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
“결국 따님을 정치 일선으로 불러오기 위해서 이번 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습니다.”
기자의 물음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 사람들이.”
“사람들이요?”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평소의 인자하면서도 부드러운 대통령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저는 지금 국민을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겁니다. 적어도 기자들이 같이 구할 게 아니라면 그런 질문은 삼가세요.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그런 말씀을 막 하시는 겁니까?”
“협박입니까?”
“협박이요?”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진작 이랬어야 하는 거였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런데 다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것은 하나 중요하지 않고 오롯이 국민만 봅니다.”
“그 말씀은?”
“무조건 강행입니다.”
“강행이라니.”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뭐라고 하건 이미 다 답은 정해놓았을 거였다. 대통령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고 재희를 쳐다봤다.
“재희야.”
재희는 연단에 나란히 섰다.
“안녕하십니까? 표재희입니다.”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재희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저는 대학 시절 사랑하는 남자와 같이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시절을 후회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재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지금 제가 국회의원이 되려는 것. 그리고 아버지를 도우려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도덕성이나.”
“도덕성이요?”
아까 그 기자였다. 재희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네? 그게.”
“어느 매체시죠?”
재희의 도도한 물음에 기자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재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어느새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 이 시간 짧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 사람들은 지금 대한민국 정부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용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아 거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신문사의 표찰을 보고 재희는 씩 웃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안 부끄러우세요?”
“뭐라고요?”
“제일 큰 신문사가.”
재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한국에서 제일 크다는 신문사가 한국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대통령의 편이 아닌 거네요?”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구하자는 겁니다.”
재희는 덤덤한 목소리로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국민입니다. 누구던지 우리가 구해야 하는 국민입니다. 그 국민들을 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해야죠. 그리고 한 살마이 없더라도 무조건 가야만 합니다.”
“비용이 엄청납니다.”
“아니요.”
재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그 국민이 우리나라에 벌어다줄 수익이 정말 엄청나다는 것. 그런 생각 안 하시는 건가요?”
재희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기자들은 웅성거렸지만 누구 하나 뭐라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저는 그 누구보다도 지금 아빠가 마음에 안 들어요. 제가 모르는 동생이 있다니. 웃기잖아요.”
재희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뭐 개인적인 앙금은 앙금이지만. 그래도 그쪽은 나도 잘 모르고 있을 거고 말이죠. 그리고 국민이에요. 정부는 국민을 구해야 합니다.”
“그게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겁니까?”
“바라세요?”
재희는 고개를 돌렸다. 기자는 어버버버하며 입을 다물었다. 재희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어차피 생중계되는 회견이었다. 여기에서 제대로 기를 죽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거였다.
“무조건 구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앞으로 한 발 나섰다.
“이건 정쟁으로 해결을 할 일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위험한 일인데 정쟁은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수많은 국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고요?”
“손해라고요?”
“그 세금은 어쩔 겁니까?”
재희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들을 구하지 않아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어떻게 설명을 하실 겁니까?”
“네? 그건.”
“그게 더 클 걸요?”
재희는 세게 연단을 내리쳤다.
“이 나라는 대한민국입니다.”
재희는 모든 기자들을 응시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을 버리지 않습니다. 무조건 구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렇습니다.”
재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러고 저 표재희는 이제부터 대통령을 도와서 그 일을 할 겁니다. 아버지와 딸이 아닌 동료 정치인으로 나설 겁니다. 더불어 저의 외할아버지인 오동호 전 총리도 같이 하기로 하셨습니다.”
기자들 사이에 수군거림이 더욱 커졌다. 재희는 미소를 지으며 문을 가리켰다.
“자 그럼 들어와주세요.”
재희의 말이 끝이 나고 문이 열리고 동호를 필두로 다른 의원들이 나섰다. 동호는 재희의 뒤에 서서 재희의 어깨를 꽉 잡았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아니다.”
재희는 고개를 흔들고 크게 숨을 쉬었다.
