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이상한 긴장감 3
“그런 일은 없습니다.”
청와대로 가는 길에 만난 기자들의 물음에 동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면 내가 그 아이를 막았을 겁니다.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영부인의 아버지. 그 사람의 장인이올시다. 절대로 그냥 그 둘을 보고 넘어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모두 다 파악하시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아니.”
기자의 물음에도 동호는 단호했다.
“그 아이들은 나를 피하지 못해요.”
“네?”
“나는 그 아이들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 모르게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처음에 대통령이 우리 집에 처가살이를 했어요. 그런데 내가 모르게 그런 일이요?”
동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딸을 위해서라도 이제 자신이 더 나서야 하는 것이었다. 물러설 수 없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내가 책임을 지겠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럴 터이니 다들 돌아가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비키세요.”
동호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이제 결국 그가 모두 다 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무슨 생각을 해?”
“아니.”
병태의 물음에 도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우리 잘못 아니야.”
병태의 말에 도혁은 고개를 들었다.
“어?”
“석구랑 태욱이. 그거 결국 자기들이 자초한 일이야. 그런 일을 가지고 우리가 왜 미안해야 하는 건데?”
“그건.”
도혁은 할 말을 쉽게 찾지 못했다. 이건 병태의 말이 옳았다. 두 사람이 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애초에 석구를 그렇게 만든 거 태욱이야. 태욱이에 대해서 그런 복수심 갖는 거 당연한 거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무조건 그거 넘어가야 한다는 거. 그것도 아닌 것만 같아서.”
“아니.”
병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시는 그 순간 자체를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잘못이었다.
“우리가 왜 그렇게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그만 둬.”
도혁이 무슨 말을 더하려고 하자 병태는 더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데?”
“데리고 와야 하잖아.”
“아니.”
“뭐라고?”
“안 그럴 거야.”
“병태야.”
“안 갈 거라고.”
병태는 그 어느 순간보다도 단호했다. 너무나도 단호한 병태의 태도에 도혁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그 녀석을 데리고 와서 뭘 어떻게 할 건데? 이미 그 녀석들은 죽었을 수도 있는 거라고.”
“그렇다고 해서 두고 갈 수는 없어.”
“아니.”
병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섬에서의 모습과 다른 병태의 태도에 도혁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병태야.”
“이미 그 두 녀석을 버리기로 한 거야. 데리고 갈 거였다면 거기에서 배를 세웠어야 했어. 안 그래?”
“그건 그렇지.”
도혁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병태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석구가 그 행동을 했을 때 뭔가 더 해야 했다.
“그러니까 아니야.”
“그래도 한국에서는 생존자들을 파악할 거야.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없다면 그게 문제인 거잖아.”
“우리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돼.”
“뭐라고?”
“다들 첫 섬으로 가려고 할 거야.”
“그렇지만.”
병태의 지적에 도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럴 거였다. 다들 첫 섬. 그곳으로만 갈 생각을 할 거였다.
“우리들의 섬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없을 거야.”
“그래서 그냥 기다린다고?”
“응.”
병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 생각이야.”
“그래.”
도혁은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기다린다는 거. 그게 틀린 방법이 아닐 수도 있었다.
“일단 기다리자.”
“그게 답이야.”
“그래.”
도혁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한 무언가가 있었지만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가야만 해요.”
“하지만.”
“그 사람 시신 가져갈 거예요.”
기쁨의 말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이유였다. 하지만 기쁨은 단호했다.
“여기에 오빠 두고 갈 수는 없어요. 그거 말도 안 되잖아요. 적어도 유해는 싣고 갈 수 있어야죠.”
“그게.”
“제발요.”
기쁨의 단호한 말에 지웅은 한숨을 토해냈다. 당연한 거였다. 그들이 떠난다면 더군다나 시신을 위해 이곳에 오지 않을 거였다.
“제발 가야 해요.”
“그게.”
지웅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가야 하는 건 사실이었다. 기쁨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간절했다.
“지금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 사무장님은 아시잖아요. 그냥 이렇게 넘어가고 말 거라는 거. 다 아시잖아요.”
“그렇죠.”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어려웠다.
“내가 뭘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 말을 무조건 따라주지 않을 거라는 거. 그거 한기쁨 씨도 알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오빠를 두고 가자고요?”
“그건.”
“안 돼요.”
기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요.”
“한기쁨 씨.”
“부탁이에요.”
기쁨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차올랐다. 그리고 금세 차올라 흘러내렸다. 지웅은 고개를 숙였다.
“아시잖아요. 오빠를 무조건 데리고 가야 한다는 거.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그럴 수 있게 해주세요.”
지웅은 한숨을 토해냈다.
“안 돼요.”
“하지만.”
“안 된다고요.”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쁨이 안쓰럽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그녀의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거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할 거 같은데?”
“뭐라고요?”
지웅의 반응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선배.”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그리고 지웅의 눈을 보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왜?”
“위험해요.”
“뭐가?”
“그 섬에 가서 다시 사람을 파헤치다니. 우리 관도 없었어요. 그 시신 상태가 어떨지 모르세요?”
“알아.”
“아는데요?”
진아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그 시신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없을 거예요. 분명히 상태가 엄청 안 좋을 거라고요. 선배도 아시잖아요.”
“그래.”
“그런데 가자고요?”
“응.”
“아니요.”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잘근잘근 물었지만 아무 답도 나오지 않았다. 지웅은 진아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사람들에게 물어야지.”
“선배.”
“그게 답이야.”
지웅의 말에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답이라니. 결국 그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일 거였다.
“괜찮아요?”
“아. 응.”
재율의 물음에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너무 추하지?”
“아니. 그게.”
재율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거 아니에요.”
“괜찮아.”
기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리고 너도 끔찍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아니요.”
재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겠다고 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 아니었다.
“누나. 라고 해도 되죠?”
“그럼.”
“누나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죠.”
“그런가?”
기쁨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래도 걱정이야.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사실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게 아니잖아. 그리고 시신. 그거 문제지. 그걸 누가 감당할 건데? 나도 그건 알아.”
“제가 할게요.”
“어?”
재율의 말에 기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할게요.”
“아니.”
“어차피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여기에 온 사람이니까. 같이 가는 것도 앙연해요. 그거 제가 할게요.”
“그러니까.”
기쁨은 순간 눈물이 차올랐다.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기쁨을 조심스럽게 안았다.
“누나 울지 마요.”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 걸요.”
“말이라도 너무 고마워.”
기쁨의 울음에 재율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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