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사라진 희망 1
“안 됩니다.”
“뭐라고요?”
미국 쪽 대표의 말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습니다.”
“무슨?”
대통령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거기에 뭘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그쪽이 뭐라고 하건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우리를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것은.”
“그런데요?”
“그래도 안 됩니다.”
“뭐라는 겁니까?”
대통령은 심호흡을 한 채 미간을 모았다.
“그게 말이 됩니까?”
“됩니다.”
“이봐요.”
“저는 지금 미국 쪽의 입장을 말씀 드리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절대 불가입니다.”
“절대 불가라니.”
대통령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사람 목숨을 두고 이럴 수는 없는 거였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도와달라고 말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안 되는 것입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그게 무슨.”
“대신 작은 두 섬은 갈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커다란 섬. 그곳에만 가지 않으면 된다는 거였다. 거기에 뭐가 있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좋습니다.”
“그럼 더 이상 이의는 없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그럼 된 겁니다.”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에게 더 이상 끌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물러나야 했다.
“그럼 바로 가도 되는 거죠?”
“안 됩니다.”
“그게 무슨?”
“그곳에 확실히 누군가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미국에서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우리는 무조건 갈 겁니다.”
대통령의 단호한 태도에 대표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아무 것도 뜨지 않지.”
“그러게요.”
다들 걱정된 표정을 지었다. 휴대전화는 켜졌지만 그 이상의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다른 반응이 보여야 하는 순간이었는데 그런 게 없으니 모두 당화하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모두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야?”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진아였다.
“이거 뭐예요?”
“여기 전파가 안 터지는 모양이에요.”
“뭐라고요?”
진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그게.”
“당신이 오자고 했잖아!”
진아는 그대로 지아에게 와서 멱살을 잡았다. 지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것을 모두 받아줬다.
“어떻게 하자는 거야!”
“왜 강지아 씨에게 이러는 겁니까?”
곧바로 윤태가 끼어들었다.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노려봤다.
“아무리 연인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죠. 이런 식으로 무조건 다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닌 거지.”
“뭐가 아닙니까?”
“이 상황이 안 보여요?”
“성진아 승무원 그만 둬요.”
지웅의 말에 진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뭐라고요?”
“그만 두라고요.”
“선배!”
“자기도 여기에 온 거잖아. 같이 온 거면서 도대체 왜 한 사람에게 그 모든 책임을 다 지우려고 하는 거지?”
“그게 무슨?”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물끄러미 지웅을 응시하다가 웃었다.
“도대체 뭐예요?”
“뭐가?”
“선배는 왜 이 여자 편을 계속 들어주는 건데요. 나 이해가 안 가서 그래. 도대체 이 여자가 뭔데?”
“그만 둬요.”
“좋아요.”
다들 자신을 몰아세우는 분위기 같아지자 진아는 양손을 들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달라질 건 없었다.
“다들 나랑 입장이 다른 거지.”
“입장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표하죠.”
“뭐라고요?”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
진아의 말에 모두 눈치를 살피면서 침을 삼켰다. 진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조건 옳다고 할 수도 없었다.
“다들 왜 그래요?”
“그건 좀.”
“왜요?”
지웅도 망설이자 진아는 미간을 모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모두 다 같이 이 섬에 온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들만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게. 그게 너무 이상하지 않나?”
“이상해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강지아 씨.”
“성진아 씨가 해줘요.”
지아는 진아를 보며 씩 웃었다.
“지금 보니까 성진아 씨가 이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대해서 되게 관심이 많은 거 같은데요.”
“왜 내가 해요?”
진아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지아를 응시했다.
“그쪽이 시작한 거잖아. 그쪽이 시작한 일이라면 그쪽이 알아서 수습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뭘 시작을 했건. 그것을 다른 방향으로 틀려고 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성진아 씨 같은데요.”
“뭐라고요?”
“겁이 나면 관둬요.”
진아는 미소를 지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헛기침을 한 후 씩 웃었다.
“내가 말할게요.”
“하지만.”
“괜찮아요.”
윤태가 말리려고 했지만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사람들도 다 알아야 해요. 그래야 다른 곳으로 다시 갈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어디로 가요?”
지아의 말에 진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지아 씨. 지금 자신이 무슨 메시아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말이야.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쪽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런데 왜 혼자서 다 하려고 하는 거야? 나는 이해가 안 가네.”
“알아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뭘 할 수 있다고 믿는 게 우스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하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여기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거니까.”
“그게 무슨?”
“말 그대로요.”
지아는 심호흡을 하고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럼 다들 저녁 회의에 모이면 제가 말할게요.”
“미쳤어.”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선배님.”
나라는 걱정된 표정으로 진아에게 다가왔다. 진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다들 뭐하자는 거야? 다들 미치지 않고서 이럴 수 있어. 이건 아니잖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진정하세요.”
“진정하게 생겼어?”
나라의 말에 진아는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왜 이 섬에 온 건데? 이 섬에 오면 다른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그 생각 하나로 온 거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우리가 다른 섬에 온다고 해서 달라진 거 있나? 그런 게 하나 있어?”
“그게.”
“없잖아.”
진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목숨을 걸고 다른 섬에 온 결과가 고작 이런 거였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이래서 다른 곳으로 다시 가자는 거야?”
“여기는 답이 없잖아요.”
“다른 곳도 없었어.”
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곳에 답이 있었다면 애초에 여기까지 와서 헤맬 이유도 없었다.
“다들 이미 알고 있는 거잖아. 여기에 우리가 아무리 오래 있어도 달라질 게 하나 없다는 거.”
“하지만.”
“됐어.”
나라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진아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다들 미친 거야.”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다들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다들 기다리고 있어.”
“그렇겠죠.”
“그런데 다들 왜 그래?”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다들 미친 거야.”
“그렇게까지.”
“유나라!”
나라의 말에 진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했다. 나라는 입을 꾹 다물고 조심스럽게 진아의 눈치를 살폈다.
“선배님.”
“너까지 그러면 내가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거니? 같은 승무원인 너는 내 편을 들어줘야지. 안 그래도 선배님도 내 편을 안 들어주는데. 너까지 내 편을 안 들어주면 어떻게 하라고?”
“하지만.”
“그만 둬.”
나라가 다른 말을 하려고 하자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이해가 안 가요.”
“뭐?”
“선배가 이상해요.”
“뭐라니?”
나라의 말에 진아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조금 더 승무원처럼 행동하시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는 너는!”
“그러니까 선배가 더 잘 해야죠.”
“그래 너는 잘 나서 좋겠네.”
진아는 크게 숨을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나라를 보더니 그대로 돌아섰다. 안 그래도 서로가 멀게 느껴졌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이렇게 조금 더 벌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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