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47장. 기나긴 긴장 1]

47장. 기나긴 긴장 1

“정말 미친 새끼 아니야?”

“그런데 왜 풀어줘?”

“그래도.”

 

봄의 물음에 진영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풀어주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건 사람으로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 상황인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하여간 착해.”

“착하긴.”

 

진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고 그대로 목을 이리저리 풀었다.

 

“오늘 밤에 나가야 하는 거잖아.”

“그렇지.”

“나갈 수 있을까?”

“모르지.”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가만히 웃었다.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같이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강봄. 네 덕에 그래도 버틴다.”

“내가 할 말이야. 하진영.”

“남들이 우리를 보면 웃겠다.”

“그런가?”

 

진영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안았다. 바람이 기분 좋게 불었다.

 

“다시 이상한 짓을 하지 않겠지?”

“그렇겠지. 설마.”

“그래.”

 

진영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려고?”

“배에 가려고.”

“가지 마.”

 

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안은 시우를 붙잡았다.

 

“거기에 네가 왜 가려고 하는 거야? 혹시 가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건데?”

“무슨 일이 생길 게 있어?”

“그래도.”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 더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는 오늘 이 섬에서 나가야 하는 건데. 배가 다시 문제가 생기면 이 섬에서 나갈 수가 없는 거잖아.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시우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시우가 가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시우가 가서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하는 말은 네가 꼭 그걸 왜 해야 하느냐는 거야. 네가 해야 하는 이유 없는 거 아니야?”

“내가 해야지.”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사람이 해주기를 바라는 일인데. 내가 그걸 하지 않는다는 거. 그거 너무 우스운 일 아니야?”

“하지만.”

 

시안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시인은 박수를 한 번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같이 가자.”

“언니.”

“왜?”

 

시안의 목소리가 커지자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도 가면 되는 거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어차피 오늘 밤에 갈 거였어. 이제 날이 밝을 거고. 곧 춥지 않을 거야. 어차피 다 준비를 해야 하는 거고.”

“그래도 그건 아니지.”

 

시안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다들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미친 새끼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할 줄 알고 거기에 가있겠다는 거야? 이상한 거 아니야?”

“이상하지 않아.”

“다들 미쳤어.”

 

시안은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낸 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침을 꿀걱 삼켰다.

 

“미치겠다.”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그리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자.”

“다들 미쳤어.”

 

시인의 제안에 시안은 입을 내밀고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리고 마지못해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하여간 라시안 착해.”

“시끄러워.”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시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두 사람 너무 이상해. 나랑 동기간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왜? 그러니까 더 좋은 거지?”

 

시인의 대답에 시안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도 시인을 따라 웃었다.

 

 

 

“언니는 안 올 건가봐요.”

“그러게요.”

 

세연이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걸 보며 윤한은 가만히 웃었다.

 

“왜요?”

“아니요.”

 

세연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한과 같이 있는데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건데.”

“아니에요.”

“진짜요?”

“그럼요.”

 

세연의 대답에 윤한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혀를 내밀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오늘 간다는 게 안 믿겨요.”

“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렇구나.”

 

세연의 낮은 대답에 윤한은 손을 내밀었다. 세연은 양손으로 그 손을 만지작거리며 씩 웃었다.

 

“윤한 씨 손은 소설가 손 같지 않아요.”

“왜요?”

“거칠어.”

“그런가?”

 

윤한은 자신의 반대손을 보며 씩 웃었다. 확실히 매끈한 손하고는 차이가 있는 손이었지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소설가의 손이라는 게 있구나.”

“그렇지 않아요?”

“그래요?”

“그럼요.”

 

세연이 볼을 부풀리며 대답하자 윤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목을 살짝 가다듬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왜요?”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까.”

“그게 좋은 거죠.”

“네? 좋은 거라고요?”

 

세연의 대답에 윤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연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윤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당연한 거죠. 액땜을 한 거잖아요. 안 그래요?”

“액땜이라.”

 

가만히 듣던 윤한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그런 거죠?”

“그럼요.”

 

윤한은 세연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좋다.”

“나는 내 손이 너무 작아서 싫어요.”

“왜요?”

“뭔가 너무 작아요.”

 

세연의 말처럼 세연의 손은 작았다. 초등학생의 손 같은 손에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나는 좋은데요?”

“왜 좋아요?”

“맹세연 씨 손을 내가 두 손 모두 한 번에 잡을 수 있잖아요. 우리 되게 잘 맞는 거 같은데. 안 그래요?”

“그런가?”

 

세연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은 그리고 윤한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너무 좋다. 오늘이 휴가 마지막 날 같아.”

“그러게요.”

 

휴가 마지막 날. 그렇게 생각을 하니 휴가 마지막 날이었다. 정말 긴.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휴가였다.

 

“제주도에 갔을 때 제일 좋았던 것이 버스 시간을 잘못 알아서 본의 아니게 오래 쉬었던 순간이었어요.”

“그래요?”

“네. 그리고 지금 이게 바로 그 휴가 같아요. 내가 계획을 한 것보다 긴 시간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거고. 노트북도 진작 배터리가 다 닳아버렸고요.”

“그렇죠.”

 

세연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윤한의 말처럼 이건 긴 휴가였다. 누군가가 특별히 선물한 휴가였다.

 

“이 휴가를 제대로 즐겨야 하는 건데요.”

“그러니까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술을 마주했다. 로맨틱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 어느 순간보다 로맨틱한 입맞춤이었다.

 

“좋다.”

“나도 좋아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윤한은 다시 가볍게 세연의 입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행복하게 웃었다.

 

“너무 좋다.”

“은근히 닭살이야.”

“대놓고 닭살인데요?”

 

윤한의 대답에 세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소설가라 말은 잘 해요.”

“당연하죠.”

 

윤한이 가슴을 두드리자 세연은 혀를 내밀고 웃음을 터뜨렸다. 세연은 깊은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에게 돌아갈 일만 남은 거구나.”

“그렇죠.”

“자꾸 같은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데 겁이 나요. 돌아가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니까.”

“그렇죠.”

 

윤한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두 사람을. 아니 모든 사람을 괴롭게 만들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돌아가지 않는 게 더 우스운 일이죠. 그리고 우리는 같이 있는 거니까요.”

“서로에게 힘이 되는 거죠.”

“물론이죠.”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다시 입을 맞췄다.

 

 

 

“그럼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대통령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졌다.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달려왔다. 대통령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일어서니 머리가 핑 도는 군.”

“너무 무리하셔서.”

“아니야.”

“하지만.”

“괜찮네. 괜찮아.”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괜찮아.”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거였다. 대통령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은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