“뒤에 보이시죠? 여당, 제 2야당, 제 3야당, 그리고 제 4야당. 모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 1야당 분들이 나서주지 않으시는 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이건 저희가 모두 할 겁니다. 국민을 구하는 일이니까요. 여기에 정쟁이란 건 없습니다. 부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다시 생각해주세요.”
재희는 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울음을 참기 위해서 숨을 한 번 고른 후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국민을 구해주세요.”
재희는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국민을 구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대통령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의원들이 허리를 숙였다. 잠시 가만히 있던 플래시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재희는 허리를 펴고 미소를 지었다.
“국민을 지키겠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재희의 목소리가 전세계에 퍼졌다.
“얼굴이 하얘요.”
“긴장되어서 그래요.”
윤태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게 하나 없는데 괜히 긴장이 되는 상황이었다.
“왜 이러지?”
“좀 쉴래요?”
“아니요.”
지아는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저었다.
“한 시간도 안 남았어요.”
“그래도요.”
“아니요.”
지아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이 시간이 남았는데 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긴장 돼.”
“왜요?”
“아무 것도 없을까봐?”
“있을 겁니다.”
“다 싫었어요.”
지웅이 오고 나서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가죠.”
“정말 다 같이 갈 거예요?”
“네. 그래야죠.”
시안은 배에 타기 전부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왜요?”
“아니 미친 거지.”
시안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이래요? 우리가 도대체 저 사람들을 어떻게 믿는 건데요?”
“그렇다고 무조건 모르는 척을 하는 것도 너무 이상한 일이잖아요. 왜 그래야 하는 건데요? 모르는 척 해서 좋을 것도 하나 없잖아요. 같이 가야 해요. 우리는 생존자들이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당연히라니.”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아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지만 그래도 이건 절대 아니었다.
“강지아 씨는 좋은 사람이라서 다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에요. 나는 불편하다고요.”
“라시안 씨.”
“정말 싫어.”
시안이 몸을 가늘게 떨자 옆에서 시인이 시안의 손을 잡았다.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다들 다른 섬에 뭐라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무렇지도 않게 가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 다들 달라질 거예요. 그 정도 생각도 전혀 하지 않는 거예요? 네?”
“알아요.”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라시안 씨. 그래서 바라는 게 뭐예요?”
“뭐라고요?”
“뭘 원해요?”
“원하다니.”
시안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없어요.”
“그러면 그냥 따라요.”
“뭐라고요?”
시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아가 점점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이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쪽은 아니라면. 그쪽이 양해를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우리 이제 배에 올라야 하는 거예요.”
“그건.”
“그러니까 멈춰야죠. 이제 물이 거의 다 빠졌어요. 무조건 지금 가야 해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어요.”
시안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짜증이 났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정말 싫어.”
“미안해요.”
지아의 사과에 시안은 고개를 숙였다.
“안 무서워요?”
“무서워요.”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가 너무 간단히 대답하자 시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래요? 무서우면 안 그래야지. 무서우면 피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럼 달라져요?”
“뭐라고요?”
“달라질 거 없어요.”
지아의 간단한 말에 시안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건 지아의 말이 옳았다. 달라질 게 하나 없을 수도 있었다.
“나는 그냥 무조건 모두 같이 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편하네요.”
“편하죠.”
시안이 비꼬았지만 지아는 간단히 대답했다.
“이건 간단한 거예요.”
“뭐가 간단한 거죠?”
“사람이니까.”
“네? 그게 무슨?”
“사람이잖아요. 우리 모두.”
지아는 배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대화가 되지 않았다.
“무조건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되면 좋아요? 혼자서 그렇게 다 아는 사람이 되면 그거 편해요?”
“아니요.”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게 편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었다.
“이미 가기로 한 거잖아요.”
“지금이라도 내리라고 해요.”
“그게 말이 돼요?”
“왜 안 돼요?”
“안 되니까요.”
지아의 간단한 대답에 시안은 혀를 내밀었다. 입술이 바싹 말랐다.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건데요? 도대체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데요?”
“아무 것도 없죠.”
“뭐라고요?”
지아의 대답에 시안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런데 저 미친 놈들을 태운다고요!”
갑자기 모두에게 적막이 흘렀다.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긴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라시안 씨 나는 살고 싶어요.”
