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68장. 생각하지 않았던 일 2]

권정선재 2017. 7. 24. 20:56

68. 생각하지 않았던 일 2

아빠는 네가 안 했으면 좋겠어.”

아니요.”

 

대통령의 말에 영애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게 뭐야? 아빠 집무실에서 뭐 하자는 건데? 다른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 거 같아요?”

어쩔 수 없지.”

 

대통령의 대답에 재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고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빠가 그래서 문제인 거야.”

?”

엄마가 그러니까 아빠를 만만하게 보는 거라고요. 아빠에게 엄마가 꼭 필요한 사람인 것처럼, 엄마에게도 아빠가 꼭 필요해요. 엄마도 아빠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요.”

그래. 알고 있어.”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마땅히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아빠.”

그렇다고 내가 뭘 할 수가 있겠니? 그리고 이건 내가 무조건 네 엄마에게 잘못한 거니까. 어쩔 수 없어.”

엄마가 뭐 하고 있는지 알아요?”

?”

 

대통령의 반응에 재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 것도 모르죠?”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가 얼마나 나쁜데.”

 

재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엄마는 알고 있었어요.”

?”

 

대통령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에게 아들이 있다는 거. 그리고 그 아들을 구하면 안 된다는 거. 그거 다 알고 있다고요.”

아니야.”

 

대통령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것들을 다 알고 있으면서까지 그렇게 모르는 척. 아무 것도 아닌 척 할 리가 없었다.

 

아무리 네 엄마가 똑똑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일까지 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네 엄마야.”

그렇죠.”

 

재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싫어.”

.”

그래서 너무 싫어.”

 

재희는 몸을 가볍게 떨었다. 엄마를 사랑했지만 엄마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는 늘 자신이 바라는 것을 모두 이뤄야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아빠도 중요하지 않았다고요.”

아니.”

 

대통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도 제대로 모르고 있던 것까지 아내가 알 리가 없었다.

 

그 사람이 아무리 나를 미워해도 그럴 수는 없을 거야. 그래도 사람에 관한 것인데 말이야.”

누가 그 항공사 회장을 검찰에 넣은 건데요?”

?”

엄마잖아.”

 

재희의 갈라진 목소리에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것. 믿고 싶지 않았던 거였다.

 

그걸 몰라요?”

그만.”

 

대통령은 손을 들었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재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엄마는 아빠를 늘 그런 식으로 다루었다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무슨 편을 들려고 하는 건데요?”

됐어. 그만 둬.”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내에 대해서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너는 그 모든 걸 어디에서 들었니?”

할아버지.”

뭐라고?”

 

대통령의 얼굴이 더욱 차갑게 굳었다.

 

그 분이 다 알고 계셨다고?”

. 제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까. 할아버지가 다 알려줬어요. 나도 믿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더 분명히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이유야. 내가 아빠 편을 들어야 하는 거니까.”

다 알고 있었다.”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재호는?”

모르죠.”

그래.”

 

다행이었다. 그래도 아들이 이걸 모른다면 다행이었다. 아들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는 것들이었다.

 

재호에게는 말하지 마.”

지금 그게 걱정이에요?”

?”

정말.”

 

재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빠는 지금 이 순간에도 걔 걱정을 하는 거죠?”

. 그게 아니라.”

알아요.”

 

재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늘 대통령은 자신보다 동생의 걱정이었다.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재호는 어리니까. 그리고 저처럼 정치에 뜻이 없으니까. 더 이상 재호에게 말하지 않을 거예요.”

미안하다.”

아니요.”

 

재희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이런 것을 가지고 더 다툰다고 해서 생길 문제는 아니었다.

 

아무튼 그래서 아빠 편을 들기로 한 거에요.”

그래.”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빠는 그게 다야?”

?”

엄마가 밉지도 않아요?”

아직 모르겠다.”

 

대통령은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영애에게 들은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해.”

아빠. 그렇게 안일하게 대처하지 마요. 상대는 엄마에요.”

그래.”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다 더 큰 야망을 가진 것이 아내였다. 대통령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래. 그렇게 하마.”

조심해요.”

그래.”

 

대통령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내를 조심하라는 것. 그게 너무나도 이상한 말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심해야 했다. 아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더 이상 두 사람은 좋은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일단 이 정도면 될 거 같죠.”

. 그럴 거 같아요.”

 

혹시 모를 일들을 대비해서 최대한 꼼꼼하게 배에 짐들을 묶었다. 그래봐야 별로 짐도 없었지만.

 

그래도 여자들을 묶을 게 필요하지 않아요?”

? 무슨 노예에요?”

아니.”

 

봄의 말에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파도가 되게 심할 거예요. 그러면 튕겨져 나갈 수도 있으니까. 그걸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아 그래요.”

 

봄의 얼굴이 곧바로 붉어졌다.

 

하지만 괜찮아요.”

몇 개 더 엮죠.”

 

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할 게 많죠?”

아닙니다.”

 

지아의 물음에 윤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애초에 나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강지아 씨잖아요.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가 고생하는 것은 고생하는 것도 아니죠. 강지아 씨가 혼자서 다 한 것은 모르는 겁니까?”

에이. 그건 제가 하겠다고 한 거니까 고생도 아니죠. 하지마 다른 사람들은 저랑 다른 거잖아요.”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고집으로 움직이는 거였다.

 

나도 내가 참 싫을 거 같아.”

아니요.”

 

윤태는 지아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그러지 않아요.”

정말로요?”

. 그럼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이리 편을 들어준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그나저나 다음 섬은 뭐가 있겠죠?”

그렇겠죠. 섬이 네 개니까.”

 

그래도 GPS는 간단히 확인이 가능했고, 이 망망대해에서 그들이 있는 곳에는 네 개의 섬이 있었다.

 

그리고 전파가 터진다는 거. 여기는 간헐적으로 터지는 거. 다른 섬에는 뭔가 있다는 거예요.”

그렇겠죠.”

 

윤태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희망을 품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만 할 수도 없었다.

 

떨려요?”

아니요.”

 

지아가 윤태의 뺨에 손을 얹고 묻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가볍게 윤태를 안았다.

 

고마워요.”

아 그러면 너무 설레는데.”

뭐래?”

 

윤태가 장난스럽게 대답하자 지아는 살짝 눈을 흘겼다. 윤태는 아이처럼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나저나 다음 섬에 가면 누가 올까요?”

적어도 확실히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 올 겁니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오늘 밤이네요.”

그렇죠.”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나가야 했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지치는 중이었다.

 

한 달 보름. 정말 길었어요.”

그렇죠.”

 

윤태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지아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나랑 있는 게 싫었어요?”

아니요.”

두 사람 닭살에 더 못 있겠네요.”

 

지웅이 농담을 하고 멀어지자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지웅이 멀어지고 윤태는 지아를 더욱 꼭 안았다.

 

그럼 뭘 해야 하지 않아요?”

뭐래.”

 

윤태의 능글맞은 목소리에 지아는 그의 가슴을 밀고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뭘 생각한 거예요?”

?”

대화요. 대화.”

하여간 나빠.”

 

지아가 가슴을 때리자 윤태는 씩 웃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 섬에 나가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었다.

 

한 번 해보고 나니 더욱 걱정이 되는 거 같아요.”

그렇죠.”

 

윤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뭔가를 한다는 것. 한 번 했던 일을 한다는 것. 그게 더 두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