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위로 2
“선배 그러시면 안 되는 거죠.”
“뭐가?”
“선배님!”
진아가 목소리를 키우자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진아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만 이건 아니었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날을 세울 이유는 없어. 다른 사람들도 생각을 해야지.”
“제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아서 그러는 거 아니잖아요. 생각을 하니까 지금 이러는 거잖아요.”
“아니요.”
나라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선배님은 사람들 마음을 몰라요.”
“뭐라고?”
진아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랫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지금 다들 약해진 상태에요. 이 상황에서 차석우 씨 시신으로 인해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실래요?”
“자기는 승무원 관둬야겠다.”
“네?”
지웅의 말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선배.”
“그럼 안 되는 거지.”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들을 위해서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차석우 씨는 뭐라도 발견하기 위해서 나간 거였어.”
“그런데요?”
“그런 사람을 두고 갑니까?”
“두고 가야죠.”
“아니요.”
지웅은 다시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진아의 눈을 보더니 한숨을 토해냈다.
“아까 사람들이 하는 말을 봤잖아요. 다들 차석우 씨와 같이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걸 못 봤어요.”
“잘못이죠.”
“무슨 잘못이요?”
“다들 이성적인 판단을 못 내리는 거예요.”
진아의 말에 지웅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 성진아 승무원이 가장 이성적이지 못한 거 같은데. 누구 탓을 하는 거죠?”
“뭐라고요?”
“자기가 지금 가장 감정적이야.”
“그건.”
진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하는 거였다.
“사람들을 위해서 당연한 거잖아요. 제가 왜 이러는 건지 선배님께서도 잘 아시는 거잖아요.”
“아니.”
지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모르겠어.”
“뭐라고요?”
“뭐가 사람들을 위한 건데?”
“안전이요.”
“안전?”
지웅은 코웃음을 치며 미간을 모았다.
“뭐가 안전한 건데?”
“당연한 거죠. 새로운 일이 생기지 않는 것. 새로운 상황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럴 수 없는 거죠.”
“뭐가 안 되는 건데요?”
“그건 사람들이 원하는 게 아니니까.”
진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눈을 꾹 감았다가 뜬 후 지웅을 노려봤다.
“선배는 진짜 승무원이 아니에요. 이 상황에서는 무조건 냉정해야 해요. 나쁜 말이라도 해야 해요.”
“그건 나쁜 말이 아니야.”
“그럼요?”
“사람들을 흩어지게 하는 거지.”
“흩어져야 하는 거면 그래야죠.”
“뭐라고?”
진아의 대답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절대로 그러면 안 돼.”
“왜요?”
“그건 우리를 모두 죽게 할 거야.”
“차석우 씨가 그럴 거예요.”
“아니.”
지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히려 석우를 데리고 가는 것은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계기일 거였다.
“아마 돌아오는 배에서도 준비가 될 거야.”
“무슨 준비요?”
“모두 살 거라는 생각은 안 할 거야.”
“그게 무슨?”
진아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인 후 이마를 문질렀다.
“그건 아니에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선배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그거 너무 위험해요.”
“왜 두고 가자는 거야?”
“질병은요?”
“내가 책임을 져.”
“무슨 책임이요!”
진아는 고함을 질렀다.
“말도 안 돼.”
“왜?”
“징그럽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지웅의 손이 진아의 뺨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진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지금 무슨?”
“자기는 사람이 아니라 승무원이야.”
“그런데요?”
“승객을 지켜. 승객은 죽어도 승객이야.”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적은 이어졌다. 아주 무거운 정적이 승무원 텐트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마워요.”
“아니요.”
기쁨의 인사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괜히 나서서 더 큰 문제를 만든 것만 같았다. 미안했다.
“제가 그렇게 나서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이 그런 반응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미안해요. 정말.”
“아니요. 오히려 그래서 오빠를 데리고 가자는 사람이 압도적인 다수라는 것을 알게 된 거니까.”
“성진아 승무원은.”
“이해가 가요.”
기쁨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누구라도 무서울 거야.”
“아니요.”
윤태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차석우 씨 무섭지 않아요.”
“한 달이 넘었어.”
기쁨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부패가 되고 있겠죠.”
“하지만.”
“두고 가요.”
기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고 가요.”
“한기쁨 씨.”
“두고 가요.”
기쁨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기쁨은 대충 손등으로 눈물을 닦은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우리 두고 가야 해요. 오빠를 두고 가야 해요.”
“그럴 수 없어요. 여기에 두고 가면 언제 차석우 씨를 다시 데리고 올 수 있을지 아무도 몰라요.”
“그럴 이유 없어요.”
“네?”
“다시 올 필요 없어.”
기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요.”
“하지만.”
“그게 맞아.”
“아니요.”
윤태는 낮은 목소리로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한기쁨 씨도 아시잖아요. 이대로 돌아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그럴 거라면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마요.”
“오빠를 데리고 가는 게 더 후회가 될 거 같아요. 그거 오빠를 너무 힘들게 하는 일일 거 같아요.”
“하지만 그건 아니죠.”
지아는 기쁨의 손을 꼭 잡고 입술을 꼭 다물었다.
“같이 가야 해요.”
“그거 사람들에게 불편해요.”
“아니요.”
지아는 기쁨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 하지 마요.”
“하지만. 그건 아니죠. 나 혼자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힘들 거야.”
“내가 좋다고 하잖아요.”
“그럼 오빠를 어떻게 데리고 가요?”
“나랑 재율이가 꺼낼 거예요.”
“오빠가 너무 망가졌으면.”
기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아는 그런 기쁨을 품에 안고 가만히 등을 두드렸다. 기쁨은 서럽게 울었다.
“그러지 마요. 그러지 마요.”
지아는 한참이나 기쁨을 품에 꼭 안았다.
“엄마 왜 그런 거짓말을 했어요?”
“거짓말?”
아침에 밥을 같이 먹던 영부인은 물끄러미 재호를 응시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들 왜 그런 말을 해?”
“엄마 아빠가 그런 적 없잖아요. 제가 만힝 어렸지만 알고 있어요. 저 그 사실 알고 있어요. 그런 적 없는 거.”
“그래.”
영부인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런 일 없어.”
“그런데 왜.”
재호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도대체 왜요?”
“네 아빠를 위해서.”
“뭐라고요?”
“너랑 네 아빠를 위해서 그랬어.”
영부인은 김에 나토를 싸먹으면서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재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더 먹어.”
“됐어요.”
“아들.”
재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영부인이 낮은 목소리로 재호를 부른 채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먹어.”
“싫어요.”
“먹어!”
영부인의 악에 재호의 눈이 커다래졌다.
“엄마. 어떻게 그래요?”
“너 도대체 왜 그래?”
영부인의 어깨가 거칠게 떨렸다. 재호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영부인을 한 번 더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학교 가요.”
“아들. 그러지 마.”
“학교 가요.”
재호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재호가 멀어진 자리를 노려봤다.
“왜 아무도 내 편이 아닌 거야. 왜 도대체 왜. 왜 모두가 도대체 왜 나를 떠나려고만 하는 거야!”
영부인은 악을 썼다. 그리고 혼자 어깨를 들썩였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 잘못이 없었는데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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