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장. 떠낼 준비 1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무엇이 말인가?”
“장인어른.”
대통령이 낮은 목소리로 부르자 대통령의 장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대통령을 응시했다.
“자네 딸을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어린 아이입니다.”
“아니.”
대통령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대통령의 장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딸이 자신의 딸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쓸 수는 없는 거였다.
“제 딸을 지킬 겁니다.”
“그 아이의 선택이야.”
“아니요.”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명히 장인이 이런저런 말로 아이를 설득했을 거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는. 그리고 자신이 할아버지의 총애를 받는다고 믿는 아이는 거기에 넘어갔을 거였다.
“저 아이가 얼마나 다칠지 모르시는 겁니까? 이미 제 아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십니까?”
“자네 아들을 안 찾을 건가?”
“네? 그게 무슨?”
“그 아이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닌가?”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자신은 지금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한 행동을 하는 거였다.
“지금 사람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를 알고 있나? 그 이유는 그 아이가 자네의 아이지만 내 딸의 아이가 아니라서 그런 것이지. 그런데 자네와 내 딸의 아이가 나서서 그 아이를 찾는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 것 같나? 이미 개입을 한 사람이 있는데 제 3자들이 뭐라고 하려고?”
대통령의 장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토해내고 검지로 책상을 두드렸다.
“나도 내키지 않아. 나도 정말 하기 싫단 말이야. 하지만 자네 딸이 나에게 와서 부탁을 했네. 재희가.”
“재희가 직접 간 겁니까?”
“그래.”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게 보였으면 딸이 그랬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네가 재희를 위해서 뭘 할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있지 않나? 재희를 그냥 믿으면 되는 거야.”
“힘든 길입니다.”
“그렇지.”
대통령의 말에 대통령의 장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다칠 겁니다.”
“알고 있네.”
“그런데 시키신다고요?”
“그래.”
대통령의 장인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재호가 아니라 재희입니까?”
“딸이니까.”
“다른 겁니까?”
“다르지.”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엇이 다릅니까?”
“자네가 찾는 것은 아들이야. 결국 재호가 나서게 되면 그것이 어쩔 수 없이 부각이 될 거야. 하지만 딸이라면 다르지. 게다가 여성이라는 이미지. 그게 또 도움이 될 수밖에 없을 걸세.”
“여성이라는 이미지.”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더 힘들고 불편했다. 재희를 괴롭게 할 일이었다.
“그 아이를 지키고 싶습니다.”
“이미 틀렸어.”
대통령의 장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그 사실을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고 이 상황에서 알리게 되었을 때. 그 순간 이미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 자네는 그저 사람들을 따르기만 해야 하는 거야. 그런 걸세.”
“따르기만 해야 하자니.”
이토록 힘이 없는 사람인 줄 몰랐다.
“저는 대통령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다. 대통령의 장인은 미간을 모았다.
“자네는 자네가 뭔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군. 하지만 그건 자네의 힘이 아니야. 자네가 있는 그 자리.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자네에게 주는 힘이야. 그러니 그 힘을 쓸 것이 아니라면 자네는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라.”
알고 있었다. 자신은 결국 대통령이라는 힘을 써야만 하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쓸 거였다.
“제가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안 되네.”
“장인어른.”
“그럴 시간이 없어.”
단호했다. 너무나도 단호한 그 모습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복잡했다. 이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딸을 이용한다고 생각을 할 겁니다. 제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
“그런데 그래야 하는 겁니까?”
“그렇지.”
“장인어른 그건 아닙니다.”
대통령은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미 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은 아이였다. 그런데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그 아이를 다시 사용하단다는 것. 그것은 윤리적이지 않았다.
“저는 그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나도 내 딸의 아버지야.”
“네?”
“그런데 지금 자네를 도와.”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의 장인은 입을 꾹 다물고 차가운 눈으로 대통령을 응시했다.
“자네는 지금 무엇인가?”
“대통령입니다.”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럼 아버지이기를 포기하시게.”
대통령은 혀로 이를 훑었다.
“자네가 그저 아버지로 남겠다고 하면 이것으로 충분해. 하지만 자네가 아버지이기를 포기하기로 한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거야. 그래서 자네는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 건가? 응?”
“저는.”
대통령은 머리가 아득해졌다. 자신이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대통령일 겁니다.”
“그래.”
대통령의 장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하지.”
“예.”
대통령의 장인은 방을 나가며 대통령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쩔 수 없는 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힘든 거였다. 대통령이 혼자 고뇌에 빠진 사이 이내 방은 텅 비었다.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남자.”
“뭐라고?”
시인의 말에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시우 말이 옳아.”
“뭐가?”
“우리가 도대체 뭐라고 걔를 계속 따라다니는 건데? 우리는 시우에게 그럴 수 있는 자격 가은 거 없어.”
“아니.”
시인의 말에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물끄러미 시인을 응시했다.
“언니는 시우가 걱정도 안 되니?”
“돼.”
“그런데?”
“된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곳을 다 따라갈 수는 없어. 시우는 이제 애가 아니야. 이제 우리가 놔줘야 해.”
“싫어.”
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일이었다. 시우는 아직 지켜야 하는 존재였다.
“엄마는 우리 두 사람을 믿고 시우를 여기로 보낸 거야. 도대체 그런데 언니 무슨 말을 하는 건데”
“누가 그래?”
“뭐?”
“너 혼자만의 상상이야.”
“언니!”
시안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니가 왜 그러는 건지 알겠어. 그래 지금 시우가 화를 내구 있지. 하지만 이제 시우도 이해를 할 거야.”
“무슨 이해?”
시인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시안의 눈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자신의 여동생은 이상한 상상에 빠진 거였다.
“너도 시우가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잖아. 시우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 그거 그냥 시우를 믿는 거야. 도대체 왜 그렇게 시우를 믿지 못하는 거야? 시우도 자기 판단을 할 수 있어.”
“아니.”
시안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같이 갈 거야.”
“그래 너는 가.”
“뭐라고?”
시인의 태도에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가지 않아.”
“언니!”
시안은 목소리를 키웠다.
“그게 무슨? 언니가 가지 않으면 뭐가 되는 건데? 언니도 같이 가야지. 시우가 가는 곳에 가야지.”
“나는 더 이상 그런 일을 하지 않으려고. 나는 이제 시우를 믿으니까. 그냥 시우를 두고 보려고.”
“언니 그거 너무 위험해.”
“아니.”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옳은 거였다. 그 모든 것을 다 넘어서 겨우 옳은 거였다.
“이게 맞아.”
“하지만.”
“이게 맞는 거야.”
시인의 단호한 태도에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시인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이시다가 가시는 거네요.”
“내가 힘이 있어?”
진아의 대답에 나라는 가만히 그녀를 안았다.
“뭐 하는 거야?”
“고맙습니다.”
“고맙긴.”
진아는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가기 싫어.”
“알고 있어요.”
“다 선배랑 너 때문에 가는 거야.”
“네. 알고 있습니다.”
나라는 장난스럽게 대답하며 경례를 붙였다.
“그나저나 이 섬에서 혼자 선배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섬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텐데.”
“잘 하시겠죠.”
“그렇지.”
진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선배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게 아닌데 말이야. 선배는 정말로 멋있는 사람인데 너무 혼자서 모든 것을 다 감당하려고 하는 거니까. 그게 힘든 거지.”
나라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승무원이라는 직책이 가진 것. 그게 무엇인지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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