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 이상한 긴장감 1
“뭐 하는 거지?”
“뭐가요?”
대통령이 방으로 들어와서 묻자 영부인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얼굴을 만진 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래도 효과가 있었네.”
“뭐라고?”
“당신이 집에 들어오기 바라는 거였거든요. 그 뉴스를 내면 정말로 돌아올까? 그 생각을 했는데 정말로 왔네요.”
“미친 거 아니야?”
대통령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당신을 때려?”
“아니에요?”
“아니지.”
“어머.”
영부인은 혀를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그게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뭐라고?”
“나에게 손을 댔잖아.”
“그건.”
대통령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영부인에게 손을 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다른 거였다. 그건 이게 아니었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이제 와서 말을 할 수가 있어? 나도 그때 당신에게 맞은 것을 잊은 건가?”
“여자랑 남자는 다르죠.”
“뭐라고?”
영부인의 대답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당장 아니라고 연락해.”
“아니요.”
영부인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면 무언가를 망치기라도 해야 했다.
“당신 그 일 막을 거야.”
“그게 무슨?”
“당신 그 아이 말이에요. 죽게 할 거야.”
대통령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내가 자신을 원망할 줄 알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죽이고 싶어.”
영부인은 서늘하게 웃었다.
“그 아이는 내 모든 행복을 다 망가뜨릴 애에요. 나는 그런 거 보고 싶지 않아. 그거 너무 끔찍해요.”
“도대체 그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는 거야? 내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자란 아이인데 말이야.”
“그러니까.”
영부인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아무 것도 모르는 애를 이제 와서 챙기는 이유. 그걸 나는 모르겠다는 거지. 내가 그렇게 막았는데.”
“뭐라고?”
대통령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영부인은 더욱 도도한 표정을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걸 몰랐어요?”
“그게 무슨?”
“내가 막은 거야.”
영부인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대통령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나 때문이라는 건가?”
“그래요.”
영부인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괴로웠으면 좋겠어.”
“정말.”
“당신이 나를 때린 적이 없다는 건 사람들이 모를 거예요. 사람들 기억 속에서는 그런 건 없을 거야.”
“하지만.”
“그저 늘 내가 당신을 괴롭힌 거만 생각이 나겠지. 당신 앞에서 죽겠다고 칼을 든 것도 모를 거고.”
영부인의 덤덤한 고백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모든 건 다 어긋나 있었다. 그게 어디일까?
“내가 잘못이군?”
“당연한 거죠.”
“당신을 탐내서는 안 되는 거였어.”
“머라고요?”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하자 영부인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애초에 당신에게 욕심을 내면 안 되었던 거야. 당신에게 그런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뭐라고요?”
“다 내 잘못이야.”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면 뭐 하겠어요?”
“내가 뭘 하면 되겠나?”
“이혼 취소해요.”
“그건.”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럴 수 없어.”
“뭐라고요?”
영부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이쯤이면 대통령이 자신에게 숙이고 들어올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이건 아니죠.”
“뭐가?”
“도대체 왜?”
“내 신념이 있으니까.”
“신념?”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후회할 거야.”
“이미 후회해. 당신을 만난 걸.”
대통령은 그대로 돌아섰다.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녀의 손에 들린 카드는 없었다.
“도대체 왜.”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 수도 생각나지 않았다.
“누가 있을 수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다들 긴장한 표정이었다. 아무도 없는 것도 걱정이었지만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더 두려운 거였다.
“그게 누구인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렇죠.”
“말도 안 돼.”
시안은 입을 가렸다. 온갖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죠?”
“모르겠습니다.”
지웅은 솔직히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도혁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당신들을 따라서 여기에 온 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죄송합니다.”
지웅의 사과에 다들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웅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건 정말 답이 없다는 거였다.
“그러면 여기에서 우리는 누구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그냥 만나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건 아니죠.”
“그 전에 나가야죠.”
“무슨 수로요?”
지아의 말에 시안은 곧바로 날을 세웠다.
“뭔가 방법이 있어야지.”
“있어요.”
“뭐라고요?”
재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무슨?”
“외교부랑 연락이 됐습니다.”
지웅의 차분한 목소리에 다들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외교부. 그러니까 지금 한국과 연락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 말은.”
“그 이후로 다시 연락이 끊어져서 그 이후의 답은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건 대한민국이 압니다.”
“말도 안 돼.”
시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거 정말이죠?”
“네. 받았을 겁니다.”
다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럼 다행인 거네요.”
시안은 곧바로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 이제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거잖아. 이제 한국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 올 거잖아요.”
“그건 아니죠.”
“뭐라고요?”
지아가 곧바로 차분하게 대답하자 시안은 미간을 모았다.
“아니 왜 다들 기뻐하고 있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하는 거야? 그쪽 의도가 도대체 뭐예요?”
“이 섬의 위치만 보냈어요.”
“그게 무슨?”
“다른 섬의 위치를 몰랐습니다.”
지웅의 대답에 다들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 섬으로 오지 않은 사람들은 나가지 못하는 거였다.
“그럼 어떻게 하죠?”
“가야죠.”
재율의 물음에 지웅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다시 가야 합니다.”
“미쳤어.”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일단 우리들끼리 한국으로 가요. 그리고 가는 길에 그 섬에 가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못 오면요?”
“뭐라고요?”
“여기 지도에도 없어요. 제대로 뜨지 않는다고요.”
“그건.”
지아의 지적에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우리들을 구하고 거기로 갈 시간이 없으면요?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건데요? 말도 안 되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거죠?”
“그건.”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가야죠.”
“어디를요?”
진아가 코웃음을 치며 나섰다.
“강지아 씨 그거 아니에요?”
“그럼 다들 두고 가요.”
“다시 와야죠.”
“안 됩니다.”
윤태가 앞으로 나섰다. 서준을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서준은 자신 때문에 여기에 온 사람이었다.
“준이 형 두고 갈 수 없어요. 그 사람은 내 친구라고요. 그런 식으로 그냥 두고 가는 거 아니에요.”
“그렇다고 다들 뭐 하자는 건데요?”
진아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그 미친 놈도 데리고 가요?”
“미친 놈이라뇨?”
도혁은 곧바로 발끈했다.
“왜 우리 친구에게 그러는 겁니까?”
“친구?”
진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 두고 오기 기다린 거 당신들 아니에요?”
“이봐요.”
“다들 미친 거 같아.”
기쁨의 이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기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두를 둔 채 그대로 텐트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멍하니 있다가 기쁨처럼 텐트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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