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 [67장. 생각하지 않았던 일 1]

권정선재 2017. 7. 24. 20:54

67. 생각하지 않았던 일 1

아니요. 가지 않을 겁니다.”

그냥 이 섬에 있을 거라고요?”

. 그럴 겁니다.”

 

도혁의 말에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굳이 이들과 같이 가고 싶지도 않았지만 같이 가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왜 그러시는 거죠?”

어차피 따라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쪽이 구조를 받으면 우리도 데리고 갈 거 아닙니까?”

그렇겠죠.”

그러니까요.”

 

도혁의 미소에 지아는 가만히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처럼 자신들도 모두 데리고 올 거였다.

 

그리고 석구도 있고요.”

석구 씨도 가면 되는 거죠.”

아니요.”

 

도혁은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왜요?”

누구도 석구를 감당할 수 없어요.”

그건.”

강지아 씨 괜찮아요.”

 

도혁은 지아를 보며 씩 웃었다.

 

석구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해주는 건 고맙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안 된다고 말을 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그럴 리가 있어요? 우리는 모두 다 생존자인데. 누구 하나 두고 가거나 그럴 수 없는 거예요.”

그렇죠.”

 

도혁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하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정말 고마웠다.

 

고마워요.”

아니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아니.”

 

병태의 물음에 도혁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그들이 다른 거 같아서?”

?”

석구도 가자고 하더라.”

그게 무슨?”

 

병태의 표정이 묘해졌다.

 

정말로 석구도 괜찮다고 했다고?”

. 이상한 사람들이야. 아무리 같은 생존자라고 하더라도 석구랑 같이 가는 것이 편하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러게.”

신기하지.”

 

병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어쩌면 자신들과 그들은 시작부터가 전혀 다른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같이 가자는 이야기인 거지?”

. 그래도 거절했어.”

그래.”

 

병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석구를 감당하는 것은 자신들도 점점 힘들어지는 중이었다.

 

석구를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도 일단은 더 많은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야 할 거야.”

그렇지.”

 

도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석구가 먹던 약만 잃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가 되지 않았을 거였다.

 

석구한테 미안하네.”

그러게.”

우리가 여행을 오자고 한 거니까.”

그렇지. .”

 

두 사람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거였다.

 

 

 

잘 챙겨요.”

그럼요.”

 

지웅에게 전화기를 받은 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방 속 옷들 한 가운데 넣고 다시 꼭꼭 감쌌다.

 

이 정도면 괜찮겠죠?”

그렇죠.”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하늘을 바라봤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갈 겁니다.”

그래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석구야 잘 지내?”

태욱아.”

 

태욱이 나타나기가 무섭게 석구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태욱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뭐 하자는 거야?”

?”

네가 뭔데?”

태욱아.”

 

석구가 반가운 표정을 짓자 태욱은 미간을 모았다. 자신과 석구는 달랐다. 이런 취급일 이유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

너는 왜 나를 반겨?”

친구니까.”

친구?”

 

태욱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두 사람이 친구인 시절은 지났다. 그런데 친구라니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누가 너를 친구라고 하는 건데?”

왜 그래?”

나는 더 이상 너를 친구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 그런데 너는 왜 자꾸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나를 괴롭히는 거야?”

?”

 

석구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도대체 뭐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너 아무 것도 아니잖아. 너는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닌 건데 왜 그래?”

태욱아.”

 

석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석구가 앞으로 다가오려고 하자 태욱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너는 괴물이야.”

괴물?”

사람을 죽였잖아.”

그건.”

 

석구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태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석구를 응시했다.

 

네가 죽인 거야.”

네가 알려줬잖아.”

그래서?”

 

태욱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태욱을 응시하더니 아랫입술을 물었다.

 

내가 시킨 거 아니잖아.”

태욱아.”

내가 죽이라고 한 건 아니잖아.”

그건.”

 

석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네가 그걸 원한 거잖아.”

내가?”

 

태욱의 장난스러운 반문에 석구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네가 알아서 한 거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내 탓을 하는 거야? 너 지금 되게 이상한 거 아니야?”

그건.”

 

석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태욱은 자신에게 누군가를 죽이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결국 네가 알아서 한 거잖아.”

그렇지.”

그런데 왜 내 탓을 해.”

그게.”

 

태욱의 지적에 석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머리로는 정확한 지적할 것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태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이 이 섬을 떠나려는 거 알아?”

? 그런데.”

도혁이랑 병태는 못 나가.”

뭐라고?”

 

석구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때문에.”

?”

사람을 죽인 괴물이 있잖아. 그 둘은 너를 데리고 가자고 하지만. 누가 너랑 같이 가고 싶겠어.”

그건.”

 

석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에게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그들을 자신 때문에 망가뜨릴 수 없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해?”

네가 알아서 해야지.”

 

태욱은 입을 내밀고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까지 내가 말해야 해.”

태욱아 너 왜 그래?”

뭐가?”

우리 친구잖아.”

 

다른 날보다 석구의 태도가 정상적이자 태욱은 묘하게 불쾌했다. 태욱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

우리가 친구였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에서도 무조건 내가 네 편을 들어주거나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

그건.”

 

석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때 친구였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너야 말로 우리 친구잖아. 그러면 우리를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지 말고.”

이기적인 거?”

 

석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엄마 그만 해.”

?”

 

재호의 말에 영부인은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이러다가 누나도 집을 나갈 거야.”

나가라고 해.”

엄마!”

 

영부인의 대답에 재호는 목소리를 키웠다.

 

누나가 없으면 엄마도 안 되잖아.”

뭐가?”

누나가 얼마나 그 동안 엄마 편을 많이 들었어? 그런데 이 상황에서 싸우면 안 되는 거지. 안 그래?”

아니.”

 

영부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사사건건 자신과 부딪치는 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나 찾지 못하는 그 녀석이 문제지. 차라리 잘 나간 거야.”

엄마.”

엄마는 너만 있으면 돼.”

 

영부인이 자신에게 손을 뻗자 재호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너 왜 그러니?”

아니에요.”

 

재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방으로 갈게.”

아들.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알아요.”

 

재호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엄마였으니까. 뒤에서 영부인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재호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