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4장. 흔들리는 사람들 1]

권정선재 2017. 8. 7. 23:29

4. 흔들리는 사람들 1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자네만 할 수 있어.”

 

대통령의 말에 재권은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 미간을 모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건데? 나는 자네에게도 밀린 사람이야.”

그게 아니라.”

나는 이미 실패한 사람이야.”

 

재권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나에게까지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많은 걱정이 되기는 하는 군. 그렇게 급한 것인가?”

그래.”

 

순순히 인정하는 대통령의 말에 재권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도 알고 있어. 대통령이 되어서 이 모든 것을 그대로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일세. 하지만 숨긴다고 해서 뭐 하나 달라지지 않는데 말이야. 그리고 이미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여기에 온 것이 어떤 것인지. 이미 자네는 다 알고 있으면서 무엇을 묻는 것인가?”

알고 있지.”

 

재권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심호흡을 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뭘 해주기를 바라나?”

모든 것을.”

뭐라고?”

 

재권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 후 헛기침을 하며 대통령을 응시했다.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믿나?”

당연하지.”

 

대통령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모두 자네가 더 이상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나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

알고 있다.”

 

재권은 가만히 대통령의 말을 따라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물끄러미 대통령을 응시했다.

 

내가 실패하면 어떨 것 같나?”

가능할 거야.”

뭐라는 건가?”

 

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치에 그런 건 없어.”

이건 정치가 아닐세.”

 

대통령은 힘을 주어 말하며 재권을 응시했다.

 

이건 사람을 구하자는 거야.”

그게 다르다는 건가?”

다르지.”

 

이전과 다른 대통령의 모습에 재권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도대체 여기에 왜 온 건데?”

선배.”

뭐가?”

 

나라가 놀란 표정을 짓자 진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나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너도 뭐 지금 태도가 더 중요하다.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려는 거야? 그런 거라면 나에게 하지 말고 선배에게 가서 해. 지금 이게 뭔데? 우리가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건데?”

그건.”

 

나라는 무슨 말을 하려다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나 무시하니?”

? 아니.”

건방지게.”

 

진아의 차가운 말에 나라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더라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 나라였다.

 

선배님. 조금 쉬셔야 할 거 같아요.”

내가 미쳤다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네가 뭔데 나를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데!”

 

진아가 고함을 지르는 순간 지웅이 텐트로 들어왔다. 그리고 두 사람을 보더니 곧바로 끼어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선배님도 내가 우습죠?”

뭐라고요?”

이러는 거 웃기잖아요. 그러는 선배는 뭐가 그렇게 잘났어요? 도대체 여기에 뭐가 있다고 오자고 한 건데요? 여기에 아무 것도 없잖아요. 여기에 우리를 위한 거. 아무 것도 없었잖아요!‘

 

진아의 악다구니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이내 나라를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라 승무원은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좀 살펴줘요. 다들 새로운 섬에서 많이 지친 거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승무원?”

 

진아는 코웃음을 치면서 지웅을 노려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승무원. 그런 말씀이 나오시는 거예요? 지금 그런 말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성진아 승무원.”

저는 승무원이에요! 그래요!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을 다 감당할 이유는 없잖아요.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데요? 이 사고까지 우리들이 뭘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들과 관련이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 우리랑 관련이 없다고 말을 합니까? 성진아 씨. 그러지 마요. 지금 흥분한 것은 아는데.”

흥분이요?”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아는 차가운 눈으로 지웅을 노려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선배가 지금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선배는 구원자가 아니에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런데 왜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믿는 건데요?”

그러면 안 되는 건가?”

뭐라고요?”

그게 안 되는 거야?”

 

지웅의 물음에 진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배. 그거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 아니죠? 그걸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말도 안 되는 거죠. 그런 거 안 되는 거라고요. 여기에서 선배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요? 아무 것도 없잖아. 그런데 구원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너처럼 모든 것을 다 냉소적으로 보면서 망칠 거 같지는 않은데. 그것만 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지금 무슨 말이에요?”

