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장. 생각하지 않았던 일 3
“정말 안 나갈 거야?”
“응.”
재율의 물음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율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 섬에 남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형도 같이 나가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아니.”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가서 안 되는 거였다. 이 섬을 자신은 무조건 지켜야 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섬에 남겠다고 하면 남아야 해. 전의 섬에서도 우리는 그랬었으니까. 또 그래야지.”
“그렇죠.”
재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그런 재율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었다. 재율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나 때문이야?”
“어?”
“나 때문에 못 나가는 거야?”
“아니.”
도혁과 병태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봤다. 갑자기 석구가 이런 것을 물을 줄은 몰랐다.
“누가 그런 말을 해? 또 태욱이 그 녀석이지? 그 녀석은 도대체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누가 했는지가 중요해?”
석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둘이 가.”
“석구야.”
“나 이제 괜찮아.”
석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전처럼 완전히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야.”
“무슨 말이야?”
석구의 말에 도혁은 미간을 모았다.
“우리가 너를 혼자 두고 갈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는 안 가.”
“그러면?”
“있을 거야.”
“아니.”
석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친구들까지 망가뜨릴 수는 없는 거였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 섬이 우리에게 어떤 섬인지 너희가 더 잘 알고 있는 거잖아. 무조건 나가야 하는 거라고.”
“아니.”
도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이 섬에 온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구조를 받는다고 해도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말할 거야.”
“그래도.”
“괜찮아.”
병태는 석구의 등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석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모든 게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정말 안 갈 거야?”
“응.”
진영의 대답에 봄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왜?”
“다른 섬으로 간다고 해서 무조건 살아날 거라는 보장은 없는 거잖아. 그런데 왜 가려는 건데?”
“정태욱이 가지 않을 거래.”
봄의 말에 진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다른 세 명도 가지 않을 거야. 그 이야기는 결국 네가 여기에 있다고 해서 누구 하나 지켜주지 못할 거라는 거야.”
진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같이 가자.”
“위험해.”
“그럼 여기에서 죽을 거야?”
“어?”
“여기에 남는 것은 죽는 거야.”
“그건.”
진영은 하늘을 쳐다봤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뭐가 더 옳은 선택인지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 믿자. 한 번 운이 우리 편이었으면. 다시 한 번 운이 우리 편일 거야. 그걸 알아야 할 거 아니야.”
“하지만.”
“응?”
봄의 채근에 진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두 분도 가신다고요?”
“네. 가려고요.”
우리와 누리가 나타나자 지웅은 당황한 눈으로 진아를 쳐다봤다. 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너무 늦게 왔나요?”
“아니요.”
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빨리 오고 너무 늦게 온 것은 없었다. 그저 더 싫으면 되는 거였다.
“같이 가면 되는 거죠.”
“우리도 갈 겁니다.”
바로 뒤에 세훈과 은주도 나타났다.
“우리도 같이 가게 해줘요.”
“너무 많아요.”
“그래도 가야죠.”
진아가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막게 할 자격이 없어요. 그들이 모두 이 섬을 떠나겠다고 하면 가야 해요.”
“배는요?”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 사람들이 모두 간다면 배 한 척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배를 두 척 가지고 갈 수도 없어요. 그건 너무 위험한 거니까. 그러기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누군가를 두고 간다고요?”
지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에겐 그럴 자격이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를 다 데리고 가야 해요.”
지아의 단호한 태도에 진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지아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건 무리한 일이었다.
“강지아 씨. 뭔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조금 더 현명하게 생각해요. 더 큰 그림을 봐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뭔데요?”
“뭐라고요?”
“우리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섬에서 나가는 거 아닌가요?”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후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같이 가야 해요.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두고 갈 수 없어요. 그 사실은 그쪽이 더 잘 알고 있는 거 아닌가요? 승무원이잖아요.”
“그건.”
진아는 침을 삼켰다.
“승무원이라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에요.”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배를 더 묶어야죠.”
“하지만.”
남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이건 너무 무리한 거였다.
“그럼 여기에 남는 사람이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그리고 배가 한 척만 남으면 위험할 거라고요.”
“뭐가요?”
“뭐라고요?”
“뭐가 위험한 건데요?”
지아는 간단한 것을 말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 나가면 좋은 거죠.”
“하지만.”
“여기에 적은 사람이 남을수록 좋아요.”
“네?”
“배를 두 척 운행하죠.”
지아의 간단한 대답에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습니다.”
“사무장님.”
지웅의 대답에 진아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그래서요?”
“뭐라고요?”
“다들 준비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어차피 이 섬에서 꼭 가져가야 하는 건 우리가 챙겼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이 원래 왔던 섬처럼 채역야 할 것들은 많지 않았다. 여기에서 가져갈 것은 모두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이 가지 못할 이유가 뭡니까?”
“위험하잖아요.”
“아니요.”
진아의 말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이 섬에 적은 수의 사람이 남는 것이 더 위험했다.
“또 다른 섬에는 도대체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걱정을 하는 겁니까?”
“하지만 사무장님.”
“모두 같이 가는 게 중요한 겁니다.”
지웅이 힘을 주고 말하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모두 진아와 뜻이 다른 모양이었다.
“누나 정말 그럴 거야?”
“응. 정치할 거야.”
재희의 말에 재호는 미간을 모았다.
“누나가 그럴 이유가 왜 있어?”
“뭐가?”
“아니.”
재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누나가 아무리 아빠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거 무조건 아빠 편을 들면 안 되는 상황이 아닌가?”
“뭐가?”
재희는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벽에 몸을 기댔다. 그런 재희를 보며 재호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너야 말로 왜 그래?”
“누나.”
“엄마가 지금 옳아?”
“그럼 뭐가 틀렸어?”
재호의 대답에 재희는 코웃음을 치며 입을 내밀었다.
“그래서 너는 안 되는 거네.”
“뭐라고?”
재희는 머리카락을 쥐었다가 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재호와 자신은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엄마가 틀렸다고 생각해.”
“누나.”
“그래서 나는 아빠 편에 들 거야.”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래서 너는 그 사람들을 죽일 거야?”
“어?”
재희의 물음에 재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사랃믈을 죽이는 것. 그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결국 네가 지금 하는 그 말. 너는 그 사람들이 죽어도 괜찮다. 뭐 그런 종류의 말이 아닌가?”
“그게 무슨 말이야?”
재호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라면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그러는 거야.”
“아니. 방법은 없어.”
재희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쭉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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