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65장. 떠낼 준비 2]

권정선재 2017. 7. 24. 20:51

65. 떠낼 준비 2

너희도 안 간다고?”

.”

미쳤네.”

 

도혁과 병태의 대답에 태욱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안 가면 너희는 갈 줄 알았는데?”

석구는 어떻게 할 건데?”

 

도혁의 물음에 태욱은 턱을 만졌다. 석구. 그들에게는 지금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될 게 아니었다.

 

이 섬에서 나가려는 사람들. 석구를 죽이는 것에 반대했지만 석구를 좋아하지 않는 거잖아.”

그렇지.”

 

태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오케이를 하기도 그런데 말이야. 나는 너희랑 같이 있고 싶지 않거든.”

우리도 마찬가지야.”

 

태욱은 물끄러미 도혁을 응시했다.

 

그래서?”

네가 나가.”

뭐라고?”

우리는 이 섬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구조하러 오기를 기다릴 거야. 그러니까 네가 이 섬에서 나가.”

그게 무슨?”

 

태욱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이야. 지금 너는 네가 하는 말이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 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말이야.”

네가 이해를 하건. 이해를 하지 못하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다만 나는 네가 마음에 들지 않거든.”

아프네.”

 

태욱이 가슴을 만지며 상처를 받은 표정을 짓자 도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너 지금 네가 뭐라는 건 줄 알아? 너는 석구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 우리가 원망스럽다는 거야?”

당연하지.”

그게 무슨?”

나는 멀쩡하니까.”

 

도혁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농담을 하는 거지?”

아니.”

 

태욱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진심이야.”

미친.”

 

가만히 듣고 있던 병태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뭐라고?”

 

태욱은 그런 병태를 여유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네가 나한테 감히 욕을 하네?”

뭐라고?”

 

태욱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내가 가야겠네.”

.”

오케이. 좋아.”

 

태욱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갈게.”

마음대로 해.”

너희를 여기에 두지.”

 

태욱은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도혁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병태는 그런 태욱을 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더 잘 해야 하는 건데.”

아니야.”

석구를 더 지키지 못해서 이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도혁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석구를 위해서 행동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없었다.

 

 

 

안 됩니다.”

뭐라고요?”

 

지웅의 말에 태욱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누구라도 갈 수 있다. 그렇게 말을 한 것 아니었습니까? 나만 안 된다는 겁니까?”

. 그쪽만 안 됩니다.”

 

태욱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은 무도 되더라도 자신은 안 된다는 말에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거 되게 우스운 거 아닙니까?”

뭐가요?”

차별이지.”

차별입니다.”

 

지웅은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그쪽은 그리 안전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쪽은 같이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게 무슨.”

 

태욱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가 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이 섬에 있으면 다 죽겠다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그럼 뭐지?”

다른 섬으로 간 사람들이 구조 신호를 보내겠죠.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 올 수도 있는 거고요.”

누가 우리를 찾을 거라고?”

 

태욱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걸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도대체 누가 우리를 찾으러 온다는 거야? 아무도 오지 않아.”

모르는 거죠.”

아니.”

 

지웅의 말에도 태욱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누가 우리를 구하러 올 거라면 진작 왔어.”

그래서요?”

나는 나갈 거야.”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는 겁니까?”

그게 무슨?”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거잖아요.”

뭐라는 거야!”

 

그렇게 태욱이 고함을 지르는 순간 윤한이 재빨리 그의 손을 잡고 윤태가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태욱은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지만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세 남자를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다들 뭐 하는 거야?”

폭력은 금물입니다.”

너희가 쓴 건 뭐지?”

정당방위죠.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원합니다. 임길석 씨를 보낸 것이 실수였죠.”

미친.”

 

태욱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지금 자신을 그런 미친 살인자와 비교를 하는 거였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나는 아무도 안 죽였어.”

사주했죠.”

뭐라고?”

 

태욱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저 자신은 이들에게 유리한 고지를 만들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

 

고작 그런 일을 가지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한다는 겁니까? 나도 이 섬을 나갈 자격이 있습니다.”

대신 우리랑 나가지 못합니다.”

뭐라고요?”

우리가 거절하는 거니까요.”

 

태욱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세 남자의 표정은 너무나도 결연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거죠?”

그럴 겁니다.”

 

지웅은 가만히 사람들의 짐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세요?”

걱정이 되어서요.”

걱정은요.”

 

지아의 미소에 지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강지아 씨가 가서 다행이에요.”

에이.”

 

지아는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사무장님이 가셔야 하는 건데요. 저는 가서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거 같은데요.”

아니요. 강지아 씨가 있기에 이 모든 게 가능한 겁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괜찮습니다.”

자신감이라니.”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더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

그러게요.”

 

보름. 적어도 그들이 오려면 아직 보름이 남았다.

 

한 달은 채워야 오겠죠.”

그렇죠.”

 

서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 서준을 보며 세라는 미간을 모으며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거 뭐예요?”

?”

아니 나랑 있는 게 싫어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런데 그 표정 뭐지?”

 

세라의 까칠한 반응에 서준은 곧바로 두 손을 모으고 잘못했다는 시늉을 했다. 세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오지 않을까요?”

이제요?”

이제라도요.”

 

그때 세라는 먼 바다를 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배다.”

배요?”

저거 배 아니에요?”

 

서준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먼 바다를 쳐다봤다. 분명히 배였다. 서준은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여기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배는 무심히 그대로 지나가는 중이었다.

 

연기.”

?”

연기요!”

 

세라가 고함을 지르자 서준은 재빨리 불에 장작을 넣었다. 하지만 불만 더 커질 뿐 다른 건 없었다.

 

연기가 안 나는 걸요?”

젖은 걸 넣어야죠.”

젖은 거요?”

 

서준은 물을 마구 뿌린 종이를 불에 넣었다. 그리고 불은 연기가 잠시 나는 것 같더니 그대로 사그라들었고 배도 멀어졌다. 세라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서준을 보더니 아랫입술을 세게 흔들었다.

 

바보에요?”

아니.”

아니 이게 어떤 기회인데.”

 

서준은 울음을 참는 세라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를 자신이 날린 셈이었다.

 

 

 

뭐라고요?”

싫은가?”

아니.”

 

대통령의 장인의 말에 여당 최고위원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보궐 선거가 있지 않나?”

있습니다.”

거기에 내보내지.”

 

여당 최고위원은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대단한 거물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부탁은 너무 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 좀 보게.”

 

대통령의 장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비서가 여당 최고 위원에게 종이봉투를 건넸다. 내용물을 확인한 여당 최고위원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부탁하네.”

 

대통령의 장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