“그런데요?”
“우리 모두 살아야 해요.”
지아의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힘이 있었다.
“나는 나랑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들 중에서 누구 하나 내려놓지 않을 거예요. 그거 싫어요.”
“그래서 이렇게 그냥 가자고요?”
“네. 그래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시인의 손까지 뿌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이기저이네.”
“그래요.”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자신을 욕을 해도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시안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당신을 원망할 거예요.”
“그렇게 해요.”
“우리 언니랑 동생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요.”
지아는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럼 이제 된 거죠.”
“네?”
“이제 끝난 거죠?”
“그게.”
“오케이.”
지아는 손을 털고 돌아섰다. 시안은 그런 지아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미친 거 아냐.”
하지만 시안의 욕에도 지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가면 안 되는 건가.”
“아니야.”
석구의 말에 병태는 옆에서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하지만.”
“그러지 마.”
도혁도 석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같은 생각이야. 하지만 우리도 저 사람들이 무조건 편한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석구는 같은 섬의 사람들도 자신을 피하는 것을 보며 침을 삼켰다. 모두 자신과 떨어져 앉았다.
“다들 나를 싫어해.”
“아니.”
병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석구는 숨을 크게 쉬었다. 도혁은 옆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윤태가 와서 손을 잡아주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를 가지고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라시안 씨가 저러는 거 한두 번도 아니고. 뭐 하나하나 다 반응을 보일 이유도 없죠.”
“하지만.”
“괜찮아요.”
윤태가 다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지아는 윤태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긴장 돼.”
“어서 가서 타요.”
“여기에 탈래요.”
“네? 하지만.”
윤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섬의 사람들을 무조건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되는 걸까요?”
“네. 그래도 괜찮아요. 그리고 여기에 어차피 이윤태 씨가 있는 걸. 나는 자기랑 같이 있고 싶어요.”
“뭐.”
윤태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가 이렇게 말하는데 무조건 밀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미안해요.”
“강지아 씨가 뭐가 미안해요?”
“고집만 부려서.”
“아니요.”
윤태는 지아의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그러지 마요.”
“뭘요?”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리고 나 스스로도 그렇다는 거 알고 있고.”
“아닌데.”
윤태는 입을 쭉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지아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강지아 씨. 나는 솔직하게 다 말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강지아 씨가 정말로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진짜요?”
“진짜요.”
윤태는 눈을 마주하며 싱그럽게 웃었다.
“그러니 아무 걱정도 하지 마요.”
“그렇게 말해주니 좋네.”
“그럼요.”
“역겹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지아와 윤태가 고개를 돌렸다. 태욱이 두 사람을 보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채였다.
“뭐 하자는 거야?”
“뭡니까?”
“미친 것들.”
“뭐라고요?”
“가죠. 이제.”
지웅이 다른 배에서 외쳤다. 윤태는 지아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지아는 윤태와 눈을 마주했다. 윤태는 씩 웃으면서 지아와 이마를 맞댔다.
“미안해요.”
“윤태 씨가 뭘요.”
“역겨워.”
다시 들린 태욱의 말에 윤태는 고개를 돌렸다.
“뭐 하자는 겁니까?”
“너야 말로 뭐 하자는 거야? 여기가 무슨 모텔이야? 두 사람이서 그러는 것을 우리가 봐야 하는 거야?”
“그럼 보지 마세요.”
“보이는데 어떻게 해?”
배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태욱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연예인이 벼슬이야?”
“뭐라고요?”
“아무 것도 아닌 주제에.”
“이봐요!”
순간 배가 물을 탔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 마요.”
“아무 것도 안 해요.”
지아가 손을 잡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겁쟁이.”
태욱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윤태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지아가 당황한 채 윤태를 막아섰다.
“뭐 하자는 거예요?”
“건방진 것들.”
그리고 태욱이 앞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 갑자기 석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태욱을 붙잡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무 것도 할 것 없이 그대로 배는 해류를 타고 섬에서 멀어졌다. 그 누구도 아무런 것도 할 겨를도 없이 두 배 모두 섬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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