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화해 1
“아무 것도 없네요.”
“그러게요.”
아무리 움직여도 전파 같은 것은 잡히지 않았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토해냈다.
“뭐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그러지 마요.”
지아의 걱정스러운 말에 윤태는 지아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뭔가 더 찾아야 하는 건데. 여기에서 그냥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다들 뭔가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런 게 있어야 다들 아무런 불편도 없고. 뭔가 조금 더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요?”
“아니요.”
재율은 미소를 지은 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누나가 너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차피 우리는 구조를 받을 거라면 받을 거고 아니면 아닌 거죠.”
“아 간단해.”
“원래 간단한 거죠.”
재율이 손가락을 튕기며 식 웃자 지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신기한 거 알아요?”
“네?”
“재율 씨는 보면 되게 여유로워.”
“그런가?”
재율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럴 것도 하나 없는데 말이죠. 다른 사람들 보다 제가 더 초조하고 그래야 하는 건데.”
“대통령의 아들이라서요?”
지아의 물음에 재율의 눈이 커다래졌다. 지아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아니요.”
재율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저라는 걸 다 아시겠죠.”
“그게.”
“아니에요.”
지아가 사과를 하려고 하자 재율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이 사실을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자신도 이상한 거였다.
“이 정도 아무 것도 아닌데. 다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건데 말이에요.”
“괜찮아요?”
“네. 그럼요.”
재율은 씩씩하게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걸 가지고 기가 죽거나 그럴 이유 하나도 없는 거잖아요? 어차피 다들 생각을 할 걸요?”
“아니요. 아마 다들 잘 모를 거예요. 애초에 우리 비행기에 대통령의 아들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를 테니까.”
“그런가?”
재율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이 없어진 윤태의 어깨를 살짝 주먹으로 때렸다.
“형은 왜 말이 없어요?”
“아니.”
“밖에서 낳은 아들이에요.”
재율은 무릎을 안고 덤덤하게 말했다.
“뭐 이런 걸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거니까.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는 없는 거고요.”
“굳이 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을 할 이유는 없어요. 아무도 재율 씨에게 그러지 않을 거니까요.”
“아니요.”
재율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고마워요.”
“뭐가요?”
“누나가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해줘서.”
“아.”
지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혀를 내밀었다. 오히려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해서 불편할 줄 알았는데 재율이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그래 가자.”
“가야죠.”
지아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도 찾아야만 했다.
“여기는 기운이 다른 거 같아요.”
“그러게.”
윤태의 말에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신기했다. 같은 겨울인데 이럴 수 있다니.
“바로 옆에 있는 섬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 뭔가 더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그러니까요.”
윤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재율은 먼저 저 앞으로 갔다. 그리고 미간을 모으더니 입을 내밀었다.
“저기 저거 사람이 살던 흔적 아니에요?”
“뭐라고?”
지아가 놀라서 다가왔다.
“집인가?”
“그런 거 같죠?”
“뭐지.”
분명히 누가 있었던 흔적이었다. 지아가 윤태를 쳐다봤고 윤태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갔다. 지아가 재빨리 윤태의 옷을 잡았다.
“가지 마요.”
“하지만.”
“다 같이 가요.”
“네?”
“우리끼리 가지 말고.”
지아의 말에 윤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먼저 간다고 해서 뭘 더 할 수 있을 수 없을 거였다.
“일단 돌아가요.”
“그러죠.”
재율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조심스럽게 휴대전화로 해당 공간을 찍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그러게요.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을 거 같네요.”
지웅의 말에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위험한 거 아니에요?”
“아니요.”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만일 정말로 무슨 일이 있을 거라면 누가 먼저 나타났을 겁니다. 그리고 흔적을 보니까 다른 것도 없는 거 같고요.”
“그런가?”
“아무도 오지 않은 거 보면 지금 당장 저기 누가 있는 거 같지는 않아요.”
“그렇겠죠?”
지아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일은 더 많이 가야겠죠?”
“그래야죠.”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럴 겁니다.”
지웅은 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네. 그럼 내일 가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할까요?”
“그건.”
지아와 윤태는 서로의 눈을 봤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나라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말을 해야죠.”
“그럴까?”
“그럼요.”
나라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지웅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혀를 내밀었다.
“좋다.”
“그럼 다들 모이라고 하죠.”
“그래요.”
지아는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잘 다녀왔어요?”
“응.”
“무슨 일 있어요?”
“어? 아니.”
세연이 조심스럽게 낯을 살피면서 묻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누가 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네? 누가요?”
“이 섬에.”
“네?”
세연이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를 키우자 지아는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세연은 그제야 목소리를 낮췄다.
“무슨 말이에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더라고. 그래서 다들 저녁 회의에서 그 이야기를 할 거야. 그게 뭔지.”
“말도 안 돼.”
“그러게.”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너무나도 답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도 모르겠어. 도대체 내 짐 안에 다른 물건이 왜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고.”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까요?”
“어?”
“그러면 답이 나올 거 같은데?”
“그래. 일단 그건 그러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다른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 아무 것도 아니겠지.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언니도 걱정이 되는 거예요?”
“그럼.”
지아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게 오히려 거짓말일 거였다.
“그래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럴 거예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하고 지치는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다시 같이 뭉칠 순간이었다.
“그 사람이 이혼한자고 하네요.”
“그게 이 시간에 온 이유냐?”
“네.”
딸의 말을 듣던 동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는 게야?”
“뭐가요?”
“도대체 내가 네 뒤를 얼마나 더 봐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니까요.”
영부인의 덤덤한 대답에 동호는 미간을 모았다. 자신이 이러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너에게 늘 원하는 걸 다 해주는 사람이었어. 그런데 지금 그게 틀린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요. 아니에요.”
“틀렸어.”
“아니라고요.”
영부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 나이에 아버지에게 혼나거나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아버지 도와주세요.”
“뭘?”
“전 이혼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모른다.”
“아버지!”
영부인은 비명을 지르듯 목소리를 키웠다.
“지금 온 거 전부 다 잃을 거예요.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정말로 이혼은 안 돼요. 그건 안 되는 일이에요.”
“그렇다면 나에게 올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가서 직접 말을 해. 이혼은 무조건 안 된다고 말이다.”
“내 말은 듣지 않아요.”
“그럼 나도 할 게 없어.”
“너무하시네요.”
영부인의 대답에 동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딸이 왜 이러는 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영부인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물끄러미 동호를 노려보다가 집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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