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50장. 기나긴 긴장 4]

권정선재 2017. 9. 7. 00:20

50. 기나긴 긴장 4

아빠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아니야.”

미치겠다.”

 

재호의 자책이 섞인 말에 재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재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하여간 표재호 착해.”

 

재희의 말에 재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착하긴.”

그럼 아니야?”

아니지.”

 

재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처음부터 자기가 오롯이 아빠의 편을 들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을 거였다. 조금 더 정리가 되고 어떤 일들이 가능한. 그런 순간이 올 거였다.

 

내가 엄마 편에 서서 그래. 그래서 엄마가 이상한 생각을 한 거고. 그릇된 믿음을 가진 거야.”

아니.”

 

재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재호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니.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래서 아빠는 정말 괜찮은 거지?”

그럼.”

 

재희의 대답에도 재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빠가 쓰러지면 안 되는 거 알지?”

당연히 알지.”

걱정이야.”

걱정이지.”

 

재희는 재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내가 다른 일은 만들지 않을 거야. 내가 무조건 아빠를 지킬 거야. 그러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래.”

 

재호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여기에 있었네?”

라시인 씨 반가워요.”

 

지아의 반가워하는 인사에 시안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그런 시안에게도 짧게 눈인사를 건넸다.

 

다들 같은 마음이네요.”

그렇죠.”

 

시우의 물음에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한 시간이라도 빠르게 이 섬에서 나갈 수 있기를 바라요. 그리고 바다의 영향을 보고 있죠.”

바다라.”

 

조류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섬에서 꽤 살았다고 이런 것까지 알게 되는 거였다.

 

바다가 보이네요.”

그러게.”

 

시인은 입을 내밀고 미소를 지었다.

 

바다가 보이네.”

이제 나갈 순간이 오는 거죠?”

그렇지.”

 

나간다는 것. 이제 섬을 벗어나서 다시 첫 섬에 간다는 것. 갈 수만 있다면 이제 한국으로 가는 거였다.

 

아직도 답은 없는 거죠?”

.”

그럼 안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시안의 물음에 지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시안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 섬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할 수도 있었다. 섬과 연락이 된 거니까. 하지만 다른 섬에 모두 모여있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다.

 

왜 가야 하는 거죠?”

?”

그냥 구해달라고 하면 되는 거잖아요.”

아니요.”

 

시안의 대답에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구하러 가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살아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니까요.”

확신.”

아니에요?”

 

지아의 반문에 시안은 답이 궁했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어떤 확신도 주지 않으니 아무도 그들을 구하러 오지 않는 거였다. 그들이 살아있다는 확신. 그거 하나가 필요한 거였고 그게 가장 중요한 거였다.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확신이 바로 휴대전화에요. 그리고 그건 우리에게 딱 하나 있는 거고.”

그 섬으로 오지 않으면요?”

기다려야죠.”

미쳤어.”

 

지아의 간단한 대답에 시안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다른 답이 있어요?”

그건.”

없잖아요.”

 

시안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지아는 자신을 늘 이기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건 밀리는 법이 없었다.

 

되게 미운 거 알죠?”

알아요.”

 

지아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아는 무릎을 안고 윤태에 고개를 기댔다.

 

만일 누군가가 우리를 구하러 올 거였으면 진작 구하러 왔을 거예요.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오지 않았죠. 이유 없이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 그게 반응을 보이는 거죠.”

돈이라.”

 

윤태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돈이 가장 중요한 거였지만 그게 모든 게 되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래도 여기에 사람이 있는 건데. 여기에 사람이 같이 있는 건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사람인 건데 말이죠.”

그러게요.”

 

시안의 따지는 말에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다 같은 생각이네.”

 

해변으로 짐을 챙겨온 기쁨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메 고개를 저었다.

 

정말 뭐야?”

그러니까요.”

 

기쁨은 씩 웃으면서 지아의 앞에 앉았다.

