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희망 1
“좀 괜찮아요?”
“뭐가요?”
“강지아 씨.”
윤태의 물음에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내게 오지 마요. 나는 자꾸만 이윤태 씨에게 모진 말만 하는데 도대체 왜 여기에 오는 건데요?”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그냥 미안해요.”
윤태의 사과에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도 자신이 왜 이리 화가 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짜 싫어.”
“뭐가 싫어요?”
“영화 속의 민폐 여주인공이 된 거 같아. 이해도 하지 않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존재가 된 거 같아.”
“그거 여혐이죠.”
“갑자기.”
윤태의 말에 지아는 갑자기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윤태를 응시했다.
“미안해요.”
“미안해하지 마요.”
“왜요?”
“그냥 그래요.”
윤태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지아의 곁에 앉았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너무나도 간단한 말이지만. 너무나도 쉬운 말이지만 말이죠.”
“그래서 뭘 바라는 건데요?”
“그러게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지금 바라는 것이 없었다. 그저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힘든 거였다. 이 상황이 그녀를 지치게 하는 거였고. 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거였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 것도 할 필요 없어요.”
“어떻게 그래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숨을 크게 쉬었다. 자신이 다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였다. 자신이 오자고 한 길이었다.
“다들 나를 보고 온 거예요.”
“그래도 강지아 씨 탓을 할 사람은 없어요.”
“거짓말.”
“진짜에요.”
“아닌 거 다 알아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윤태가 이런 거짓말을 해주는 것까지 뭐라고 할 것은 아니었다. 윤태는 지금 그녀를 위해서 기꺼이 거짓말을 한 거였으니까.
“무서워요.”
“뭐가요?”
“다 무서워요.”
지아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윤태는 곧바로 지아를 안았다.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만일 이 섬에 온 것이 모두 다 잘못이면 어떻게 되는 거죠? 우리가 다시 한 번 자리를 옮긴 거라서. 그래서 우리가 구조를 받지 못하게 되는 거면? 다 내가 잘못한 거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럴 일 없어요.”
“윤태 씨가 어떻게 알아요?”
“나는 운이 좋으니까.”
“운이 좋기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가볍게 미간을 모았다.
“이런 사고가 났잖아요.”
“그래서 강지아 씨를 만났죠.”
“그게 뭐야?”
윤태의 말에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윤태는 지아의 눈을 보며 씩 웃었다.
“좋아해요.”
“갑자기 그러지 마요.”
“좋아해요.”
“이윤태 씨.”
“좋아해요.”
윤태의 계속된 고백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윤태에게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러니까.”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윤태가 자신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는 걸까? 그런 것은 아마 없을 거였다.
“강지아 씨. 사람들이 곁에 있는 거. 그거 나쁜 거 아니에요. 왜 자꾸만 그렇게 피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럴 이유가 하나 없는 건데. 그럴 필요가 없는 건데. 왜 자꾸 물러나려고만 해요?”
“무서워요.”
“그러지 마요.”
지아의 계속된 말에 윤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지아와 눈을 마주한 채로 있다가 씩 웃었다.
“강지아 씨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들 이 사람들이 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 더 뭉치고 있는 거 알죠?”
“네? 그게 무슨?”
“두 번째 섬의 사람들. 그 사람들도 이제 이런저런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
“내 욕이죠?”
“그럴 수도 있죠.”
“그게 뭐야?”
지아는 웃음을 터뜨린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윤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좋아하는 사람끼리 고맙긴.”
“그래도 고마워요.”
“그럼 다행이에요.”
지아가 더 이상 자신에게 가라는 소리를 하지 않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싫다.”
“뭐가 싫어요?”
“이 사왕 자체가 싫어요.”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마치 우리가 미로에 갇힌 거 같은 기분이에요. 섬을 옮겨 가는데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우리는 결국 또 다른 사람의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거고. 이곳에서도 희망이라는 것은 없으니까.”
“왜 그럴까.”
지아의 힘이 없는 말에 윤태는 지아의 손을 꽉 잡았다.
“강지아 씨 그러지 마요.”
“뭘요?”
“내가 강지아 씨를 얼마나 의지하는데요.”
“그래요?”
“그럼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요.”
“뭘 그러지 마요?”
“그냥 힘들어.”
“힘들지 마요.”
지아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더라도 윤태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지금 그녀를 지탱해주는 것은 오롯이 윤태였다.
“내가 밉지 않아요?”
“하나도 밉지 않아요.”
“정말인 거죠?”
“내가 누구에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래요.”
지아는 웃음을 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뭔가 고민하듯 입을 내밀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요?”
“구지웅 씨에게 가게요.”
“아직 다들 지쳤어요.”
“아니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사람들이 뭔가 하기를 원한다면 해야 하는 거예요. 여기에서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서 달라질 거 없어요.”
“아직 전원이 안 들어오는 거 같아요.”
“그럼 방법을 찾아야죠.”
지아의 미소에 윤태도 미소를 지은 채 따라 일어났다.
“무조건 그 섬 중에 한 곳만 가야 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대통령은 상을 세게 쳤다. 계속 같은 말만 나오는 중이었다. 돈. 그 돈. 결국 그 돈이 문제인 거였다.
“아니 한국에서 가서 현지에서 갈라지는 건데. 도대체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든다는 겁니까?”
“해류가 다릅니다.”
“해류요?”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냥 가서 헬기를 띄우면 될 일이었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가 아니었다.
“주변국의 동의를 구하세요. 그리고 항공모함이건 뭐건 가지고 가서. 거기에서 헬기를 띄우건 뭐든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못하는 게 뭐가 있다고 다들 그렇게 하는 겁니까? 네?”
“미국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뭐라고요?”
외교부 장관의 말에 대통령은 멍해졌다. 이게 지금 어느 나라의 내각 회의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저는 그저 대통령님께 제대로 된 사실을 말씀을 드리려는 겁니다. 이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입니다.”
“위험이라니.”
대통령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이들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너무 우스웠다.
“그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도대체 뭐가 위험하다는 겁니까?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을 구하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고. 도대체 이게 뭐라는 겁니까?”
“그게 문제인 겁니다.”
“뭐라고요?”
“대한민국이니까요.”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미국령. 그것도 미국이 좋아하지 않는 땅이라니. 뭐가 군사 실험을 한 것이 전부일 거였다.
“내가 직접 만나겠습니다.”
“안 됩니다.”
“뭐가 안 됩니까?”
“이런 일을 가지고 만난 전례가 없습니다.”
“전례라니.”
장관의 말에 대통령은 코웃음을 쳤다. 애초에 이런 사례가 있었던 적이 없으니 전례가 없는 거였다.
“전례라는 것은 무조건 만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만날 겁니다. 나는 그 사람들을 구할 겁니다.”
“정말 아들이 아니라도 그러실 겁니까?”
순간 적막이 흘렀다. 대통령은 물끄러미 장관을 응시했다. 장관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러실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은 솔직하게 답했다.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일이 아니었더라면 어떻게 헀을까?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마음을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롯이 내 아들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뭔가 분하고 억울합니다.”
“분하다.”
장관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뭘 알겠소?”
“자리를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말이 너무나도 반가운 그였다.
“고맙습니다.”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고맙소.”
대통령의 말에 장관은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대통령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이제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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