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24장. 위로 1]

권정선재 2017. 8. 21. 14:42

24. 위로 1

미안하네.”

아닙니다.”

 

동호의 사과에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장인이 자신에게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제가 애초에 그 사람에게 미리 이런 것을 언질하지 않아서 그런 거였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니야. 내가 더 잘 했어야 하는 건데. 그 아이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알았어야 했는데.”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이미 끝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밀고 나가게.”

? 무엇을?”

자네의 뜻을.”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장인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그건 싫습니다.”

?”

그래도 아이들의 엄마에요.”

아니.”

 

동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딸이 이미 손주들을 버린 거였다. 더 이상 딸이 멋대로 행동하게 가만히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버린 것인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냥 가시게.”

 

동호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자네를 원망하지 않아.”

장인어른.”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모든 게 다 자신의 실수였다. 자신이 아이를 만들지 않으면 된 거였다.

 

이런 말로 용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수였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그래.”

 

동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위가 저지른 실수는 너무 끔찍했지만 딸이 하는 일이 더 무서운 거였다.

 

이해하네.”

장인어른.”

자네의 아이를 살려. 그 아이는 내 손주이기도 하네.”

 

장인의 말에 대통령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동호는 그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병이라도 걸리면요?”

 

진아의 말에 지아는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죠?”

이미 시체는 썩었어요.”

아니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시신의 부패 정도는 가늠할 수 없지만 겨울이었다. 다를 거였다.

 

지금 여기 날씨 추워지고 있잖아요. 그게 다행이에요. 가지고 가고자 하면 가지고 갈 거예요.”

아니요.”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거 당신 생각이에요.”

뭐라고요?”

다들 반대할 거라고요.”

그냥 두고 가자고요?”

당연하죠.”

 

진아의 대답에 지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절대 두고 갈 수 없었다. 두고 가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럴 수 없어요. 한기쁨 씨의 마음 같은 거 전혀 생각 안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은요?”

무슨 다른 사람이요?”

다들 무서워하고 있어요.”

 

진아의 말에 지아는 아득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을 쳐다봤다. 다들 입은 열지 못하지만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무슨.”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랑 같이 생존했어요.”

지금은 죽었어요.”

그래도 아니죠.”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누구 하나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 원했지만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다들 왜 그래요?”

 

지아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이건 아니죠.”

됐어요.”

 

기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하는 것도 너무 우스웠다.

 

내 고집이지.”

아니요.”

 

기쁨의 말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고집 아니에요. 당연한 거야. 당연히 같이 가야지. 같이 왔으면 같이 가야 하는 거죠.”

그쪽이 팔 거예요?”

그래요.”

 

지아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데리고 가는 것에 겁을 낼 이유는 없었다.

 

내가 할게요.”

저도 할게요.”

 

재율도 손을 들었다. 진아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다들 미쳤어.”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배도 무슨 말 좀 해요.”

무슨 말.”

선배!”

나는 할 말이 없어.”

 

지웅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한들 그걸 사람들이 답이라고 생각을 할 거야? 아니잖아. 나는 아무 것도 몰라.”

그래도 그건 아니죠. 선배가 그래도 사무장인데. 이 사람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잖아요.”

나는 데리고 가기 바라.”

 

지웅의 말에 진아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지웅이 조금이라도 더 현명하게 판단할 줄 알았는데 이건 아니었다.

 

선배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그 시신 가지고 가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건데요?”

무슨 문제요?”

 

기쁨이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오빠가 살아서 움직일까 봐요?”

그게 아니라.”

 

진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 말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그럼요?”

?”

그럼 뭔데요?”

 

기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오빠를 데리고 가기 바라요. 제발 그러기 바라요. 우리 오빠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 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잖아요.”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숨을 크게 쉬고 열었다.

 

시채가 부패하면 그걸로 인해서 우리가 어떤 감염이 될 수도 있어요. 다들 그래도 괜찮다는 거예요?”

. 괜찮아요.”

 

윤태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아니.”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다들 이성적으로 생각해요. 지금 한국에서 우리를 구하러 오기 위해서 누가 올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이 상황에서 그런 것까지 따져야 하는 거예요? 도대체 그럴 시간이 없는데 왜 그래요?”

그 시간은 누가 정하는 거죠?”

 

지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우리들을 모르는 것 중 아는 게 있나요?”

뭐라고요?”

없죠?”

없어요.”

 

진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에 지아는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요.”

뭐가 그러니까에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리고 우리 그 섬의 사람들 데리고 와야 해요. 그러니까 시신도 가지고 와요.”

싫어요.”

 

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진아의 반응에 다들 미간을 모았지만 더 이상 나설 사람도 없었다.

 

아니 다들 왜 그래? 다들 시체랑 같이 있고 싶어요?”

그러고 싶어요.”

 

나라가 나서자 진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나라 저리 가.”

왜요?”

이건 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

뭐라고요?”

 

시우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습니까?”

아니.”

 

진아는 당황했다. 다들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다들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요. 다들 왜 이렇게 감성적이야? 조금 더 생각을 하고 한 번 더 생각을 하라고요?”

그러니 가야겠네요.”

 

시인도 목소리를 보탰다. 진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모두를 응시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우리 씨는요?”

? 저요?”

 

우리가 놀라서 누리를 쳐다봤다.

 

찬성해요.”

아니.”

싫죠?”

 

진아의 물음에 우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누리를 보고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그거 봐요.”

하지만.”

 

진아가 말을 끊자 우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뭐라고요?”

 

우리의 대답에 진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미간을 깊이 모았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아는 것처럼 여기는 내 쌍둥이에요. 내 식구를 두고 가는 거. 나는 찬성하지 않아요. 내 상황이라면 같이 가야 해요.”

나도 그래요.”

아니 그게 아니잖아요.”

 

우리와 누리가 단호한 태도를 취하자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그런 감성적인 대화를 하자는 게 아니라니까요? 조금 더 제대로 된 판단을 하자는 건데 왜 그래요?”

그쪽은요?”

뭐가요?”

성진아 씨는 감정적이 아니에요?”

 

지아의 물음에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쪽이 가장 감정적이야.”

뭐가요?”

 

진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나는 승무원이에요. 그러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승무원이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거라고요.”

손을 들죠.”

 

나라가 손뼉을 치고 모두를 응시했다.

 

다수결로 정해요.”

좋아. 손을 들어주세요. 시신과 같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 찬성하시는 분.”

 

다들 눈치를 살폈다. 기쁨이 먼저 손을 들고 지아와 윤태가 따라 손을 들었다. 세연과 윤한도 들더니 곧 진아를 제외 한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