 

진아는 곧바로 날을 세웠다. 하지만 날카로운 진아와 다르게 지웅은 그저 덤덤할 따름이었다.

 

네가 들은 그대로. 뭔가를 억지로 더 하려고 하지 마. 그 누구도 너에게 그 모든 책임을 지라고 하지 않아.”

선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 선배가 그렇게 행동하면서 우리가 더 힘든 거 모르세요?”

네가 힘들어?”

힘들어요.”

그래.”

 

지웅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나 선배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 선배. 미친 거 아니에요? 미치지 않고서야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행동해요?”

내가 미쳤다. 그럴 수도 있지.”

 

자극적인 말에도 불구하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이내 서늘한 눈빛으로 진아를 응시했다.

 

그러는 너는 뭐가 달라?”

뭐라고요?”

너는 나랑 다르게 정상이야.”

당연하죠.”

당연하지 않아.”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진아을 노려봤다. 진아는 심호흡을 하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선배가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이 섬에 오는 것도 그래. 여기에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오는 건데요? 이곳에 아무 것도 없을 거라는 거 선배도 알았잖아요.”

그렇다고 그 섬에 남는다고 뭐가 달라져? 그랬다가는 안 그래도 부족한 물이 사라졌을 거야.”

그럼 원래 섬으로 갔어야죠.”

 

진아의 말에 지웅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혀로 이를 훑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왜요?”

새로운 섬의 사람들이 그들을 모르니까.”

그게 무슨?”

 

지웅의 대답에 진아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선배는 아직도 그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는 이야기에요? 그 사람들도 지켜야 한다면서요? 승무원이라면서요. 그러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거. 그거 되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웃긴 거잖아요.”

내가 승무원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사무장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을 흔들 이유는 없어.”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진아는 진심으로 모든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뭐 네가 뭐라고 하건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너도 분명히 알아야 할 건. 이 사람들이 한 덩어리가 되게 두어야 한다는 거야. 절대로 이 사람들이 나뉘어서는 안 되는 거라고.”

그게 뭐예요?”

 

진아는 미간을 모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웅은 어깨를 으쓱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부디 너까지 그러지 마.”

뭐라고요?”

이미 강지아 씨도 흔들리고 있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흔들리고 있고. 모두가 흔들리고 있어.”

그래서요? 나는 흔들리면 안 되는 거예요? 나는 이 상황에서 복잡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

선배!”

 

진아의 새된 비명에도 지웅은 그저 덤덤할 따름이었다. 진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선배 진짜 이상하게 굴어요. 이 상황에서도 왜 다른 사람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건데요. 그리고 그 여자도 이상해요. 도대체 그 여자가 뭔데요? 자기가 뭐라고 그렇게 나서는 건데요? 이 상황에서 그럴 이유 하나도 없는 거잖아요. 그 여자가 나서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니에요?”

고마운 거지.”

고마워요?”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숨을 크게 쉬고 물끄러미 지웅을 응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죠.”

뭐가 아닌 건데?”

그 여자가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만 둬.”

 

진아의 말이 길어지려고 하자 지웅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지만.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거. 모든 것이 전부 다 강지아 씨 덕분이니까. 강지아 씨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들 이미 다 망가졌어. 모두 흩어졌을 거라고.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무조건 강지아 씨 탓만 하는 거야? 그거 이상한 거잖아. 그러면 네가 나서면 되는 거였어. 네가 먼저 나서서 하면 되는 거였다고.”

 

지웅의 지적에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요. 어차피 선배는 지금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으니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됐어요.”

아 그리고 나라에게 그러지 마.”

뭘요?”

흔들지 말라고.”

뭐라고요?”

흔들지 마. 나라.”

 

진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그리고 미간을 모은 채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지웅을 노려봤다.

 

지금 나라만 보이시는 거죠?”

첫 비행이니까.”

 

지웅의 대답에 진아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지웅을 노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그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없어지고 지웅은 진아를 한 번 더 보고 웃은 후 밖으로 나갔다.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발을 세게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