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희망 4
“고맙네.”
“아니야.”
재권이 자신을 찾아오자 대통령은 얼굴을 밝혔다. 하지만 재권은 여전히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가 자네를 위해서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 그리고 자네가 여전히 나에게 뭘 바라는지도 모르겠고.”
“자네는 알지 않나?”
“아니.”
대통령의 지적에 재권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몰랐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퇴물이야.”
“아니.”
대통령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재권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대통령을 응시했다.
“내게 뭘 해줄 수 있나?”
“뭘 바라나?”
“지금 자네의 자리.”
“주겠네.”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하는 대통령을 보며 재권은 낮게 웃었다.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간단한 답이었다.
“신기하군.”
“무엇이 말인가?”
“그토록 그 자리를 원했던 이가.”
“내가 바랐던 건 아니야.”
대통령의 대답에 잠시 망설이던 재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건 다 영부인이 했을 테니까.
“그나저나 신기하군.”
“또 무엇이?”
“오동호 전 총리까지 말이야.”
“장인어른이니까.”
“그래도 자네 편을 드시는 건 처음이지.”
“그런가?”
대통령은 짧은 대답을 하면서 재권의 낯을 살폈다. 재권은 이마에 주름을 잡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돕겠네.”
“정말인가?”
“그래.”
대통령의 얼굴이 밝아졌다. 재권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런 대통령이 너무나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정말 가려고요?”
“그럼요.”
윤태와 세연 그리고 윤한까지 데리고 온 지아를 보며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GPS를 건넸다.
“그런데 휴대전화는요?”
“저녁에 켜게요. 같이 키죠.”
“그래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섯을 진아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보더니 그대로 시선을 돌렸다.
“섬은 두 개네요.”
“그러게.”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이번 섬은 전의 섬들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두 섬이 이어져 있었다.
“다른 섬엔 누가 있을까?”
“그럴 수도 있죠.”
윤한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이 섬에는 아무도 없지만.”
“그러게.”
이상할 정도로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 섬에 오지 않는 것인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도 뭔가 다른 일이 있겠지. 그래도 차라리 다행 아니야? 이 섬에서 누군가가 살고 있었더라면 그게 문제일 수도 있을 거 같아. 어떤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싸우지도 않는 거고.”
“싸움.”
윤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싸울 수도 있는 거였다. 이 섬에 원래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연히 부딪칠 수밖에 없는 거였다.
“그렇겠네요.”
“그렇죠.”
세연은 윤한의 손을 잡았다.
“우리 그럼 위험한 거 아니에요?”
“위험은.”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를 가지고 겁을 낼 거 없잖아. 이미 우리는 죽어도 벌써 죽었어야 하는 거니까 말이야.”
“언니 그런 말 좀 하지 마요.”
세연이 몸을 떨자 지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겁은.”
“겁이 나죠.”
세연은 입을 쭉 내밀었다.
“언니가 이상한 거야. 어떻게 이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어. 다들 무서운 건데 참는 거라고요.”
“그렇게 무서워한다고 해서 달라질 거 하나 없으니까. 그냥 이렇게 견디려고 하는 거지.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앞으로 나아가야지.”
지아의 단호한 말에 세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니 정말 대단해.”
“그럼.”
지아는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하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지아의 뒤로 다른 사람들도 길을 걸었다.
“은근히 먹을 게 많네요?”
“그렇죠.”
다른 두 섬이 겨울이라는 이유와 섬의 원래 이유 탓인지 은근히 먹을 것이 적어지거나 적었던 것과 다르게 새로운 섬은 먹을 것은 풍부했다.
“덜 춥지 않아요?”
“그런 거 같기도 해요.”
지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섬이 근처에 있기는 하지만 각각의 섬의 특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느낌이에요. 이 섬이 그래도 가장 살기 나은 거 같죠.”
“그건 아니에요.”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여긴 섬이 두 개가 이어져 있거든요.”
“그래요?”
“네. 그래서 불안해요.”
“불안이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생각보다 꽤 넓은 땅인데 도대체 왜 그 동안 그 누구도 소유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지웅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말을 더 할 것도 없죠. 다른 사람들도 이에 대해서 걱정을 할 테니까요.”
“그렇죠.”
지아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히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더 나눌 이유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게 하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한 거니까. 이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거죠.”
“고맙습니다.”
“네?”
갑작스러운 지웅의 인사에 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강지아 씨가 아니었더라면 어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아니요.”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한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사무장님이 아니었더라면 오히려 이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예요. 다 무너졌겠죠.”
“아니요.”
“두 사람 뭐해요?”
생선을 구워 온 세연은 미간을 모았다.
“하여간. 두 사람은 서로 너무 칭찬해.”
“그랬나?”
지아는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민물 생선인데 괜찮아?”
“약간 특유의 냄새가 있기는 한데 크게 걱정할 것은 없을 거 같아요. 그래도 아쉽기는 하지만요.”
“그러네.”
생선을 한 입 문 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먹으려면 먹겠지만 그래도 살짝 거부감이 들 수도 있었다.
“아쉽다.”
“그러게요.”
물고기를 첫 번째 섬에서처럼 많이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이나마라도 있는 게 다행이죠. 이것도 없었더라면 우리는 더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가볼게요.”
“전화 해보죠.”
“네?”
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안 해보셨어요?”
“강지아 씨가 있으면 하려고 했죠.”
“하지만.”
지아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지웅이 자신을 배려해준다는 거였다.
“저는 겁이 나요.”
“왜요?”
“정말 물을 먹어서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나는 그 모든 원망을 다 감당할 자신이 없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죠.”
“뭐야.”
지아는 입을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지웅은 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냥 하는 거죠.”
“네. 세연아 윤태 씨 좀.”
“윤한 씨도 데리고 올게요.”
“아. 승무원들도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게. 혹시라도 안 되면 다들 동요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알겠어요.”
멀어지는 세연을 보며 지아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지아를 위로하려는 지웅 역시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켜보려고요?”
“네.”
지웅의 말에 모두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서 전화기가 켜진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거였다.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죠?”
“그건 모르죠.”
“너무 단호하네.”
윤태가 작게 투덜거리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다들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의 마음이었다.
“그게 켜지겠어요?”
진아의 차가운 말에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바닷물이 닿아서 안 되는 것을 그렇다고 물에 담그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닦거나 해야지.”
“어차피 안 되는 전화기잖아요.”
윤태의 반론에 진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요.”
지웅도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안 되는 전화기였어요. 그러니까 강지아 씨가 뭘 하건 그게 잘못은 아닌 겁니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지웅은 심호흡을 하고 먼저 전화기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켤게요.”
지웅은 심호흡을 하고 후면에 있는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그리고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기다리는 순간 LG 로고가 선명하게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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