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화해 3
“이 섬에서 뭔가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네.”
지아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신기해요.”
“뭐가요?”
“강지아 기자님은 뭐든 다 자신감이 넘치시는 거 같아요. 저는 전혀 그런 적이 없어서 신기해요.”
“저도 안 그래요.”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낸 후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래도요.”
“그냥 열심히 하는 거예요.”
“좋다.”
“뭐가 좋아요?”
“늘 내 옆에 강지아 씨가 있는 거?”
윤태의 말에 지아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윤태의 손을 확 끌었다. 윤태는 그대로 지아의 품에 안겼다.
“뭐, 뭐예요?”
윤태는 얼굴이 붉어진 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냥 좋아서?”
지아는 윤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요.”
윤태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지아와 눈이 마주하고 다시 입을 맞췄다.
“우와. 뭐예요?”
그때 지아에게 오던 세연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면서 윤태에게 몸을 기댔다.
“너도 윤한이 데리고 와.”
“그래야겠다.”
다들 불안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이 우울함을 덜어내야 했다. 조금이라도 이 우울함을 잊어야만 했다.
“무슨 말을 더 하시려고요?”
“그냥 같이 앉으려고.”
지웅이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옆에 앉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선배 되게 이상해요.”
“내가?”
“네. 선배요.”
“그런가?”
지웅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냥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게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가?”
“당연하죠. 도대체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를 하세요? 선배 그런 분 아닌데 왜 그러세요.”
“의지라.”
지웅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씩 웃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뭔가 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냥 사람들이 하도록 그걸 그냥 두고 보는 게 전부인 거지.”
“그러니까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여기가 도대체 어디인지 알고요? 그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모르니까 그래.”
지웅의 말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나 성진아 승무원이나 아무 것도 모르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냥 그 사람들을 지켜보는 거야.”
“그게 위험할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지.”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은 섬에서 이러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기다릴 수는 없는 거잖아.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니까. 안 그래요?”
“하지만.”
“다들 노력하는 거예요.”
진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지웅의 말이 뭔지는 알았지만 그래도 승무원으로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거였고 그들이 가만히 있게 해야만 하는 거였다.
“그러다 누구라도 더 다치면 그거 누가 감당할 건데요? 결국 선배가 다 감당할 거잖아요. 아니에요?”
“그렇죠.”
“그런데요?”
“그러니까.”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지웅이 너무 간단하게 말을 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순간이었다.
“선배가 너무 간단하게 말을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너무 불편해요.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데요?”
“그럼 내가 뭘 더 하기를 바라는데?”
“뭐라고요?”
“우리가 그 사람들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어?”
“그건 아니지만.”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자신들이 하는 말대로 사람들이 하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그들을 보고만 있는 것도 이상한 거였다.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였다.
“조금은 더 우리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게 그 사람들을 위한 거잖아요. 아니에요?”
“만일 우리가 배운 것처럼. 우리가 하는 그 행동대로 어떤 것이 나오면. 그게 가능한 거면 그게 답이겠지.”
“그런데요?”
“우리도 모르잖아. 아무 것도.”
지웅의 힘없는 대답에 진아는 침을 삼켰다. 아무 것도 모른다. 그건 자신도 지웅도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답을 모르니까 그냥 그들을 보는 거야. 그리고 강지아 씨 자기 마음대로만 하는 거 아니잖아.”
“뭐가 아니에요?”
“늘 나에게 묻잖아.”
“그건 그렇기는 하지만.”
진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지웅의 말이 옳았다. 지아는 늘 지웅에게 먼저 와서 무언가를 물었다.
“강지아 씨. 자기가 마음대로 다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나에게 와서 묻고 그런단 말이야.”
“그러네요.”
“그리고 강지아 씨가 아니었더라면 우리 지금 여기까지 오지 못했어. 여기까지 온 거 전부 다 강지아 씨 덕이야.”
“아니야.”
진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지아가 조금 지웅의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강지아 씨가 하는 게 실수일 수도 있죠.”
“그게 아닌 게 답인 거 알아?”
“네? 그건.”
“아무 것도 해보지 않았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지웅의 말이 옳을 거였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선배님은 강지아 그 사람이 그냥 그렇게 행동하는 거. 그거 그냥 계속 두고 보시겠다는 거죠?”
“응.”
“아니죠.”
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 답이 없다고 해도 아무 권리도 없는 사람에게 그럴 수 없었다.
“그거 아니에요.”
“뭐가 아닌 건데?”
“아니.”
“성진아 승무원 조금 내려놔요.”
지웅의 미소에 진아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자신이 뭘 더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걸 모르면 자기는 아직 승무원이 아닌 거지.”
“뭐라고요?”
지웅의 말에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웅의 말이 자꾸만 자신을 더 무능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러는 선배는 저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승무원이라고 생각을 하신 적이 있으세요? 아니잖아요.”
“그래. 없지.”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는 성진아 씨는?”
“제가 뭘요?”
“한 번이라도 나에게 제대로 된 승무원으로의 뭔가를 보여준 적이 있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잖아.”
“제대로 봐줘야 있는 거죠.”
“그래.”
지웅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잘못한 건데.”
“왜 그러시는 건데요?”
“뭐가?”
“아니.”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웅이 자신에게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배님이 그러신다고 해서 제가 무조건 고마워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선배가 그런다고 해서 제가 생각을 다르게 하지 않아요. 저는 강지아 씨가 싫어요. 그 여자 믿고 싶지 않다고요.”
“그래.”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누구보다도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뭐라고 하더라도 나는 더 강지아 씨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지아 씨만이 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
진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강지아만 할 수 있는 것. 진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잘못이라고요. 그거 제가 할게요. 제가 할 수 있는 거. 그런 것들 전부 다 제가 할게요.”
“그래 줄 거야?”
“네?”
“부탁해.”
“아니.”
지웅이 갑자기 자신의 편을 들자 진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도 승무원이니까.”
“그래야죠.”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고마워.”
“아니요.”
지웅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뭔가 홀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못 막는다고요?”
“네. 죄송합니다.”
“미친.”
신문사장과 만난 영부인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왜 안 된다는 거죠?”
“이미 다 찍혔어요.”
“새로 찍어요.”
“아니요.”
“이봐!”
영부인은 곧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해서 당신을 그 사장 자리에 놓은 건데. 도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이미 늦으셨습니다.”
“뭐라고?”
“가서 대통령님을 설득하세요.”
“대통령?”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물런라 수 없었다. 더 이상 자신이 망가질 수는 없었다.
“더 큰 뉴스를 줄게요. 그러면 적어도 서울에 그거 하나 끼워넣을 시간은 충분할 거 같은데? 아닌가?”
“하지만.”
“일단 내가 여기에 주잖아요. 조중동도 아니고 한경도 아니고 말이에요. 어때? 뉴스가 될 거야.”
신문사 사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신문사 사장 이마에 더 깊은 주름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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