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장. 떠날 준비 2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형 하는 거에 따라서.”
“뭐라는 거야?”
재율의 말에 지웅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승객들이 우선이야. 너는 너만 생각하면 되는데 지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네가 뭘 할지. 그걸 정하라고 하는 건데.”
“형은 왜 그렇게 태연해?”
“뭐?”
“안 무서워?”
재율의 물음에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저었다. 무섭거나 그럴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나는 승무원이야. 승무원이 되어서 이런 일을 가지고 무섭다거나 그런 게 더 우스운 게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재율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형. 형을 우선으로 생각을 해야지. 여기에서 다른 사람들 먼저 생각하나고 해서 누구 하나 형 편을 들어주지 않아. 형이 우선이 아니라고.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한심한 생각을 하는 거야?”
“나 한심해.”
지웅은 재율의 양 어깨에 손을 얹고 씩 웃었다.
“나도 내가 한심한 것은 아고 있어.”
“형!”
재율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너무 그러지 마.”
“그게 무슨 말인 건데.”
“나는 가능하면 진아 씨랑 나라 씨를 같이 보내기 바라.”
“뭐라고?”
“이 섬은 가능성이 없으니까.”
재율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웅은 그러니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섬에 남겠다는 거였다.
“형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형이 죽을 거 같으면. 이 섬에 있는 게 위험한 거 같으면 모두 나가자고 해야지.”
“누구에게?”
“사람들.”
“아니.”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건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너도 알고 있잖아. 뭐 하나 확실한 건 없어.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위험할 수도 있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형이 근무한 경험으로 이미 느끼고 있는 거 아니야? 이 섬이 위험하다는 거.”
“뭐. 그렇지.”
지웅이 너무 태연하게 대답하자 재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왜 죽으려고 하는 거야?”
“죽으려는 거 아니야?”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는 사무장이니 그래.”
“뭐?”
“사무장은 승무원들 중에 캡틴이야. 그러니까 나는 사람들을 지켜야 해. 그리고 지금 기장도 부기장도 없다면 내가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거고. 사람들을 지키는 거. 그게 내 일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재율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사람들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지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자신이 죽을 걸 알고 이러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가자.”
“재율아.”
“가자고.”
재율은 지웅의 손을 잡고 끌려고 했지만 지웅은 단호했다.
“싫어.”
“형 도대체 왜 이래?”
“너나 가.”
“무슨.”
재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지웅이 가지 않는다면 자신도 갈 이유가 없었다. 재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도 싫어.”
“표재율. 너는 가야 해.”
“어차피 나는 가면 아버지 문제로 시달리겠지. 그리고 아버지도 문제가 있는 아들이라 시달릴 거고.”
재율의 웃음에 지웅은 침을 삼켰다. 자신은 재율에게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하는 거였다. 그런 거였다.
“형이 있어서 나는 겨우 이제 나를 인정하는 거야. 그런데 형이 가지 않을 거라면 나도 가지 않을 거야.”
“제발 나가.”
“형.”
“네가 나가서 우리들이 여기에 있다고 말해.”
재율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네가 가서 여기에도 사람들이 있다고. 그러니까 구해야 한다고. 강지아 씨를 좀 도와줘. 우리들 중에서 가장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거 너야. 그리고 네가 있어야 한국에서도 구조팀이 올 거야.”
“내가 있어야 온다고? 반대인 거 같은데?”
재율의 쓴 웃음에 지웅은 재율의 얼굴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확신해.”
“아버지는 나를 버렸어.”
“그리고 너를 구할 분이지.”
재율은 침을 삼켰다. 아무리 지웅에게 이런 말을 들어도 답답함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아니 해소될 수 없었다.
“만일 아버지가 나를 구해줄 거라면 진작 왔겠지. 여태 나타나지 않아서 나를 아프게 할 리가 없지.”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타나실 거야.”
재율은 입을 꾹 다물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구하러 온다는 거. 재율의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형이 나의 구원자야.”
