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14장. 원망 1]

권정선재 2017. 8. 14. 23:05

14. 원망 1

미친 거야.”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잃을 수는 없었다.

 

절대 안 돼.”

이대로는 안 되는 거였다.

엄마.”

아들.”

 

그때 재호가 안방 문을 열자 영부인은 곧바로 재호를 품에 안았다. 영부인의 행동에 재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요?”

네 아빠가 이혼을 하재.”

뭐라고요?”

 

재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더욱 간절한 눈으로 재호를 쳐다봤다.

 

엄마는 절대로 그럴 수 없어. 너랑 네 누나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네가 아직 학교를 다니는데 이럴 수 없어.”

엄마도 좀 물러나요.”

그러려고 했어.”

 

영부인은 눈물을 찍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재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요?”

집무실.”

왜요?”

나랑 있기 싫다고.”

미쳤어.”

 

재호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내가 갈게요.”

네가 뭐?”

그래도 내가 설득을 해야죠.”

아니야.”

 

영부인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너도 네 아버지에게 찍히면 어떻게 하니? 네 누나까지 그러고 나는 살 힘이 없어.”

나는 엄마 편이야.”

정말?”

그럼.”

 

영부인의 물음에 재호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재호가 짧게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가자 영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닦았다.

 

애가 아직 단순하다니까.”

 

영부인은 입술을 쭉 내밀고 거울 앞에 섰다.

 

내 편이어야지.”

 

영부인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다들 무슨 일이에요?”

 

기쁨은 입을 내밀고 자리에 앉았다.

 

이런 식으로 회의를 하는 거 되게 오랜만인 거 같은데. 이렇게 보니까 다들 어색한 거 같네.”

그렇습니까?”

 

지웅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여기 기지국이 없어요.”

 

지아의 간단한 말에 다들 멍한 표정이었다. 지아는 지웅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가지고 가서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처럼 여기에서는 아무 것도 뜨지 않아요. 차라리 처음 섬의 숲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죠?”

 

시안은 미간을 모은 채 일어섰다.

 

당신이 세 번째 섬에 오면 뭔가 답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을 해서 우리 모두 다 온 거잖아요.”

그건 그렇죠.”

그런데 이게 뭐야?”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지아를 노려보더니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당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이잖아. 그러면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처럼 왜 나서는 거죠?”

그건.”

그만 두죠.”

 

윤태가 나서자 시안은 코웃음을 치며 윤태를 노려봤다.

 

아무리 애인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지. 무조건 다 끼고 돌기만 한다고 그게 답인가? 그런 거 아니잖아.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아닌 게 아니니까요.”

뭐라고요?”

우리가 이 섬에 오지 않았으면 이 섬에서 기지국이 없는 거. 전파가 터지지 않는 걸 모르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다 올 필요는 없었잖아!”

 

시안의 악에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애초에 두 번째 섬도 그래.”

라시안 씨.”

거기 남아있는 두 사람은 어떨 거 같은데.”

시안아!”

두 사람이라뇨?”

 

진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녀가 바라던 것은 아니었다.

 

그건.”

그러니까 애초에 우리들이 있는 섬에 왔을 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잖아요. 누군가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네.”

 

봄도 고개를 끄덕이며 진영의 말에 보탰다.

 

그걸 그 동안 숨기고 있었다는 말은 우리를 믿지 못해서 그렇다는 거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그런 게 아니에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전파가 터지지 않는 것만 말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복잡해졌다.

 

그걸 숨기려고 한 건.”

됐어요.”

 

우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누리와 나란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두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 가지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다는 게 더 우스운 일이죠.”

아니요.”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우리를 응시했다.

 

할 수 있어요.”

뭐라고요?”

 

누리는 코웃음을 치며 미간을 모았다.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우리들에게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아요? 당신들만 알고 있었다고요?”

그러는 당신들은요?”

 

재율은 이리저리 목을 풀면서 한 마디 끼어들었다.

 

두 번째 섬의 비밀 마지막에 말했잖아요.”

그건.”

조류의 방향이 다른 거. 그거 몰랐더라면 모두 죽었어요. 그거 끝까지 숨긴 거 아니었나? 안 그래요?”

그건 다르죠.”

 

누리는 곧바로 항변했다. 우리도 누리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이마를 짚었다.

 

우리들끼리 이러지 마요. 우리는 모두 생존자에요. 다른 누군가를 몰아세울 이유는 없다고요.”

하지만 그래야 하죠.”

뭐라고요?”

그게 답 아닌가?”

 

진영의 간단한 말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초에 우리들이 다 같이 이러는 거 우스운 거잖아요. 당신들은 이미 하나로 뭉쳐진 거잖아요.”

하진영 씨도 생존자에요. 스스로를 그렇게 구분 짓지 말아요. 그런 식으로 행동할 이유 없어.”

아니요.”

 

진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고작 생리대 좀 얻었다고 지아를 믿는다는 것이 더 우스운 거였다.

 

그쪽들이 원래 그런 생각을 하고 우리에게 온 건데. 우리가 도대체 무슨 말을 더 할 건데요?”

그게 아니라.”

도대체 언제 말하려고 했어요?”

 

모두 대답이 궁해졌다. 도대체 언제 말을 하려고 했을까? 아니 말을 하려는 생각을 하기나 했을까?

 

그런 적 없잖아. 당신들 그냥 숨기려고 한 거잖아. 계속 숨기고. 다시 숨기려고 한 거잖아.”

그건.”

 

지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진영의 말이 옳았다. 이게 아니었더라면 굳이 알릴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였다.

 

그래도 이건 아니죠. 두 번째 섬을 나갈 때. 그래도 그 순간 우리 모두가 같은 상황이었던 거 아니에요? 그 상황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넘어간다는 거. 그거 너무 우스운 거잖아요?”

그건 아니죠.”

 

기쁨은 차분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지금이라도 말했잖아.”

뭐라고요?”

그럼 되는 거 아닌가?”

이봐요.”

 

진영은 곧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기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채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공연히 이런 거 가지고 힘 빼지 말자고요. 우리가 지금 문제인 것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거야.”

뭐라고요?”

첫 번째 섬으로 가요?”

아니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 섬에서도 전파가 제대로 터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거기로 돌아간다고 해서 뭔가 답이 있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우리들 사이에 더 문제가 될 거고요.”

그래요.”

 

기쁨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섬도 탐험하려고요.”

미쳤어.”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시안이었다.

 

또 당신 멋대로 한다고?”

.”

 

지아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주저하거나 그럴 이유 없었다.

 

라시안 씨가 나를 싫어하는 건 아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거 그거 해야 하는 거죠.”

뭐라고요?”

여기에서 그냥 기다리고 있는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 않아요. 이 섬 무조건 다 헤쳐야 해요. 그게 답이에요.”

됐어요.”

 

진영은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당신들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게 뭐야.”

 

봄도 진영의 말을 보탰다. 두 사람은 그대로 자신들이 머물던 곳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안해요.”

아니요.”

 

시인의 사과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시인이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모든 건 다 자신이 망친 거였다.

 

강지아 씨.”

잘 하려고 한 건데.”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자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안 되는 거였다. 울 수 없는 거였다.

 

내일부터 돌아다닐 거예요.”

같이 가요.”

그래요.”

 

지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내가 같이 가줄게요.”

고마워요.”

정말이에요.”

알아요.”

 

지아는 윤태의 손을 꼭 잡았다. 이 순간 위로가 되는 것은 오로지 윤태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