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61장. 떠날 준비 1]

권정선재 2017. 7. 10. 22:30

61. 떠날 준비 1

쉽지 않을 겁니다.”

알고 있네.”

 

결국 재신임의 문제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였다.

 

여론조사만으로 모든 것을 다 결정하신다고 하면. 결국 저들에게 또 다른 빌미를 주시는 겁니다.”

허나 그것 말고 내가 이 상황을 전복할 것이 있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위험합니다.”

 

비서관의 대답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이 카드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거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대통령님.”

그대도 이리 생각하지 않나?”

그건.”

다른 방법이 있나?”

 

대통령의 연속된 물음에 비서관은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다른 방법은 없어.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하네. 그것이 무엇이건 말이야.”

하지만 그 방법을 사용하다가 그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계시면 다른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니.”

 

대통령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오랜 정치 경험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반전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모든 정치인은 스스로 움직여야지만 어떤 기회를 얻을 수가 있네. 그러지 않으면 죽은 정치인이지.”

대통령의 권위를 쓰시면.”

그런 게 남았는가?”

 

대통령의 미소에 비서관은 침을 삼켰다. 이미 대통령의 권위 같은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없었는지도 몰랐다. 지금의 대통령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그 자리에 오른 이가 아니었다.

 

내 아내가. 그리고 내 장인이 만들어준 기회야. 이 기회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인지는 내가 더 잘 알고 있네. 이 위기를 그러니까 내 방법으로 타파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돕겠습니다.”

고맙네.”

 

새롭게 온 이가 자신의 편이라니 너무 고마웠다.

 

나는 그저 옳은 일을 하려는 거야. 단순히 내 아들이 아니라. 이 나라 국민을 구하려는 걸세.”

이해하고 있습니다.”

 

비서관의 말이 대통령의 마음을 울렸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 그의 손에 있는 것을 써야 했다.

 

담화를 준비해주게.”

알겠습니다.”

 

비서관은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결국 모든 것은 그에게 달린 거였다.

 

 

 

이 정도만 가지고 되겠어요?”

더 가지고 갈 것도 없어요.”

 

지아의 지적에 윤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섬은 그들에게 그다지 관대한 곳이 아니었다.

 

생선도 제대로 말릴 수 없고. 생선이 많이 잡히면 뭐합니까? 말리면 다 상하기만 하는 날씨인데요.”

아무래도 원래 우리가 있던 곳의 옆이기는 하지만 습한 모양이에요. 이 겨울에도 물고기가 마르지 않고 부패하는 걸 보면.”

 

지아는 입을 내밀고 생선들을 쳐다봤다. 물고기는 더 많이 잡혔지만 무슨 문제인지 잘 마르지 않았다.

 

그러면 다른 섬으로 떠나는 거. 우리가 이 섬으로 올 때보다 더 짧은 기간이 주어질 수도 있는 거네요.”

그렇죠.”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런 변수들은 그들이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는 거였다.

 

미안해요.”

아니요.”

 

지아가 사과하자 윤태는 고개를 저었다.

 

강지아 씨가 왜요?”

그래도 내가 너무 위험한 길로 이윤태 씨를 데리고 가는 거니까. 대한민국의 최고 배우를 말이죠.”

원래 최고 배우는 아니었어요.”

내가 떨어뜨린 거죠.”

뭐라는 거예요?”

 

지아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자 윤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지아의 손을 곡 잡고 눈을 맞췄다.

 

어차피 내려가던 길이었어요. 그리고 강지아 기자님은 아예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에이. 없는 거죠.”

아니요.”

 

윤태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지아는 바다를 쳐다봤다.

 

나갈 수 있겠죠?”

나가야죠.”

 

윤태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지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왜요?”

나보다 더 자신감이 넘쳐.”

그래야죠.”

 

윤태는 가슴을 두드리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고마웠다.

 

미안해요.”

에이. .”

정말 미안해요.”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자신이 이런 기사를 쓰지 않았더라면 생기지 않을 일들이었다.

 

내가 이윤태 씨를 이리로 데리고 온 거예요.”

아니요.”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이것을 선택한 거였다. 그곳에서 더 부딪쳤어도 되는 거였다.

 

나도 도망을 친 걸요.”

도망이라뇨.”

