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이상한 긴장감 2
“도대체 서준이 형을 어떻게 두고 가라는 거야?”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지아는 긴장한 윤태의 등을 문질렀다. 윤태의 등은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이 흥건했다.
“무슨 땀이야?”
“더럽죠.”
“아니.”
윤태의 말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이 아니잖아요.”
“형이 걱정이 되어서요.”
“하지 마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하지만 우리들이 두고 가면.”
“아니요.”
지아는 다시 한 번 힘을 주고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서 거기에 남아있는 사람들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거기로 다시 돌아갈 거라고 거기에 식량이랑 지키라고 둔 사람들이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 못 놓고 가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겠죠?”
“그럼요.”
“고마워요.”
“아니요. 고맙기는.”
윤태의 인사에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태는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 지아의 어깨에 기댔다.
“복잡해요.”
“그러게요.”
“그 사람들을 놓고 가는 건 내가 싫어요.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을 거예요. 그건 정말로 아니야.”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건 윤태 씨가 고맙다고 할 일이 아니에요.”
지아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다른 섬으로 가자고 한 사람 중에는 자신이 가장 큰 힘이었다.
“내가 옮겨가자고 한 거였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이건 무조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알았죠?”
“알겠습니다.”
지아의 힘이 들어간 말에 윤태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거잖아요.”
“그래도요.”
“선배.”
지웅의 말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이건 아니에요.”
“왜?”
“아니.”
진아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이게 왜라니. 그렇게 간단한 질문이 나올 수가 있는 걸까? 이건 아니었다.
“그 섬으로 다시 돌아간다고요? 그래서 그 사람들을 여기로 데리고 온다는 보장이 있을 거 같아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그냥 두고 가자고요? 그거 너무 어려운 거잖아요. 그럴 수 없는 거잖아요.”
“그냥 우리가 구조를 받고 나서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되잖아요. 다른 섬이 더 있다고 하면 되는 거잖아요.”
“아니요.”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었다면 이미 자신들을 구하러 왔을 거였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없다는 건 이건 간단하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누구도 온 적이 없잖아요.”
“그건.”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첫 섬에서 이거 확인했어. 문자를 받았다고. 그 이야기는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건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 그 말은 이 섬이 그리 간단하게 올 수 있는 섬이 아니라는 거죠.”
“아니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오지 않을까요?”
“아니.”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의 건강이나 그런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또 올 수는 없을 거였다.
“다른 섬의 사람들은 연락도 안 되잖아.”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해.”
“싫어요.”
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었다. 다른 섬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미친 일이었다.
“그거 선배가 찾을 수 있어요?”
“다시 연락을 하면 되지.”
“뭐라고요?”
진아는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인 거였다.
“그런 식으로 그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누가 말을 하는데요? 그게 무조건 가능할 거라고 누가 그러는 건데요?”
“내가.”
“선배.”
“할 수 있어.”
“아니요.”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수 없는 거였다. 그건 너무 위험한 거였다.
“그럴 수 없어요.”
“성진아 승무원.”
“그래요. 저 승무원이에요. 저보고 올바른 판단을 하라고 하셨잖아요. 이거 잘못된 판단이에요.”
“아니요.”
나라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나섰다.
“가야 해요.”
“나라 씨는 가만히 있어.”
“왜요?”
“뭐라고?”
“왜 그래야 하는 건데요?”
“유나라 씨.”
진아는 코웃음을 친 채 고개를 저었다. 이제 겨우 첫 비행이면서 자신도 승무원이라고 이러는 꼴이라니.
“자기가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자기는 아무 것도 못 해.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뭐라고요?”
“그게 현실이잖아.”
“현실은 가야 한다는 거야.”
지웅의 말에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떻게 하루만에 달라지세요?”
“자기는?”
“제가 뭐요?”
“그럼 승무원이 사람들을 버려야 한다는 거야?”
“그건.”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누군가를 버리자는 거. 그런 말이 아니었다. 다만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냥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행동한다는 거. 그게 문제라는 이야기였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세요?”
“알아.”
“아는데 이러세요?”
“응.”
지웅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을 구할 거야.”
“선배.”
“무조건 구할 거야.”
지웅의 단호한 말에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지웅이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배의 그 선택으로 인해서 우리들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이 상황. 아무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요.”
“알아.”
“아는데 그러세요?”
“한 사람도 놓고 갈 수 없어.”
지웅의 대답에 진아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우리는 승무원이니까.”
지웅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큰 말이었다. 진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다들 미친 거 같아.”
진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도대체 이 순간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돌아갈 수 있는 거겠지.”
“그렇겠지.”
시인의 말에 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돌아가는 구나.”
“아직 멀었을 거야.”
시우의 대답에 시인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왜?”
“한국에서 와야 할 거 아니야.”
한국에서 이곳까지. 그리 멀지 않을 거였다.
“아니 한 일주일이면 되지 않을까?”
“일주일?”
시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태평양 한 가운데였다. 그리고 배를 띄우고 그러는 것은 복잡한 문제일 거였다.
“우리는 비행기를 탔으니까.”
“더 걸릴까?”
“더 걸리겠지.”
시안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돌아갈 가능성이라는 거였다.
“그래도 돌아가는 거니까.”
“그렇지.”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말로 돌아갈 수 있는 거였다. 이제 돌아가야 하는 거였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러게.”
세 사람은 손을 꼭 잡았다. 섬에 와서 드디어 세 사람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정말로 남매가 된 순간이었다.
“미쳤군.”
동호는 신문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괜찮으십니까?”
“아니.”
집사의 말에 동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럴 수 없는 거였다. 아무리 딸이 멋대로라도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뉴스는?”
“이미 도배가 되었습니다.”
“이런.”
이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힘이 모인 순간이었다. 계기만 있으면 되는 건데 이건 아니었다.
“도대체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런 짓을 버리는 것이야? 자신으로 인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게.”
“당장 그리로 가지.”
“무리일 겁니다.”
집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기자들이 청와대로 몰려간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 총리님이 가신다고 나아질 게 없습니다.”
“그게 무슨.”
동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답답했다.
“도대체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야?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미 잊어버린 것이야?”
“죄송합니다.”
“자네가 왜 죄송해.”
“미리 파악했어야 했는데.”
“아니.”
뉴스는 중간에 끼워진 속보 형식이었다. 인터넷 보도는 급한 거였고. 결국 새벽에 일어난 일이었다.
“내가 나서야겠네.”
동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모든 건 다 자신이 시작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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