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화해 4
“안 주무세요?”
“너는?”
“아니.”
물을 마시기 위해서 나서던 재희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딸.”
“어차피 일어날 거예요.”
재희의 덤덤한 말에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딸을 망치는 것만 같았다. 대통령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재희야 네가 괴물이 될 이유는 없어.”
“괴물 아니에요.”
재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너를 망가뜨리는 거 같아.”
“아침 뉴스부터 나오겠죠?”
재희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어차피 잠도 안 오니까.”
“아직 일러.”
“그래도요.”
재희는 집무실 텔레비전을 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그대로 몸이 굳었다. 재희의 미간이 깊어졌다.
“아빠 엄마 때렸어요?”
“뭐?”
“저건.”
뉴스에 나오는 것은 영부인이었다.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재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잠깐만요.”
“네?”
“아니. 잠시만요.”
저녁에 회의를 하기 전에 모인 순간에 지아가 놀란 표정으로 지웅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뭐 하는 거예요?”
“뭐가요?”
“다시 내놔요.”
“성진아 씨.”
“다시 달라고요.”
“아니요.”
윤태가 지아의 앞을 막아섰다.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두 사람을 노려보면서 머리를 뒤로 넘겼다.
“당신들은 도대체 나를 뭐로 보고 있는 거예요? 나도 승무원이에요. 내 말을 좀 따라야 하는 거 아니에요?”
“틀린 말도요?”
“틀렸다뇨?”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뭘 알고요?”
“이거 봐요.”
“뭘요?”
“전파가 잡혀요.”
지아의 말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라가 먼저 지아의 곁에 갔다. 위에 통신사 표시가 확인되었다.
“이건?”
“되는 거죠?”
“그렇죠.”
곧 다시 외교부의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지아는 눈이 커다래졌다.
“이제 된 거죠? 우리.”
“된 거죠.”
지웅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제 된 거였다. 세 번째 섬에 온 이유가 확실히 가능한 거였다.
“전화기를 좀 줄래요.”
“네. 여기요. 그런데 한 칸이에요.”
“그래도 문자는 갈 겁니다.”
지웅은 침착하게 외교부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태평양 한 가운데.
“일단 기다려야죠.”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겠네요.”
“그건 아니죠.”
지아의 말에 진아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 섬에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건 모두 알아야죠. 그러지 않으면 그거 너무 불공평한 거잖아요.”
“누구에게요?”
“유나라 승무원.”
“누구에게 그런 건데요?”
나라는 눈을 크게 뜨고 진아를 응시했다.
“선배님. 제발 제대로 생각하세요. 그 사실을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두려워할지. 그런 거 생각 안 하시는 거예요? 사람들을 위해서 그걸 숨겨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안 하세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안 하세요?”
“그게 무슨?”
“그저 강지아 씨가 싫은 거죠?”
“아니. 무슨.”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건 아니지. 우리끼리만 뭔가 알고 있는다는 거. 그거 안 되는 거야. 그거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안 그래요?”
하지만 그 누구도 진아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진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아니죠. 정말로 이건 아니지. 우리들 이미 두 번째 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제대로 말을 하지 않아서 이 문제가 생겼던 거였어요. 다시는 그러면 안 되는 거죠. 누가 그걸 책임을 지는 거죠?”
“그래요.”
지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숨을 한 번 내뱉었다.
“그렇게 해야 하죠.”
“뭘요?”
“성진아 승무원 말처럼요.”
지웅의 말에 모두 눈치를 살폈다.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흐르는 건지 모두 복잡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이미 두 번째 섬의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그 섬의 사람들은 우리를 믿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더 조심해야 하는 거죠. 안 그래도 제대로 뭉치지 않았는데 이러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요?”
“믿어야지.”
나라의 말에 지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상해요.”
“뭐가?”
“그러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거면요?”
“아니.”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지웅의 반응에 나라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눈을 꼭 감았다.
“사실 저는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선배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
“모두 말을 하죠.”
지웅은 지아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게 낫지 않습니까?”
“뭐.”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권한이 있나요?”
“뭐. 있으려면 있죠.”
“아니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진아가 나선다면 굳이 자신이 더 나설 이유는 없었다.
“저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니까요. 승무원들이 결정하는 것을 따를게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지웅은 지아의 눈을 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지아는 짧게 고개를 숙인 후 다시 지웅에게 휴대전화를 건넨 후 돌아섰다. 진아는 그런 지아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모은 채 살짝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거예요?”
“뭐가요?”
“아까요.”
“당연하죠.”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송진아 씨가 승무원이잖아요.”
“하지만.”
“나 혼자 우길 수 없어요.”
지아는 더욱 힘을 주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틀린 거예요.”
“그걸 누가 정하는 건데요?”
“내가요.”
“하지만 그건 아니에요.”
윤태의 단호한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몸을 돌리며 윤태를 보고 씩 웃은 채 고개를 숙였다.
“왜 그래요?”
“네?”
“내가 상처를 받았을까봐요?”
“아니.”
“아까 지웅 씨 안 봤죠?”
“사무장님이요?”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지아와 지웅 사이에서는 별다른 일은 없었던 것으로 봤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니요.”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없어서요.”
“네? 그게 무슨?”
“구지웅 씨가 부탁을 한 거잖아요.”
“부탁이요?”
윤태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지웅이 언제 지아에게 부탁을 한 걸까?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뭐.”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윤태 씨가 몰라도 되는 거예요. 다만 나는 구지웅 씨를 위해서 성진아 씨 편을 든 거예요.”
“그게 더 나은 거군요.”
“네. 그렇죠.”
윤태가 아주 약간 알 것 같은 표정을 짓자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는 지아를 꼭 안았다.
“왜 이래요?”
“착하다.”
“에이.”
“정말 착하다.”
윤태를 밀어내려던 지아는 윤태를 그대로 안았다.
“좋다.”
“미안해요.”
“뭐가요?”
“아무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아니요.”
지아는 몸을 살짝 떼고 윤태의 눈을 쳐다보고 입을 쭉 내밀었다.
“이윤태 씨가 아니라면 나 이 순간들 견디지 못해요. 내 자존심에 분명히 화를 냈을 걸요? 화 냈을 거야.”
“아니요.”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아닌 지아라면 무조건 다 이해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을 거였다.
“좋은 사람이니까.”
“나 나빠요.”
“강지아 씨가 왜 나빠요?”
“고집이 세니까.”
“아니요.”
윤태는 다시 한 번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아니에요.”
“치. 그래도 기분은 좋다.”
“그래요?”
“네. 좋아요.”
지아는 몸을 떨어뜨리고 손을 내밀었다. 윤태는 씩 웃으면서 그런 지아의 손을 힘을 주어 잡았다.
“좋다. 강지아.”
“좋다. 이윤태.”
지아는 씩 웃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오늘 저녁 다시 복잡하겠네요.”
“그러게요.”
겁을 내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사실. 저녁 회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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