 

지아는 입을 쭉 내밀었다.

 

이윤태 씨는 거기에서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한때 스타를 사람들이 어떻게 대했는데요.”

한때 스타.”

아니.”

 

지아가 당황하자 윤태는 씩 웃으면서 지아를 꼭 안았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그런 윤태의 가슴을 가볍게 밀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일단 이렇게 나갈 준비를 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곁에 있어준다는 것. 이것은 정말로 큰 힘이 되는 거였다.

 

 

 

나갈 거야?”

. 나갈 거예요.”

 

나라의 대답에 지웅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첫 비행이지만 정말 많은 것을 겪은 이였다.

 

자기가 나가준다고 하면 나는 너무 고마워. 결국 승객들은 승무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니까.”

그렇죠.”

잘 배웠네.”

 

지웅의 칭찬에 나라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지웅은 그런 나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준비를 해볼까?”

? 무슨?”

이 섬을 나갈 준비.”

 

나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선배님.”

나는 너를 살릴 거야. 첫 비행부터 위험한 상황에 휘말린 거. 그거 내 잘못도 있으니까. 내가 살릴 거야.”

사무장님이 무슨.”

 

나라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사고였고 누구도 책임을 질 것은 없었다.

 

선배님은 하실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하셨어요. 그런데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세요? 제가 챙길게요.”

아니. 혼자서 못할 걸?”

 

지웅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나라도 어색한 미소를 지어 답했다.

 

무조건 살아.”

선배.”

내가 보기에 우리들 중에서 가장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사람. 그게 바로 강지아 씨야. 적어도 강지아 씨와 같이 있게 된다면 죽지는 않을 거야. 새로운 기회를 얻을 거야.”

그럼 사무장님도 같이 가시죠.”

나는 모르겠어.”

 

지웅은 솔직히 고개를 저었다. 나가고 싶었지만, 그리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야만 했다.

 

말했잖아. 나는 승무원이고 사무장이야. 이곳에 사람이 더 많이 남으면 이곳에 남아야만 해.”

그럼 저도.”

아니.”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기는 나가.”

선배님. 그래도 그건 아니죠. 그렇게 따지면 저도.”

이세라 씨도 남았어. 결국 적은 사람의 수는 누군가가 동행해야 해. 나는 그걸 나라 씨가 하길 바라는 거야.”

 

지웅의 말에 나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또 고마운 마음이었다.

 

첫 비행부터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많이 않아. 대신 이런 일을 겪었으니까 이제 자기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잘 견딜 거야. 한국으로 돌아가면 분명히 좋은 승무원이 될 거야. 모든 상황을 잘 파악하고. 사람들도 잘 도울 수 있는. 그리고 승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런 승무원.”

고맙습니다.”

 

나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정말 고마운 말이었다. 지웅은 입술을 쭉 내밀고 손뼉을 쳤다.

 

그럼 준비를 하자고.”

하지만 진아 선배는.”

내가 책임을 질 거야.”

 

지웅이 힘을 주어 말하자 나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웅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그래도 선배야.”

그게 통해요?”

그럼.”

 

나라의 의심스러운 목소리에 지웅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그러니 나만 믿으면 돼.”

그게 더 의심이 가는 걸요?”

?”

 

지웅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는 지웅이 신기했다. 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한다는 게 참 묘했다.

 

사무장님은 대단한 분이세요.”

내가 무슨.”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가 다 대단한 거야. 이 상황에서 그 어떤 문제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거니까. 그러니까 준비하죠.”

. 알겠습니다.”

 

나라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지웅도 그런 나라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거 다 가지고 가려고요?”

가지고 가야죠.”

 

윤한이 자신의 글들을 챙기자 잠시 입을 내밀고 가만히 있던 세연이 곁에 앉아서 그것을 도왔다.

 

내가 해도 돼요.”

아니요.”

 

윤한이 말리려고 하자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우리 같이 나가려고 하는 거고. 그러려면 도와야 하는 거죠. 나 윤한 씨에게 짐이 될 생각은 없어요.”

짐이라고 한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요.”

 

세연이 어깨를 으쓱하자 윤한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세연의 밝은 목소리에 윤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세연의 손을 끌어서 그대로 입을 맞췄다. 세연도 그런 윤한을 꼭 안으며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