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장. 생각하지 않았던 일 4
“내가 그런 방법이 있다면 이럴 거 같아?”
“누나는 너무 극단적이야.”
재호의 지적에 재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 자신은 과한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어차피 선택한 거였다.
“네가 엄마를 선택한 것처럼. 나는 아빠를 선택한 거야. 이걸 가지고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거야?”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재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생각해도 엄마가 아빠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나는 엄마가 아빠를 너무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는 거야.”
“그게 뭔데?”
“그러게.”
재희는 한숨을 토해내고 입술을 적신 후 어색하게 웃었다.
“그걸 모르겠어.”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왜?”
“아니 뭘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한다고?”
재호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무리 재희가 아빠 편을 든다고 해도 이건 절대로 아니었다.
“누나를 위해서도 이건 아니야. 결국 그 사람들이 구해지고 나면 엄마랑 다시 봐야 하는 거잖아.”
“내가 이러지 않으면 그 사람들 못 구할 걸?”
“뭐라고?”
재희의 말에 재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건 또 무슨 말인지. 당황한 재호를 보며 재희는 싱긋 웃었다.
“너는 모르지?”
“뭘 모른다는 거야?”
“엄마가 그걸 다 방해하고 있어.”
“뭐라고?”
“네가 여기까지 오면 딱히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리고 지금도 더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아.”
“그게 무슨.”
당황한 재호를 보며 재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재호는 심호흡을 했다. 이건 아니었다. 이럴 수 없는 거였다.
“누나는 지금 아빠 말만 듣고 이러는 거지.”
“아빠가 알려주기 전에. 이미 할아버지가 말해준 거야. 할아버지 정보. 어떤 건지 너도 알지?”
재호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 건지 재호는 혼란스러웠다.
“가면 뭔가 방법이 있는 거예요?”
“모르죠.”
우리의 물음에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 것도 모르죠. 그래도 일단 이 섬에 있는 것보다는 나가는 게 더 어떤 가능성을 만들 거 같아서요.”
“그게 뭐야.”
누리의 투정에 우리는 가볍게 누리의 어깨를 때렸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가야 할 때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요. 우리들이 이 섬에 올 때도 그랬거든요.”
“그렇군요.”
두 사람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수가 꽤 늘어났네요.”
“그러게요.”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턱을 만졌다.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또 다른 변수라는 거였다.
“사무장님이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요.”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네 사람 모두 안 갈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한기쁨 씨랑 라시인 씨, 라시안 씨도 있고요. 그들을 생각하면 제가 있는 게 차라리 나을 겁니다.”
“그렇겠죠.”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의 말이 무엇인지 그녀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혹시 그 사람들을 다시 설득하면?”
“글쎄요.”
“제가 해볼게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어색하게 웃었다.
“몇 시간 남지 않았어요. 이제 물이 바뀌는 게 보이죠?”
“네. 보여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물이 가장 낮은 시각인 새벽에 나가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리 불이라고 해도 무서워요.”
“그렇죠.”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 번 해보고 나니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먼 바다를 응시했다. 이게 가장 위험한 생각이었다.
“다시 또 위험하겠죠.”
“그렇겠죠.”
“무서워요.”
“무섭긴요.”
“정말 무서워요.”
지아는 심호흡을 하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차라리 낮에 갔으면 하지만. 지난번에 오히려 어두워지니까 더 당화했으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밝아지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그렇죠.”
물이 빠지는 시간. 최대한 멀리 나가서 배를 움직이고. 혹여 파도가 거꾸로 쳐도 막겠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잘할 수 있겠죠?”
“그럼요.”
지웅의 대답에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말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다들 나간다고요?”
“응. 그렇게 하기로 했어.”
진영은 봄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봄의 곁에는 세훈과 은주 그리고 대명이 함께 있었다.
“어차피 이 섬에 있는다고 해서 우리를 구하러 올 사람이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그럼 나가야죠.”
“그래요.”
“다들 나가는 거구나.”
봄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았다.
“이미 나간다고 했다고요?”
“네. 그러려고요.”
우리와 누리를 보고 봄은 더 밝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가려고요. 진영이나, 세훈 씨랑 은주 씨. 그리고 대명 씨. 전부 다 나가려고요.”
“그럼 그 사람들은.”
“안 나가겠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다행이다.”
“그러게.”
누리는 우리의 손을 꼭 잡았다. 봄은 모두를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결국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네 사람을 빼고 모두 나간다고요?”
“네. 그럴 거 같아요.”
“그럼.”
지웅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이야기는 오히려 이 섬에 남는 사람이 너무 적어진다는 이야기였다.
“배가 한 척으로 되겠습니까?”
“시간이 부족하지 않아요?”
“지금 준비하면 가능해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해야죠.”
“네? 아.”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되면 무조건 선택으로만 나갈 수는 없을 거였다.
“일단 알겠어요.”
“누나들도 데리고 가자고요?”
“네. 지금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간다고 하니까. 두 분도 같이 나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일단 알겠습니다.”
시우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왜 그래요?”
“아니요. 나가는 게 안전한 건 아니니까.”
“그렇죠.”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네요.”
“그러게요.”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의 사람들의 모두 간다고 할 줄 몰랐어요.”
“그러게요.”
시우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갈 수 있다고 하면 모두 같이 가려고요?”
“네. 그러려고요.”
지아의 대답에 시우는 입을 쭉 내밀었다.
“사실 저는 모르겠어요.”
“그렇죠. 누가 알겠어요?”
“누나들이 안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나들이 지금까지 저를 지켜준 것처럼. 이제 제가 누나들을 지켜야 하니까.”
“부러워요.”
“네? 뭐가요?”
시우가 반문하자 지아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누군가가 그렇게 막 걱정해주는 거? 저에게는 윤태 씨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요.”
“에이. 그래도 같은 거죠.”
“그런가요?”
지아의 미소에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 좀 할게요.”
“네. 알겠어요. 누나들한텐 제가 말할게요.”
“고마워요.”
“아니요.”
지아의 인사에 시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제 누나들을 위해서 자신이 뭔가를 할 차례였다.
“모두 나간다고요?”
“네. 그럴 거 같아요.”
지아의 말에 기쁨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초조한 듯 손톱을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나가야겠네요.”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지아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지웅 사무장도 남을 거고. 그러니까 반드시 우리랑 가아할 이유는 없어요. 선택하면 되는 거예요.”
“아니요. 갈래요.”
기쁨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처음부터 강지아 씨가 간다고 했을 때 그냥 간다고 했어야 하는 거였어요. 너무 늦었네.”
“아니에요.”
“아니요. 나 강지아 씨한테 다 걸래요.”
“네? 건다고요?”
지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지금 그 표정 뭐야?”
“아니.”
기쁨이 웃음을 참으며 말하자 지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기쁨은 심호흡을 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요. 나 강지아 씨한테 걸려고요. 내가 죽고 싶을 때 나를 살려준 사람이니까. 강지아 씨가 하는 거 다 할래요. 나도 나갈래요.”
“네. 알겠습니다.”
지아는 혀를 내밀고 작게 웃었다. 모두가 자신을 따라준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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