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사라진 희망 3
“오랜만이네.”
“짐 가지러 온 거야.”
대통령의 대답에 영부인의 얼굴이 구겨졌다.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물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뭐가?”
“여보.”
영부인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대로 정말로 이혼을 한다면 모든 게 다 망가지는 거였다.
“내가 이 자리까지 도대체 어떻게 왔는데? 그냥 이런 식으로 이혼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뭐라고?”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여보.”
“여보라고 부르지 말아요.”
대통령의 단호한 말에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여기에서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당신은 내가 아니었으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 거야. 그걸 모르니? 몰라?”
“알아.”
“아는데!”
영부인은 악다구니를 썼다.
“아는데 어떻게 그래?”
“당신답지 않아.”
“뭐라고?”
영부인은 싸늘하게 대통령을 노려본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아? 아무 것도 아닌 당신을 그 잘에 올렸어. 그런데 지금 누구를 배신하려고 하는 거야. 그 말도 안 되는 아들이라는 거 때문에.”
“그게 나에게는 가장 중요해.”
“뭐라고?”
대통령의 대답에 영부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 그 아이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어. 그 동안 제대로 챙겨준 적도 없다고. 그래놓고서 뭐라는 거야?”
“그러니 이거라도 하겠다는 거야.”
영부인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대통령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혼은 안 돼요.”
“뭐라고?”
대통령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이걸 얼마나 귀하게 생각을 하는데. 이 자리.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잖아. 내가 영부인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당신은 그냥 내 옆에만 있으면 되는 거야.”
“아니.”
대통령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영부인에게는 더 이상 화를 낼 것도 없었다. 영부인을 자극할 것은 하나였다.
“이혼이야.”
“여보!”
영부인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절대 안 돼.”
“왜 안 된다는 거지?”
“이대로 무너지면 끝이에요.”
“아침에 보도가 될 거요.”
“그게 무슨?”
영부인의 눈동자가 거칠게 움직였다. 여기에서 뭔가 잃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제 더 이상 재기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안 돼요. 절대 안 돼.”
“이미 정해진 거야.”
“아니.”
영부인은 대통령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재호 아직 대학생이야. 걔 아직 하굑를 더 다녀야 하는데. 도대체 당신은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각이 없어!”
“아버지라서 이러는 거야.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당신 같은 여자에게서 지키기 위해서 말이야.”
“뭐라고요?”
영부인은 손에 힘을 풀었다.
“그만 두게.”
“여보.”
“이미 정해진 거야.”
대통령은 그대로 짐을 챙기러 방으로 들어갔다. 영부인은 그대로 자리에 무너졌다. 이럴 수 없는 거였다. 이래서 안 되는 거였다.
“정말 안 되는 거죠?”
“그러게요.”
윤태가 다시 와서 확인하려고 했지만 지웅은 힘없이 전화기를 건넸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애초에 앞의 그 섬들이 특별했떤 것일 수도 있죠. 이곳에서 우리가 뭔가 얻을 수 없을 수도 있고요.”
“사람들이 화를 내겠네요.”
“그럴 수도 있죠.”
지웅의 간단한 대답에 윤태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뭡니까?”
“네?”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게 무슨?”
“걱정 안 돼요?”
“뭐. 네.”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를 가지고 걱정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애초에 어떤 일들을 당하고 있었는데요. 이 정도를 가지고 좌절하는 거 우스운 거 아닙니까?”
“뭐라고요?”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웅의 대답에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는지 몰어도 되는 겁니까?”
“사람이 많이 살았으니까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마 더 많이 죽었을 겁니다.”
지웅의 덤덤한 말에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웅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살아남은 거였다.
“그리고 우리들은 어디가 아픈 사람도 없어요. 그 이야기는 우리가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 기회라는 거. 이제 더 잇아 없을 수도 있어요. 우리 배가 이미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요.”
“그렇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첫 번째 섬으로 바로 돌아가기에는 배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문제가 될 수도 있죠.”
“이봐요.”
“나는 객관적으로 보는 겁니다.”
지웅의 대답에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지웅의 말이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무장님 이상해요.”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돌아가기 싫어하는 사람 같아요.”
“아니요.”
윤태의 말이 끝이 나기도 전에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열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보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래도 나름 오랜 시간 방송을 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런 것들 정도는 조금은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요?”
“이상해서요.”
윤태의 의문에 지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 이번 일로 인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흔들리게 될 겁니다. 그건 이미 사무장이니 아실 겁니다.”
“물론이죠.”
“그런데 이렇다고요?”
“네.”
“미쳤어.”
윤태는 자신의 머리를 뒤로 마구 넘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사람들이 여기까지 온 것은 희망으로 온 겁니다. 그런데 그 희망을 망가뜨리게 되는 거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다들 너무 쉽게 생각을 하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쉽다고요?”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지웅의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윤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정말로 사무장님이라면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사람들을 더 희망을 갖게 해야 하는 거죠.”
“오히려 그게 독이죠.”
“뭐라고요?”
“너무 과한 희망은 사람들을 더 지치게 만듭니다.”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웅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윤태 씨가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강지아 씨에게 뭐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아시죠?”
“다들 사람이니까요?”
“그게 무슨?”
“사람이라면 다들 고마워할 겁니다.”
지웅의 사람 좋은 미소에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지웅의 이런 태도에 다른 말을 더 할 수도 없었다.
“그냥 저녁 회의 전에 강지아 씨나 더 위로해주세요.”
“그게 답입니까?”
“네. 저의 답입니다.”
“그게 답이라니.”
윤태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적셨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저는 걱정이에요.”
지웅의 말에 윤태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사람들이 지치거든요.”
“그건.”
“그리고 이제 더 지칠 겁니다.”
윤태의 단호한 말에 지웅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순간에 누군가에게 뭔가 바랄 겁니다. 그게 강지아 씨일 수가 있어서 이러는 겁니다.”
“그래요.”
지웅의 간단한 대답에 윤태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고 돌아섰다.
“괜찮아요?”
“또 지웅 씨에게 다녀왔죠.”
“아.”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윤태의 머리카락을 만져주면서 입을 쭉 내밀었다.
“도대체 뭐야?”
“왜요?”
“걱정이 되게.”
“에이.”
윤태의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윤태에게 조심스럽게 몸을 기대며 씩 웃었다.
“그래도 좋다.”
“뭐가 좋아요?”
“이윤태 씨가 내 편을 들어주니까.”
“에이.”
“그거 정말로 좋은 거예요.”
윤태가 아무 것도 아닌 척 넘기려고 하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윤태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요.”
“이제 가야 하는 거죠.”
“그러게요.”
승무원들이 있는 텐트 쪽에 불이 올랐다. 이제 그리로 가서 회의를 해야 하는 거였다. 지아의 긴장된 표정에 윤태는 지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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