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15장. 원망 2]

권정선재 2017. 8. 14. 23:06

15. 원망 2

너 미친 거야.”

뭐가?”

너 미쳤어.”

 

시인의 말에 시안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자신의 실언도 실수였지만 그래도 이건 자신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아니 도대체 왜 나에게 불똥이 튀는 거야? 애초에 강지아 그 여자가 여기 오자고 우기지 않았으면 되는 거야. 그리고 두 번째 섬으로 간 거. 그것도 그 여자가 가자고 해서 간 거라고.”

너도 간 거야.”

그래서?”

너도 같은 선택을 한 거라고.”

그건.”

 

시인의 지적에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시인의 말이 옳았다. 자신도 결국 같은 선택을 한 거였다.

 

어차피 우리가 있던 그 섬.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이제 겨울이 오고 있었던 거잖아. 잊었어?”

그래서?”

뭐라고?”

그래서 내 잘못이라고?”

그래.”

아니.”

 

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혼자서 모든 잘못을 다 뒤집어쓰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두 번째 섬의 사람들도 알았어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건데?”

너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한 거야?”

?”

아니잖아.”

 

그들을 위해서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 이 모든 말을 다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잘 된 거잖아.”

뭐라고?”

어차피 그 사람들 알아야 하는 거였어. 어차피 알아야 하는 거. 그거 내가 먼저 말한 거야. 아니야?”

미쳤어.”

미치긴.”

누나 뭔데!”

 

뒤늦게 텐트로 돌아온 시우의 악에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시우는 한 번도 저런 적이 없었다.

 

라시우.”

누나는 왜 다들 뭉치려고 하는 순간 그걸 망치지 못해서 안달이 난 건데? 왜 모든 걸 다 망가뜨리려고 하는 건데?”

무슨 말이 그래?”

 

시우의 말에 시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시인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과 시우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달랐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냥 실수로 그 말을 한 건데.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그래?”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누나가 그 말을 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그걸 몰라서 그래?”

라시우.”

전부 누나가 망친 거야.”

 

시우의 차가운 말에 시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굳이 저렇게 짚어주지 않아도 모두 알 수 있는 거였다.

 

사람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여기에서 버티고 있는 건데. 도대체 왜 그걸 망치려고 하는 건데?”

나는 아무 것도 망치려고 하지 않았어. 그냥 내 입장에 대해서 말한 거야. 그게 잘못은 아니잖아.”

그게 잘못이야.”

뭐라고?”

그게 잘못이라고.”

누나.”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시우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허클며 고개를 흔들었다.

 

누나로 인해서 우리는 더 문제가 생긴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시안은 곧바로 부정했다.

 

어차피 그 사람들도 다 알아야 하는 거야. 우리만 알 게 아니라고. 그런데 그게 왜 내 탓이라는 거야?”

뭐라고?”

나는 이해가 안 가서 그래.”

누나.”

정말이야.”

 

시안의 대답에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시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시인이 누나가 다 말하겠지. 누나는 정말 실망이야. 실망.”

아까부터 계속 나만 가지고 그래!”

 

시안은 울상을 지으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일부러 그랬어? 내가 다 망하라고 일부러 그런 거야? 그런 것도 아닌데 왜 다들 나에게 그러는 건데?”

 

시안의 짜증을 들어줄 사람은 이미 없었다. 시안도 이제 조금씩 두 사람이 자신에게 지친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폭탄이 터졌네.”

그러게요.”

 

지웅의 말에 나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터질 일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터져서는 안 되는 거였다.

 

복잡하네.”

어떻게 해요?”

모르지.”

 

지웅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어차피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알려진 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 그게 무슨?”

간단하잖아.”

선배.”

 

나라가 입을 쭉 내밀자 지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사람들이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걸 설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차라리 잘된 거야.”

그럴까요?”

그렇지.”

 

나라는 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가볍게 나라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라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뭐야.”

 

진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우리에게 그걸 숨기려고 하는 거야?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잖아. 같이 사는 건데. 이제 같이 지내야 하는 건데. 그 사실을 우리에게 말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 아니야?”

그러게.”

 

봄은 진영의 등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영의 실망감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더욱 안쓰러웠다.

 

어떻게 해?”

그 사람들을 어떻게 믿어?”

 

진영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내가 너를 데리고 온 거니까.”

아니.”

 

진영의 사과에 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진영은 심호흡을 하고 미간을 모았다. 가슴이 너무 콱 막혔다.

 

진짜 싫다.”

너무 그러지 마.”

미안해.”

아니라니까.”

 

봄은 진영의 손을 꼭 잡았다. 진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세연의 짜증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는 거지.”

언니는 화가 나지도 않아요?”

화가 나면?”

?”

화가 나도 어떻게 할 수 없어.”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이건 화를 낼 일도 아니었다. 누가 잘못한 일이 아니었다.

 

라시안 씨도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고. 그리고 애초에 나 때문에 이 섬에 온 것도 사실이잖아.”

하지만.”

괜찮아.”

 

지아의 대답에 세연은 입을 쭉 내밀었다.

 

하여간 언니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어떻게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할 수가 있어요? 나는 아무렇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애초에 자신의 잘못이었다. 처음부터 다 말을 했어야 하는 거였다.

 

그 사람들도 당황했을 거야.”

그렇겠죠.”

그리고 라시안 씨도 놀랐을 거고.”

하지만.”

그만 하자.”

 

지아의 말에 세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걱정이네.”

언니는 괜찮아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죠? 내일부터 정말로 이곳저곳 찾아서 다닐 거예요?”

. 그래야지.”

그렇구나.”

 

세연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가만히 세연의 팔을 잡았다. 세연은 그런 지아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따듯하다.”

고마워.”

 

지아는 가만히 하늘을 쳐다봤다. 괜히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이었다.

 

 

 

아빠 정말로 이혼하실 거예요?”

 

재호가 다짜고짜 이런 질문을 하자 대통령은 물끄러미 아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알 일이 아니야.”

아니죠.”

 

재호는 곧바로 따졌다.

 

이건 아니죠. 저도 관련이 있는 거죠. 이건 아니잖아요. 제 엄마 아빠의 일인데. 이건 아닌 거잖아요.”

너도 알지 않니?”

그래도요.”

 

재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엄마가 잘못한 거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엄마도 잘못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일방적으로 이럴 수는 없는 거라는 거 모르세요?”

안다.”

그런데요?”

그만 둬.”

아빠.”

그만 둬라.”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물끄러미 재호를 응시했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네 엄마가 나에게 방해가 될 사람이야.”

방해라니.”

이미 그 사람은 나를 너무 많이 막고 있어. 그러니까 제발 그만 둬라. 그만 두고 돌아가라.”

나는 엄마 편에 설 거예요.”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해라.”

정말로요?”

그래. 네 엄마도 편이 필요하지.”

후회하지 않으세요?”

후회한다. 하지만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아. 네 형이 될 그 사람. 네가 인정을 할지 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아이를 놓고 온다면. 나는 그걸 더 후회를 할 거 같다. 그 아이를 무조건 찾는 것이 우선이야.”

 

재호는 물끄러미 대통령을 보더니 그대로 돌아섰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