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장. 다시 새로운 섬으로 4
“정말 그 사람이 그랬다고요?”
“그렇다네.”
“미친.”
대통령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장인이 있는데 욕은 과한 거였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장인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내 잘못이지.”
“이게 어떻게 장인어른의 잘못이십니까?”
“내가 딸을 잘못 키워서 그래. 자신의 욕심이 너무나도 과하게. 그 욕심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그 아이를 키워서 그렇다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원망스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탓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제 아내 말입니다.”
“그러게나 말일세.”
대통령의 장인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미워도 딸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재희는 일단 공개하라고 하더군.”
“아니요.”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아직 이십 대였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여자 아이가 남자와 동거했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뉴스가 되지 않을 거였다.
“온갖 더러운 이야기들이 나올 겁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터뜨린다고요?”
“터뜨리자고 하더군.”
“그게 무슨?”
대통령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안 됩니다.”
“어차피 지금 우리가 터뜨리지 않아도 언젠가는 터지게 될 거야. 그렇게 된다면 더 큰 문제가 되겠지.”
“그건.”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미친 겁니다.”
“그렇지.”
대통령의 장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것을 터뜨릴 수는 없는 거였다.
“그 사람은 아이의 엄마가 아니에요.”
“자네도 좋은 남편은 아니지.”
“그건.”
“뭐라는 게 아닐세.”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만든 것은 자신이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거였다.
“그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
“아니.”
“왜.”
“설득이 되지 않을 거야.”
장인의 단호한 말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자신이 뭘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너무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 사람은 왜 그런 겁니까?”
“내 탓이지.”
동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던 대통령도 더 이상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본인이 이미 이렇게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미친 거야.”
시안은 계속 투덜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섬에 있는 것은 정말 최악입니다. 원래 우리가 있던 섬은 물도 훨씬 더 많았고 먹을 게 더 많았거든요.”
“그런데 왜 왔죠?”
진영의 물음에 지웅은 순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봄은 진영의 옆구리를 가볍게 찔렀다.
“뭐 하자는 거야?”
“뭐가?”
봄의 반응에 진영은 입을 내밀었다.
“아니 우리 입장에서는 그런 거 정도는 물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이야.”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우리가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유일하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겁니다.”
지웅의 말은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진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지웅은 손뼉을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정리를 하죠.”
“거짓말을 아주 잘 해요.”
태욱의 말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그쪽이 왜 그렇게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뭘 숨기고 있는지. 그리고 뭘 말을 해줄 수가 없는 건지. 그런 거 정도 그냥 말을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왜 그렇게 숨기지?”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겁니까?”
지웅이 낮은 목소리로 반문하자 태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의 말도 틀릴 것이 없었다.
“그렇군요.”
“그쪽을 아직 제대로 믿지 못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믿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해야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죠.”
태욱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뭘 원하는 겁니까?”
“뭐가 말이죠?”
“살기 원하는 것 아닙니까?”
“그게 무슨.”
“지금 그쪽을 보면 죽고 싶어하는 거 같아요.”
지웅의 지적에 태욱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여기에서 구조를 받고 싶지 않은 겁니까?”
“뭐.”
태욱은 턱을 만지며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을 도울 생각이 아니라면 방해는 하지 마십시오.”
“그건 내가 정할 게 아니죠.”
“뭐라고요?”
“나는 그냥 내 자유 의지로 행동을 하는 건데. 그쪽에서 나를 방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
지웅은 짐을 부리던 손을 멈추고 태욱을 노려봤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
“뭐.”
태욱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한 번 훔친 후 씩 웃었다.
“그쪽이 너무 많은 것을 혼자서 하려고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면서.”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
지웅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태욱을 보며 서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한숨을 토해냈다.
“그쪽이 지금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고. 우리랑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장난은 치지 마시죠.”
“왜요?”
“뭐라고요?”
“왜 하면 안 되는 건데요?”
태욱은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태욱의 멱살을 잡았다.
“이게 뭐지?”
태욱은 멱살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이건 아니지.”
“뭐가 아니란 거지?”
“뭐라고?”
지웅이 말을 놓자 태욱의 얼굴이 구겨졌다.
“지금 승객에게 이러는 거야?”
“당신이 승객인가?”
“뭐라고?”
“이곳은 비행기도 아니잖아. 그리고 우리가 당신을 구하려고 하는 것은 그냥 어떤 사명감이야. 그게 전부라고. 이 이상, 아무 것도 없어. 그런데 당신은 지금 뭔가 착각을 하는 거 같아.”
태욱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웅의 손을 거칠게 밀어냈다. 지웅은 손을 탈탈 털었다.
“조심하시죠.”
“뭐라는 거야.”
“무슨 일이에요?”
재율이 다가오자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들었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별 거 아니에요.”
“뭐. 그렇겠죠.”
태욱의 서늘한 미소에 재율은 미간을 모았다.
“다 같이 살자고 이러는 건데 그쪽을 보면 되게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이 위화감이 도대체 뭘까요?”
“그쪽도 그렇게 말하네요?”
“뭐라고요?”
재율이 놀라서 지웅을 쳐다봤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욱은 한숨을 토해냈다.
“두 사람 이상해.”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뭐. 내가 신경을 쓸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안 그래요?”
태욱의 말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태욱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언니 아무 문제도 없겠죠?”
“그럼.”
“그래도 이상해요.”
세연의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세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어보였다.
“너무 그러지 마. 아무리 그래도 그쪽도 사람인데 말이야.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나쁜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들일 수도 있지.”
“에이.”
지아는 웃음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 아무 것도 없을 거야.”
“언니는 신기해요.”
“어?”
세연의 말에 지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는 뭐든 다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이 상황에서도 언니는 뭔가 특별한 사람인 거 같아요.”
“그런 게 어디에 있어?”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을 해주니 고맙네.”
“고마울 게 뭐가 있어요.”
“그냥.”
지아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이 섬을 나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 것인지 너무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섬에 뭐가 있어야 할 텐데.”
“있을 거예요.”
“확신해?”
“확신해요.”
세연이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지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지아는 심호흡을 하고 가볍게 몸을 떨었다.
“왜 그래요?”
“무서워.”
“뭐가요?”
“다. 무서워.”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세 번째 섬에 가서 아무 것도 없으면 어떻게 하는 거지?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었다. 모두 다 나가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가기로 결정한 거니까 무조건 가야 하는 거였다. 그게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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