“그리고 네가 나의 구원자겠지.”
지웅의 재율의 뺨을 가볍게 때리고 씩 웃었다.
“그러니까 나가.”
“알았어.”
재율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꼭 나갈게. 그리고 한국하고 연락할게. 그럼 형 말처럼 누군가가 우리를 구하러 올 거니까.”
“응.”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재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웅의 말처럼 누군가를 구하러 올 거라면 자신을 구하러 올 가능성이 가장 클 거였다.
“정말 간다고?”
“응.”
“미쳤어.”
봄의 대답에 진영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그 사람들을 뭘 믿고 간다는 거야?”
“너는 여기에 왜 남으려는 건데?”
“뭐?”
“여기 사람들을 믿어?”
“그건.”
진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섬에 누가 남을지 모르겠지만 이 섬에서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진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이 섬 자체가 너무 싫거든. 너 빼고는 아무도 정이 붙지 않아. 나는 무조건 나갈 거야.”
“그러다 죽으면?”
“죽는 거지.”
“뭐?”
진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아니.”
진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차라리 죽는 것이 이 섬에 있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그래도 이 섬의 사람들. 그들 빼고는 아무 문제도 없잖아. 그리고 나도 남는다고 하는데 왜 가려고?”
“우리 그 동안 아무 것도 보지 않았어. 그리고 우리는 없어도 저 사람들은 뭔가 방법도 있는 거 같고.”
“무슨 방법?”
“그건 모르지.”
봄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저들에게 뭐가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섬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나간다는 이야기를 저리 하는 것을 보면 어떤 확신이 있는 거였다.
“뭔가 GPS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런 게 있다고?”
봄의 말에 진영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그 사람들은 이 섬이 있다는 걸 확실히 알고 온 거야. 도대체 뭘 믿고 이 섬으로 온 거라고 생각해?”
“그게. 그러니까.”
진영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봄의 말이 옳았다. 그들은 이 섬에 올 때 어떤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럴 수 있겠네. 하지만 그래도 단순히 그것만 믿고 가기에는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네 말이랑 전혀 다른 상황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냥 아무런 확신도 없이 그냥 나가려고 하는 거면?”
“어쩔 수 없지.”
“뭐라고?”
“그 상황에서 뭘 더 어떻게 해?”
“그게 무슨?”
진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책임한 말이었다. 자신은 봄을 따라갈 이유가 없었다.
“그럼 나는 가지 않아.”
“가자는 말 안 했어.”
“강봄.”
“나는 갈 거야.”
봄은 단호한 표정으로 진영을 응시했다. 진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뭐가?”
“강봄. 나는 네 친구야. 우리 두 사람이 도대체 왜 따로 다니려고 하는 건데? 그거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왜 같이 가려는 건데?”
“뭐라고?”
봄의 대답에 진영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마구 헤집고 입술을 꾹 다물고 겨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친구야.”
“그런데?”
“봄아.”
“그건 아무 것도 증명하지 않아.”
봄은 덤덤했다. 그리고 차가웠다.
“나는 살 거야.”
“그러니까 여기에서 있으면 되는 거잖아.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살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는 건데 왜 그러는 건데?”
“그럼 여기에서는 있니?”
봄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곳에서는 아무런 가능성도 없어. 나는 우리에게 가능성을 주는 것을 믿을 거야. 그건 새로운 행동이야.”
봄의 단호함에 진영은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봄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봄은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네가 나를 돕는다고?”
“네. 제가 도우려고요.”
영애의 말에 대통령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자신의 장인을 응시하고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십니까?”
“무엇이 말인가?”
“제 딸은 끼우지 마시지요.”
“내 손녀일세.”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장인이 워낙 자기 멋대로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것까지 양보할 수는 없었다.
“제 딸은 사람들 앞에 내세우지 않을 겁니다.”
“제 뜻이에요.”
영애의 말에 대통령의 얼굴이 굳었다.
“제가 하려고요.”
영애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긴장된 표정을 지었지만 영애는 더욱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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