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18장. 화해 2]

권정선재 2017. 8. 16. 23:28

18. 화해 2

죄송합니다.”

아닐세.”

 

늦은 시간에 장인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 아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다 알고 있는데 뭐라고 말을 더 할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조금은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힘들어서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

 

장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기에 다른 말을 더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내일 뉴스는 막지 않겠는가?”

그건.”

그게 터지면 자네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야.”

그럴 수도 있죠.”

 

대통령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의 말이 옳았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였다. 사람들이 당연히 다른 생각을 할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거였다.

 

지금 여기에서 제가 그 사람에게 숙인다면 그 사람은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할 겁니다. 그러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는 하겠지만 자네가 그렇게 하다가는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을 수도 있어. 그걸 알아야 할 걸세.”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장인어른께서 얼마나 큰 도움을 주셨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뭘 더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곧 내려놓을 겁니다.”

그럴 필요는 없어.”

 

동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가보겠네.”

. 죄송합니다.”

자네가 더 이상 내 사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 손녀들의 아버지야. 그러니 너무 그러지 마시게.”

알겠습니다.”

 

대통령은 집무실을 나가는 장인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이제 내일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나도 걱정이었다.

 

 

 

누가 있는 건 아니겠죠?”

모르지.”

 

지웅의 간단한 대답에 나라는 입을 내밀었다. 그런 나라를 보며 지웅은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선배님이 그러시면 안 되는 거죠?”

?”

?”

내가 왜 그러면 안 되는 건데?”

그건.”

 

지웅의 질문에 나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웅은 엷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아무 것도 몰라. 내가 뭘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선배님이 그러시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겠어요? 다들 겁을 내고 망설이고 있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괜찮다는 거예요?”

그럼.”

정말로요?”

당연한 거지.”

 

지웅의 대답에 나라는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녀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배님이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도 모르겠고.”

나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도 아무 것도 모르겠어.”

그럴 수 있어요?”

그러게.”

 

지웅은 머리를 긁적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사무장이기는 하지만 이런 걸 다 이론으로만 배웠으니까. 이걸 내가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니까.”

선배처럼 오래 비행하신 분도 그렇군요.”

이런 상황은 처음이잖아.”

그게 다른 건가요?”

당연하지.”

 

지우의 대답에 나라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도 모르겠지만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진아 선배가 저러시는 것도 당연한 거겠죠.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거였네요. 당연한 거예요.”

그렇지.”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는 한숨을 토해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어떤 답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게 나쁠 수도 있을 걸?”

? 그게 무슨?”

그게 우리가 바라는 답이 아니면?”

. 그렇네요.”

 

나라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의 말처럼 이게 그들이 원하는 답이 아닐 수도 있는 거였다.

 

그래도 걱정이네요.”

걱정이지.”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 가시게요?”

진아 찾아보게.”

저도 갈게요.”

아니.”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자신과 진아가 대화를 나눠야 하는 거였다. 두 사람의 일이었다.

 

이건 진아가 나에게 화가 나서 이러는 거니까. 내가 가서 진아에게 말을 하는 게 옳을 거야.”

하지만.”

기다려줘.”

 

지웅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이 이렇게 말하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없었다.

 

알았어요.”

하여간 착해.”

착하기는요.”

 

나라의 대답에 지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더 답답한 일들이 남아있는 거였다.

 

 

 

무서운 거 같아.”

무섭기는.”

 

윤태의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안 무서워.”

진짜로요?”

그럼요.”

역시 내 애인은 완벽해.”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뭐야?”

좋죠?”

좋아요.”

 

지아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되게 유치한 이야기였지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말이었다.

 

이윤태 씨 연애 되게 많이 해봤나 봐. 이렇게 여자 기분을 바로 풀어주는 것을 보니까 말이에요.”

에이. 저 되게 순수한 놈이에요. 나중에 서준이 형을 만나면 직접 다시 물어보시면 되잖아요.”

뭐라고요? 순수?”

 

지아는 코웃움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윤태 씨. 나 기자에요. 기자. 그리고 이윤태 씨 여자들 있는 술집에 가서 기사가 난 거 같은데.”

에이. 거기 여자 없었어요.”

진짜로요?”

맹세해요.”

 

윤태가 손을 들어보이며 말하자 지아는 잠시 입술을 내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확인할 수 없다면 믿어줘야 하는 순간이었다.

 

일단 믿어줄게요.”

일단이 아니라.”

뭐가 되었건 믿어주면 되는 거 아니에요?”

.”

 

윤태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아이처럼 씩 웃으면서 지아의 손을 잡았다.

 

편하다.”

뭐가 편해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거 같아요.”

일상이요?”

 

지아는 미간을 모은 채 가볍게 몸을 떨었다.

 

무슨 일상이에요?”

다들 지금 내가 하는 말을 이상하게 생각을 하겠지만 나는 여기에서의 일상이 이런 거 같아요.”

그런가?”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들어보니 그런 기분이었다.

 

그러네.”

그렇죠?”

.”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마음이 복잡하고 시끄러운 것이 모두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럴 수 있다.”

역시 나는 똑똑해.”

똑똑은.”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태는 그런 지아의 눈을 보더니 가볍게 입을 맞췄다.

 

미쳤어.”

 

지아는 주위 눈치를 보며 윤태의 가슴을 때렸다. 해변이었다. 누가 언제 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지금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끼리 이런다고 하면 누가 좋아할 거 같아요?”

내가 좋죠.”

이런 사람이 순수해.”

그러게. 안 순수하네.”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다가 입을 막았다. 윤태는 그런 지아의 손을 치우고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지아도 부드럽게 윤태를 받아들였다.

 

 

 

너무 춥지 않아요?”

그러게요.”

 

서준은 불에 장작을 더 넣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겨울이 제대로 오는 거 같아.”

그러니까요.”

 

매일 이렇게 바다를 보는 것도 너무나도 답답한 기분이었다. 다른 거 하나 없는 곳을 보는 거라니.

 

그래도 이 바다를 보다 보면 언젠가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나마 다행인 거죠.”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세라의 대답에 서준은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요.”

서준 씨 사과를 하라는 게 아니야.”

 

세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순간에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겠죠?”

괜찮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라도 돌아왔겠죠.”

그렇죠.”

 

서준의 대답에 세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얼른 서울로 갔으면 좋겠어.”

곧 갈 거예요.”

 

서준의 부드러운 말에 세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