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장, 다시 새로운 섬으로 2
“이걸 정말로요?”
“그래요.”
영부인이 내민 서류를 보고 총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가족 안에서 해결을 하십시오.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겁니다.”
“내 딸이 다른 남자랑 동거를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엄마가 되어서 그걸 터뜨릴 수는 없는 거죠.”
영부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냥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따름이에요. 그리고 그 아이가 나를 방해하는 것이고요.”
“이쯤에서 접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뭐라고요?”
총리의 말에 영부인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여론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 여론을 다시 돌리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했잖아요.”
“그러니까요.”
총리는 가볍게 대답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한 번 파도가 돌아오면 이것을 다시 돌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도 쉽게 움직이지 않을 거고요.”
“이걸 그쪽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건.”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영부인을 도왔다. 더 이상 돕는 일은 무리였다.
“이제 저도 제 편인 사람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가지고 그 모든 일을 하는 것은 위험해요.”
“위험이라.”
영부인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도 없는 거였다.
“귀찮네.”
영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거죠?”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뭘 더 해드릴까요?”
“아니요.”
총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영부인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이건 심각히 불쾌한 일이었다.
“도대체 뭘 바라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뭐라고요?”
“그저 막기를 바라는 겁니까?”
“그렇죠.”
영부인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걸렸다. 총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아니었다.
“저쪽에서는 사람을 구하겠다는 것을 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쪽에서 이런 건 안 통할 겁니다.”
“통해요.”
“아니요.”
총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정치도 짧지 않았다. 뭐가 통할지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뭔가 상황을 반전하기에는 이미 너무나도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냥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 모든 일이 그냥 일어나게. 그렇게 되게 하라고요?”
“네. 그래야 합니다.”
“싫어요.”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곧바로 입술이 하얗게 변했지만 영부인은 덤덤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거고요.”
“저도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돕는다고 해서 그 모든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이미 다른 의원들도 저와 같이 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들 건방지네요.”
영부인의 대답에 총리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그게 무슨?”
“다 내 아버지 덕이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이래요?”
“이미 오동호 총리께서 그리 하시기로 했습니다.”
“뭐라고요?”
영부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의 유일한 힘은 아버지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지금 그 사람의 편이었다.
“그게 무슨?”
“이미 총리님과 따님. 그리고 남편. 모두 다 한 배를 탔는데 정말 이렇게 나오실 겁니까? 그러실 거예요?”
“그럼 제가 뭘 하죠?”
영부인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미 자신이 생각한 완벽한 가정이 망가졌는데 할 일이 없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런데 다들 그걸 망가뜨려 놓고서 뭘 하라는 거예요.”
“일단 기다리세요.”
“그게 무슨.”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는 거였다.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건데요?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나는 그저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지금 나보고 뭘 하라는 거죠? 말도 안 되는 거죠.”
영부인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 이상 이런 모욕을 당할 이유는 없었다.
“더 이상 당신은 내 편이 아니군요.”
“네.”
“그래요.”
영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에서 우리 관계를 끝내죠.”
“고맙습니다.”
“뭐라고요?”
영부인의 눈이 사나워졌다.
“그게 무슨?”
“안 그래도 그쪽하고 같이 일을 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쪽?”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무었다. 그리고 미간을 모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총리에게 다가서서 그대로 뺨을 날렸다. 총리의 당황한 눈을 보고 영부인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건방져.”
“지금 무슨?”
“당신의 귀여운 애인. 유나.”
총리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내 제자야. 그런데 무슨.”
“제자랑 그런 걸 하나?”
영부인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딱 한 번만 더 도와줘요. 우리 딸이 얼마나 문란한지. 그리고 얼마나 나쁜 아이인지 말이에요.”
영부인은 거울을 꺼내서 입술을 다시 그렸다.
“그게 내 유일한 부탁이야. 그러면 당신의 유나. 그 아이를 내가 지켜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영부인은 이 말을 남기고 총리실을 나섰다. 총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영부인은 간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미친.”
총리는 얼굴을 만졌다. 불쾌할 따름이었다.
“긴장돼요?”
“조금요?”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미 몇 번이나 나간 건데. 다시 또 이렇게 긴장이 되고 그러네요.”
“그렇죠.”
윤태는 미소를 지은 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을 다시 나가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물이 빠지네요.”
“그게 보여요?”
“그럼요.”
“보이는구나.”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왜요?”
“실패하면 어떻게 해요?”
“에이.”
윤태는 지아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지아은 그런 윤태의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에 가만히 웃었다.
“좋다.”
“그렇죠?”
“네. 좋아요.”
“나도 좋아요.”
지아는 윤태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좋다. 편안해.”
“우리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
“그걸 믿어도 돼요?”
“그럼요.”
지아는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흔들었다. 여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거라니.
“그게 뭐야?”
“왜요?”
“이상하잖아.”
“하나도 안 이상해요.”
윤태가 단호히 고개를 흔들자 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윤태는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뭐가 이상할까?”
“다.”
“너무 그러지 마요.”
윤태는 지아를 꼭 안았다.
“날씬해진 거 봐.”
“무인도 와서 좋아진 게 딱 하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이렇게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다는 거?”
“그래서 싫어요.”
“네? 뭐라고요?”
지아는 입을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세상에서 강지아가 작아지잖아.”
“뭐야?”
지아는 가볍게 몸을 떨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윤태는 지아를 꼭 안았다.
“좋다. 정말 좋다.”
“왜 그래요?”
“나도 무섭거든요.”
윤태의 고백에 지아는 씩 웃었다.
“그러구나.”
“나도 강지아 씨처럼 우겼으니까. 이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성공을 시킬 거였다. 무조건 이 섬에서 나가야 하는 거였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걸 알아요?”
“뭔데요?”
“아무 것도 없을까봐.”
“네?”
“다음 섬에도 아무 것도 없을까봐.”
지아의 간절한 목소리에 윤태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의 말을 알고 있었다.
“그렇겠네요.”
“무섭잖아요.”
지아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윤태는 그런 지아의 등을 가만히 쓸었다. 누구라도 느낄 그런 공포였다.
“에이. 왜 그래요?”
“뭐가요?”
“다 잘하는 사람이면서.”
“아니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니요. 맞아요.”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그런 윤태의 체온을 느끼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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