. 이 아이가 도대체 왜 그런 위험한 일에 투입이 되어야 하는 건데요?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된다는 겁니까?”
“그러니까요.”
재율의 말에 시안은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봐요. 다들 그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왜 같이 가야 한다고 하는 건데요? 위험하면 같이 가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위험한 사람들하고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한다는 건데요?”
“생존이요.”
“뭐라고요?”
“살아야죠.”
재율의 대답에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 사람하고 같이 가면 누가 살려준대요? 오히려 더 위험하고. 혹시라도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 그런 건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 거 너무 무섭잖아요.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요?”
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다들 너무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거였다.
“그럼 임길석 씨에 대해서는요?”
“뭐라고요?”
“그 사람도 이해해요?”
“네. 이해해요.”
기쁨이 손을 들며 말하자 시안은 입을 다물었다.
“이해해요. 나는.”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그런 괴물들이 되지는 않았겠죠.”
“아니 괴물이라니.”
시안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누가 괴물이에요?”
“우리 모두요.”
“뭐라고요?”
“아니에요?”
기쁨의 간단한 물음에 그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기쁨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나는 찬성이에요.”
“진심입니까?”
“네. 진심이에요.”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 중에서 진짜로 가족을 잃은 사람은 나 하나잖아요. 그러니까 모두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섬에서 멀쩡하게 살아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우리들을 위한 거고. 결국 죽은 그 네 사람을 위한 것이겠죠. 안 그래요? 우리는 살아야죠.”
“맞아요.”
세연도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기장님도 그렇게 되신 거고. 누구 하나 더 잃게 된다면 그게 더 무서운 일이 돌 거예요.”
“하지만.”
시안은 주위의 동의를 구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편이 아닌 모양이었다. 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다들 미쳤어.”
“누나가 미친 거야.”
“뭐라고?”
시우의 간단한 말에 시안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누군가를 두고 가다니.”
시우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들 중에서 그 누구도 그럴 자격이 없어.”
“뭐라고? 그게 무슨?”
시안은 미간을 모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모두를 보더니 서늘한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사람을 죽일 권리는? 우리들 중에서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리고 그걸 한 사람이 지금 우리랑 같이 간다고 하네? 그런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야 한다고?”
“응.”
“뭐라고?”
“그래야 해.”
“라시우.”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자격이야.”
시우는 덤덤하게 말하면서도 시안의 눈을 놓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그 이상의 권리는 없어.”
“무슨 권리?”
“그러니까.”
시안의 반문에 시우는 씩 웃었다.
“그런 권리는 누구도 주지 않은 거잖아. 그런데 우리가 누구를 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모두 미친 거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쳐버린 상황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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