 

다들 미쳤어.”

그러니까.”

 

시안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겨울이라고 하더라도 한낮의 태양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고 있죠? 여기에 있는 거 미친 거야. 피부 다 상해.”

배우도 아니잖아요?”

뭐라고요?”

배우도 가만히 있는데 뭐라는 거죠?”

그러니까. 모델도 가만히 있는데.”

 

세연까지 보태자 시안은 입을 실룩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는 이기지도 못할 걸.”

언니!”

 

시인이 보태자 시안은 시인에게 고함을 질렀다. 시인은 미간을 모았다.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못하면서 나에게만 지랄이야. 누가 보면 너랑 나랑 원수인 줄 알겠어.”

사이가 좋지는 않지.”

그런가?”

 

시인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씩 웃었다.

 

그런데 걱정이네요.”

 

온 사람들을 살피던 기쁨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온 사람들. 전부 다 원래 섬에 있던 사람들이네요. 새로운 섬의 사람들은 아무도 없네요.”

그러게요.”

 

지아는 아랫입술을 꽉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이미 신경을 쓰고 있던 일이었다. 그게 더 중요한 거였는데.

 

아직도 두 번째 섬의 사람들은 우리를 믿지 않는 거죠.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이 해야 한다는 거.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가요?”

 

기쁨은 한숨을 짧게 토해냈다. 결국 같이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각자가 생각을 하는 것이 다른 거니까. 그리고 각자가 더 중요하게 느끼는 것도 다른 거니까.”

그렇죠.”

뭐라고 할 수는 없죠.”

뭐라고 못 해도요.”

 

기쁨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서운하기는 하지만 다른 말을 더 할 것도 없는 거였다.

 

하긴 그러네요. 우리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그냥 여기에서 끝. 그냥 그만 해야 하는 거죠.”

그렇죠.”

 

모든 것은 그냥 이대로 끝이 나는 거였다. 이제 돌아가면 그걸로 그만이었다. 돌아갈 수 있는 거였다.

 

그런데 갈 수 있는 거죠?”

당연하죠.”

 

시안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지아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갈 거예요.”

무조건이라.”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섬에 있지도 않았겠죠.”

라시안!”

사실이잖아.”

.”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대로라면 이 섬은 거대한 육지여야 했으니까.

 

그래도 우리가 같이 있으면 일단 그걸로 된 거죠. 안 그래요? 다른 문제가 있을 건 없는 거잖아요.”

그렇죠.”

 

시인이 대신 미소를 지으며 지아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가 변하는 것이 보였다.

 

물이 나가네요.”

그러게요.”

 

지아의 말처럼 바다가 먼 받로 밀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도 저 물에 같이 몸을 실으면 되는 거였다.

 

긴장이 된다.”

그러지 마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지아의 팔을 가볍게 문질러줬다.

 

우리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죠.”

그게 나예요?”

당연하죠.”

 

지아가 스스로를 가리키며 놀란 표정을 짓자 윤태는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강지아 씨죠.”

어머 뭐야?”

 

지아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내가 그렇게 완벽해?”

당연하죠.”

그럼 응원 좀.”

 

지아가 팔을 벌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자 윤태는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마구 흔들었다. 윤한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걸 찍어야 하는데.”

걱정하지 마요.”

 

세연은 검지로 머리를 두드리며 씩 웃었다.

 

내가 한국 가면 다 증언할게.”

우리 맹세연 씨 너무 똑똑해.”

뭐래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더니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기쁨은 네 사람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네 사람 다 우스워요.”

엮지 마요.”

억울해.”

뭐래? 내가 억울해요.”

맞아요. 나는 톱 모델인데?”

 

긴장되는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어보기 위한 행동에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어떤 상황인지 이해를 하고 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같이 웃고 즐기면 그걸로 그만이었다. 바닷물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모두 이 섬을 떠날 일. 그 순간만 준비하면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