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장. 기나긴 긴장 2
“그저 스트레스입니다.”
“거 보라고.”
주치의의 말에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예민하게 느낄 일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떠들게 되었으니 다른 이들이 공격을 하게 될 거였다. 대통령의 건강이라는 것은 중요한 거였다.
“다들 뭐라고 하겠는가?”
“그것부터 생각이 나십니까?”
“나는 대통령일세.”
주치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웃나?”
“이제 대통령이신 것 같습니다.”
“응?”
“이런 말을 드리는 것이 되게 우스운 것은 알지만. 늘 영부인께서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치의의 말에 대통령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침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그렇지.”
“다른 곳은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없소.”
대통령의 대답에 주치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럼 당장 일정을 그대로 하지.”
“그건 안 됩니다.”
주치의의 말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렇게 빠르게 나서셨다가 또 무슨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누가 아니라고 하던가?”
“지금 저를 무시하시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은 주치의를 물끄러미 보더니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숨을 크게 쉬었다.
“알겠네.”
“고맙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움직여야 해.”
“가능할 겁니다.”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뭐 할 거예요?”
“모르겠어요.”
지아의 물음에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고.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그렇죠.”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오니 다들 묘한 기분이 드는 기분이었다. 다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혼자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다들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이게 당연한 거였다.
“누나는 가면 할 일이 있네요.”
“그렇죠.”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할 일이 있지.”
“기자.”
“좋지 않아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기자라고 하기에도 우스웠다.
“그리고 그냥 기자도 아니잖아요.”
“그게 뭐 달라요?”
“다르죠.”
지아가 대답하자 재율은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그런 게 없을 리가.”
“그런 거 없습니다.”
윤태까지 옆에서 나서자 지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숨을 내뱉고 이리저리 목을 풀더니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힘들어.”
“왜 그렇게 그런데 앞에 서시는 거예요?”
“그러게요.”
지아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윤태 씨 때문에?”
“네? 그게 무슨?”
“책임감?”
지아의 말에 윤태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지아에게 어떤 부채 같은 거였다.
“그런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니까요. 도대체 왜 자꾸 나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자꾸 하는 건데요?”
“미안하니까.”
“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미안해서 그래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아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재율을 보고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기레기거든요.”
“누나 아니에요.”
“맞아요.”
지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기레기로 모는 사람에게 화를 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 기레기 맞아. 그런 기자들 있잖아. 진짜 기사가 아니라 독후감 같은 거나 쓰는 그런 기자들. 그게 나야.”
“이제 안 그러면 되는 거죠.”
“그렇지.”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하지 않으면 되는 건데. 이제 그런 기자가 아니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더 이상 그런 기자가 되고 싶지 않거든.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것. 그런 것들을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그런 기자가 되고 싶어.”
“할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
재율의 말에 지아는 가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너무 고마웠다.
“이윤태 씨는 가면 바로 복귀하겠네요.”
“그렇겠죠.”
윤태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 전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모두 다 잊을 거였다. 특히나 자신은 배우였다. 사람들에게는 이게 더 이슈가 되고 방송국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거였다.
“무인도에 있었던 이윤태의 복귀작. 막 이렇게 나오면 바로 뉴스가 될 테니까. 너무 잘 나가겠다.”
“역시 기자네요.”
“아니래도.”
재율이 칭찬을 하자 지아는 머리카락에 손을 넣고 넘기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리고 무릎을 더욱 꼭 안았다.
“자기는 뭐든 다 잘 하겠다.”
“아니요.”
재율은 자신의 손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필요가 없는 사람이에요.”
“에이.”
지아는 곧바로 재율의 팔을 때렸다. 재율이 놀라서 지아를 쳐다봤다. 지아는 미간을 모은 채 엄한 표정을 지었다.
“뭐 하자는 건데요? 표재율 씨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요. 그러니까 그러 말을 하지 말아요.”
“고맙습니다.”
“네?”
재율이 갑자기 인사를 하자 지아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렇게 혼난 거 오랜만인 거 같아.”
“변태에요?”
“뭐라고요?”
지아의 말에 재율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재율이 웃는 것을 보며 지아도 따라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
“고마워요.”
“아니요.”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윤태의 팔을 주물렀다.
“그냥 빨리 돌아가기 바라.”
“일주일이면 갈까요?”
“그렇겠죠.”
제대로 누군가가 자신들을 구하러 온다면 그게 당연한 것일 거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상황일 거였다.
“한국에서 누가 우리를 데리러 올까?”
“오겠죠.”
“여긴 너무 멀어.”
지아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이제 막 해가 떴다. 겨울이지만 그리 춥지 않은 날씨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다시 모이게 될 거라는 거. 그것만 해도 다행인 거지. 그걸로 충분한 거야.”
“그런데 다 모일 수 있을까요?”
“그건.”
재율의 물음에 지아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모두 다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그것은 너무 유치한 생각일 수도 있었다.
“그러게.”
“게다가 두 번째 섬은 보름을 기다려야 그 섬에서 나올 수 있어요. 거기에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섬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 우리에게 오라고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너무 위험하니까.”
“위험.”
윤태가 지아의 말을 따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위험한 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건데. 그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왠지 불편한 일이었다.
“문도혁 씨가 이해를 할까요?”
“안 하겠죠.”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도혁이 왜 그리 그들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한 거였다.
“그 사람들이 왜 그런 건지.”
“다시 할 거예요.”
“네? 그게 무슨?”
“지금도 우리를 보고 있을지도 몰라.”
지아는 뒤쪽을 보며 씩 웃었다. 아마 당연할 거였다. 그들은 태욱과 석구를 다시 만나는 것이 불편할 거였다.
“그래도 병태 씨는 조금 마음이 불편한 거 같아요. 과연 뭘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뭘 해야 할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있어야 하는 건데요.”
지아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간을 모으며 한숨을 토해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데. 이런 시간을 그 동안 왜 갖지 못했던 건지 모르겠네요.”
“그러게요.”
세 사람 모두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의 시간은 이제 다시 흘러야 할 거였다.
“나도 준이 형 보면 이상할 거 같아요.”
“정말로요?”
“그럼요.”
윤태는 혀를 내밀고 몸을 가늘게 떨었다.
“윤태 형이 되게 좋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막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강지아 씨 역시 알고 있잖아요.”
“아닌데요?”
“뭐라고요?”
“다 일러야지.”
“나도.”
재율까지 보태서 말하자 윤태는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흔들었다. 지아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런 말을 하니 좋다.”
“왜요?”
“전에는 아예 이런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섬을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던 나날들이었다. 그래도 이제 이 섬에서 나갈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런 확신이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런데 나가도 되는 거겠죠?”
“당연하죠.”
“그래도요.”
재율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이 섬에 있는 것만 알잖아요.”
“그래도 가야 해요. 무조건 우리는 같이 있어야 해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는 거니까요.”
지아의 말에 재율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의 말이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재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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