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장. 흔들리는 사람들 3]

권정선재 2017. 8. 7. 23:32

6. 흔들리는 사람들 3

정말 정치를 하려는 거야?”

.”

미쳤어.”

 

재호의 말에 재희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누나 그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잖아. 도대체 왜 그 힘든 일을 하겠다고 하는 건데? 이상한 거잖아.”

뭐가 이상해?”

누나.”

 

재호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재희를 응시했지만 재희는 그저 여유로울 따름이었다.

 

네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 나는 아빠를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뭐라고?”

나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라고.”

 

재호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말도 안 돼.”

?”

왜라니?”

 

재호는 머리를 헝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가 그런 적 있어?”

뭐가?”

한 번이라도 정치에 대해서 생각을 한 적이 있어?”

.”

 

재희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재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재희는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늘 그랬어. 나는 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을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네가 도대체 뭔데 나를 판단하는 건데?”

아니.”

 

재희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재희는 입을 쭉 내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표재호. 정신 차려.”

누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거야.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이라는 건 정치에서 나와. 나는 그걸 할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힘을 위해서. 그 모든 것을 할 거야.”

그거 잘못된 거야.”

그럴 수도 있지.”

 

재호의 지적에 재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모두 다 옳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틀린 것이라도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물러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나를 말릴 생각은 하지 마.”

누나 때문에 엄마랑 아빠가 더 헤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 두 사람은 누나에게 달린 거야.”

나라고?”

 

재희의 목소리가 묘하게 갈라졌다. 재희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재호를 노려봤다.

 

너 우습네.”

뭐가?”

그건 네 탓이야.”

내 탓?”

그래.”

 

재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엄마 아빠랑 싸우는 이유. 네가 엄마 편을 들어서 그런 거거든.”

내가 무슨?”

아빠가 지금 옳다는 건 너도 머리로 알고 있잖아. 그런 거면 그냥 아빠 편을 들어. 어설프게 균형을 잡지 말고.”

어설픈 균형?”

 

재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재희를 노려보더니 그대로 방을 나갔다. 재희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다들 이상한 거 같아요.”

그렇지?”

 

나라의 물음에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니.”

 

나라는 입을 쭉 내밀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이상하잖아요. 선배님이 생각해도 이건 아니잖아요. 다들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아직 아무런 희망이 없으니까.”

희망.”

 

기분이 좋으면서도 무서운 말이었다. 그 양가적인 감정에 나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몸을 떨었다.

 

선배님은 어떠세요?”

뭐가?”

나갈 수 있을 거 같으세요?”

 

나라의 물음에 지웅은 물끄러미 그녀를 응시하다 이내 작게 웃음을 터뜨린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너는 어떨 거 같은데?”

? 저요?”

누군가에게 의견을 구할 때는 자신의 의견도 당연히 이야기를 할 준비를 하고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가요?”

 

나라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건 너무나도 복잡했다.

 

모르겠어요.”

나가겠지.”

정말로요?”

.”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확신을 할 수 없었지만 단연코 분명한 것은 그들이 이 섬을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이미 두 개의 섬을 떠난 후였다.

 

지금까지 우리의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에이. 그게 뭐야?”

 

나라는 입을 쭉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그건 아니죠.”

뭐가 아닌데?”

아니. 그건.”

 

나라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뭐가 아닌 걸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나라의 반응에 지웅은 가만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 이상한 거 알아?”

제가요?”

.”

뭐가 이상한데요?”

그냥?”

그런가?”

 

나라는 혀를 살작 내밀었다. 자신도 지금 불안한 거였다. 다른 사람들하고 다른 반응으로 나오고 있었지만.

 

불안할수록 안정이 되는 거 같아요.”

그래?”

 

지웅은 나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승무원이네.”

승무원이에요?”

. 승무원이야.”

 

지웅의 칭찬에 나라는 아이처럼 웃었다. 뭔가 인정을 받은 기분이었다. 자신의 교육을 하러 왔던 지웅이 생각이 나는 순간이었다.

 

저기 선배님.”

.”

 

그때 재율이 텐트로 다가왔다. 지웅은 가볍게 나라의 어깨를 두드리고 멀어졌다. 나라는 어색하게 웃었다.

 

좋아해요.”

 

나라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숙였다.

 

 

 

뭐 하는 거야?”

뭐가?”

그 여자애.”

뭐가?”

됐어.”

 

지웅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재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나무를 발로 찼다.

 

그래서 답은 있어?”

뭐가?”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답 말이야.”

나오겠지.”

쉽네.”

 

재율은 혀로 입술을 축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지웅을 보더니 미간을 모았다.

 

형은 이 섬에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있어?”

있어.”

거짓말.”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재율을 보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재율은 지웅을 밀어냈다.

 

형은 틀렸어.”

뭐가 틀린 건데?”

이 섬의 사람들은 모두 죽을 거야.”

그런 말 하지 마.”

?”

 

재율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재율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쩌면 사람들은 구해지게 될 거야. 그리고 누군가가 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장담하는데 우리들 전부가 다 구조되지는 않을 거야. 우리들의 수는 다시 또 줄어들 수밖에 없을 거라고.”

그런 말 하지 마. 절대로.”

 

지웅이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하자 재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나는 지금도 나 때문 같아.”

왜 네가?”

내가 그 사람의 아들이니까. 부끄러운 아들이니까.”

아니야.”

 

재율이 말을 끝내고 고개를 숙이자 지웅은 그대로 재율을 안고 등을 토닥였다. 재율은 한숨을 토해냈다.

 

나는 단 한 번도 인정을 받은 적이 없어. 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뭘 할 수가 있다는 거야?”

그래도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그런 이유로 너를 이 섬에 버리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아.”

형이 알아?”

?”

형이 모든 걸 알아?”

 

재율은 지웅을 밀어낸 채 차갑게 웃었다. 지웅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재율은 고개를 저었다.

 

됐어.”

뭐가 돼?”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거 없으니까. . 제발 더 이상 나를 희망고문은 하지 마.”

뭐가 희망고문인 건데?”

 

지웅은 재율을 꼭 잡았다. 재율은 지웅에게서 물러나며 뒤로 걸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지웅을 응시했다.

 

사람들이나 잘 챙겨.”

잘 챙기고 있어.”

다들 불안해하고 있어.”

그렇겠지.”

 

지웅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는 중이었다.

 

얼른 그 전화기가 켜지기 바라.”

켜질 거야.”

 

지웅은 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켜져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죽을 거였다.

 

그 전화기가 얼른 켜지지 않으면 결국 사람들은 이 섬에 의해서 죽지 않을 거야. 스스로에 의해서 죽겠지.”

무서운 말은.”

형도 이미 아는 거 아니야?”

 

재율의 말에 지웅은 크게 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그러는 거지.”

아니야.”

거짓말.”

정말 아니야.”

그래.”

 

재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재율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이 섬에서 나가고 싶어.”

 

재율은 아이처럼 웃고 그대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